[ ‘삼성그룹’ ①]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 ‘창업스토리’

많은 시련과 역경 극복해 재계 정상에 오르다

2012-10-23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그 첫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한국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당당하게 선전하고 있는 삼성그룹이다.

호암과 삼성그룹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은 1910년 2월 12일 경상남도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출생했다. 그는 유교적 가정에서 출생해 그 가풍아래 성장했다. 그의 조부는 유학자였고 그의 부친 역시 유학을 숭배했다. 호암은 5세부터 5년간 그의 조부가 설립한 문산정(서당)에서 한학을 배웠다. 이 때문에 호암은 항상 논어를 좌우에 두고 애독했다고 한다.

이런 영향 때문이었는지 호암은 회견장이나 교육장에서 논어를 자주 인용했다. 「호암자전」에는 ‘도의는 천윤의 시초’, ‘효는 만득의 근원’, ‘사필귀정’ 등 논어에 관한 인용문이 많이 보인다.

호암은 “내 생각이나 생활은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논어를 생활신조로 삼았던 호암의 철학·사상·인생관·경제관·세계관은 유교사상이나 유교윤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호암이 사업보국이라는 기업동기를 가지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 호암은 해방으로 나라가 독립을 찾은 후 생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일제시대의 나라 잃은 서러움과 이후 전쟁으로 겪은 아픈 기억이 그로 하여금 국가는 강하고 부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기업을 설립해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사업보국이라는 이념을 기업동기로 하여 기업의 설립에 매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경영이념에 따라 1950년대 이후 삼성은 급속하게 발전했다.

삼성은 산업발전단계설에 입각해 여러 계열기업을 단계적으로 설립·육성했다. 삼성은 한나라의 기업은 생필품 등 소비재생산을 하는 경공업단계에서 중공업단계로 이행하고 그 다음에는 중화학공업단계로 이행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첨단기술 산업으로 이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이 1950년대의 삼성물산공사의 종합무역업에서 생필품등 소비재생산을 하는 경공업인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설립하는 쪽으로 사업전환을 한 것은 삼성의 산업발전단계설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1960년대의 중공업, 1970년대의 중화학공업으로의 진출 역시 산업발전단계설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에는 세계정세를 분석하는 가운데서 당시의 미래첨단산업은 반도체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반도체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삼성이 산업발전단계에 따라 기업을 설립하고 발전시켰다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아무 산업이나 선택한 것은 아니다. 50년대의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산업이 설탕이나 양복 등 생필품이었기 때문에 호함은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설립했던 것이다.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은 그 당시의 선도 산업으로 삼성은 다른 기업에 앞서서 시대가 요구하는 새 산업을 선택해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삼성이 설립한 60년대의 중공업, 70년대의 중화학공업 및 80년대의 반도체산업은 그 당시의 선도 산업으로서 한국의 경제발전을 주도했다.

1982년에 미래에는 반도체산업이 세계의 주도산업이 된다고 예측한 삼성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83년 10월에 삼성전자 내에 반도체·컴퓨터사업팀을 조직하고, 다음 해인 1984년 3월에는 중앙일보 매스컴에 이 사업을 광고했다. 또한 수원 기흥단지 내에 내·외자 1000억 원을 투입하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1984년 5월에는 삼성반도체·통신기 및 VLSI 공장을 준공했다.

이렇게 설립된 삼성반도체통신 기흥공장에서는 가동과 더불어 64KD램이 제1라인에서 생산되기 시작했고, 1985년 5월에는 다시 1900억 원을 투입하여 256KD램을 주축으로 하는 제2라인을 준공시켰다. 이 256KD램은 삼성반도체 자체 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사업보국의 역사

삼성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많은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는 동시에 재계의 정상에 오른 기업이다. 따라서 삼성의 역사는 시련과 변신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삼성은 일제시대에 조선식산은행에서 돈을 빌려 토지사업에 투자를 했다가 실패를 했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조선총독부의 경제통제령(임시자금조정법)이 내려지고, 그 결과 조선식산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대출자금 회수가 강행되었다.

삼성은 조선식산은행에서 빌린 돈을 강제적으로 회수 당하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토지 값이 급락해 파산하게 되었다. 삼성은 협동정미소·일출자동차회사 도산 등 모든 재산을 처분해 은행 빚을 갚고, 토지도 헐값으로 처분하면서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삼성은 토지 투기로 많은 돈을 벌었으나 은행의 강제 자금회수로 일시에 도산한 것이다. 이 때의 쓰라린 경험으로 호암은 다시는 투기나 요령 또는 부정한 행위로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 간신히 재기에 성공했다.

1961년 5·16 군사정부에 의해 호암은 부정축재자 제1호로 지명수배를 받았다. 당시 그는 도쿄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체포되지는 않았으나 얼마 후 귀국하여 군사정부에 전 재산을 헌납한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그리고 정부의 경제개발개혁에 참여하고, 벌금은 사업을 하면서 갚는 것을 조건으로 풀려났다. 벌금을 갚음으로써 부정축재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동시에 그가 소유하고 있던 은행주식(1958년 상업은행주식 33% 소유, 1959년 조흥은행주식 55% 소유)은 모두 국가에 헌납됐다.

이처럼 삼성은 일제시대 토지사업의 실패·박정희 군사정부에 의한 부정축재자 지명에 의한 벌금형과 소유금융기관의 전 주식헌납·한국비료공장의 헌납 등 뼈아픈 시련을 경험하면서, 그 시련을 거울삼아 정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삼성은 요령이나 부정한 거래, 부실한 경영은 실패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삼성그룹을 태동시킨 삼성경영학이 성문화된 것은 1973년이다. 즉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의 세 가지 항목으로 되어 있는 삼성의 경영이념이 성문화 된 것은 1973년에 수립된 ‘제2차 삼성경영 5개년계획’에서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추구하는 경영이념은 삼성의 창업 때부터 기업 활동에 내재·전승되어 온 기업정신을 단지 요약·공식화 시켰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8·15 해방 후 삼성의 기업 동기는 사업보국이었으며, 삼성의 경영사상은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였다. 삼성은 이 같은 경영사상에 입각해 삼성그룹 산하의 각종 기업을 설립했다. 삼성의 경영사상은 삼성그룹의 이념으로서 기업경영의 지침이 되었으며, 그것은 삼성맨이 공감하는 삼성정신이 되어 삼성그룹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다.

한편 1984년에는 삼성정신이 설립되었는데 이것은 삼성그룹의 경영이념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기 위해 좀 더 구체적이고 명백하게 제시된 삼성인의 생활 지표였다. 삼성정신은 성문화되기 이전인 삼성그룹의 창업 때부터 삼성의 경영이념과 함께 지켜왔던 것이다. 즉 삼성정신은 경영사상의 실천이념으로서 삼성맨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다. 따라서 경영사상에는 삼성정신까지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가의 철학이나 경영신조가 기업의 이념으로 명시될 때 이를 경영사상이라고 하며 경영이념은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 내지 확대되는 이른바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삼성의 경영이념은 창업기의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에서 점차 삼성정신인 창조정신·도덕정신·제일주의·완전주의·공영공존정신으로 확대 해석되어 있는 것이다. 삼성의 경영이념인 사업보국은 이미 삼성그룹의 사훈이 되었다. 삼성그룹의 경영사상은 삼성인이 공유해 왔으며, 삼성인의 의사결정과 경영행동의 기준이 되어 있다. 또한 그 경영이념은 삼성인의 나침반 같은 것이기도 하다.

<정리=박수진 기자>
<출처=비즈니스맵, 왜 삼성인가>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