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현직 장관 일반의약품 병원 외 판매 서로 다른 행보
‘전재희’ 원칙 고수 vs 갈팡질팡 ‘진수희’ 정치인 두 복지부 장관의 명암
2011-08-08 전수영 기자
국민 ‘안정성’ 강조하며 원칙 지킨 전재희 장관
MB 지적에 정책 바꾼 진수희 장관
전수영 기자 = 이제 약국에서 샀던 드링크제는 슈퍼에서도 구매가 가능해졌다. 보건복지부가 약품 재분류를 통해 48개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이 문제는 몇 년 동안 끌어왔던 문제로 전재희 전 장관 시절에는 조용히 넘어갔으나 현 진수희 장관은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결국 약국 외 판매를 허용했다. 이에 야당과 약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약품 오남용을 거론하며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 출신 보건복지부 전·현직 장관의 서로 다른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8월말 소폭 개각이 예상되는 가운데 진수희 장관의 교체가 거의 확실시 된다. 진 장관의 후임으로는 현 식약청장인 노연홍 청장이 거론되고 있다. 제48대 복지부 장관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복지부는 47~48대 연이어 여성 장관이 취임해 섬세함을 발휘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재희 전 장관, 진수희 현 장관에 대한 평가는 무척이나 다르다.
국희의원으로서 3선인 전재희 장관과 2선인 진수희 장관은 비슷한 듯 다른 행보를 보였다. 두 장관의 같은 점과 차이점은 과연 무엇일까?
전재희 전 장관,
영리의료법인 설립 반대·
의약품 약국 외 판매 불허
전 전 장관은 한나라당 내에서 범친이계로 분류된다. 당연히 계파색이 옅다. 어릴 적 가난하게 살아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그였지만 친이직계라고 보는 이는 없다.
전 전 장관을 소개할 때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1973년 13회 행정고시에 여성 최초 합격을 시작으로 1994년 여성최초 관선 광명시장을 역임하고 1995년에는 여성 최초 민선 광명시장을 지내게 된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한다.
결국 이 대통령 집권 초기에 그는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쌓아온 행정 경험이 풍부했기에 대통령으로서도 충분히 장관으로서의 활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주변에서도 장관직을 잘 해낼 수 있으리란 평가를 받았다.
2008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복지부를 이끌었던 전 전 장관은 퇴임 후에 ‘원칙을 지켰다’, ‘무난하게 장관직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전 장관 재임기간 중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영리의료법인 문제와 민간자본 투자허용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전 전 장관은 영리의료법인 문제에 대해 “전혀 계획에 없다”며 원칙을 고수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해 시범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영리의료법인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것도 있지만 의료법인을 수익만을 고려해 추진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자신의 소신에 따라 밀어붙인 것이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의 병의원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허용 방침(공익 투자법인제도)도 아예 검토에서 빼버리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전문자격사제도에도 또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대통령의 정책 중 하나였던 의료선진화 방안에 대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정면 돌파하는 행동을 보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뭐라 말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집권 초반부에 자신의 정책을 펼쳐 국민들에게 이미지를 심어줄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 전 장관을 나무라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은 의외의 일일 수 있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계기로 국민들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또 한 번 여론을 분열시킬 수도 있는 정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 전 장관의 이런 발언과 행동으로 의료계와 관련 단체들은 하나같이 환영의 뜻을 밝히며 그를 지지했다. 특히 의약분업 폐지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에서 한 일이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과 함께 행정의 일관성을 주장하며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 부처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전 전 장관은 국민의 뜻이라며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했다. 결국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세 번째로 긴 임기를 마치면서도 크게 비판을 받지 않았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흔들린 진수희 장관
전재희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 48대 복지부 장관에 임명된 진수희 장관은 임기 후반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복지부는 의약외품에 대한 병원 외 판매를 시행하였고, 더 나아가 가정상비약에 준하는 의약품까지도 병원 외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까지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약사회와 야당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복지부가 오히려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치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약사회와 야당은 진 장관을 집중공격하고 있다.
진 장관은 재선의원으로 친이계 그중 이재오계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재오 장관의 대변인 이라고 할 만큼 이 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세 장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진 장관이 약사회와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는 것은 전 전 장관과는 다른 행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는 이전부터 계속해서 논쟁이 돼 왔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정책은 아니다.
전 전 장관 시절에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전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안정성’을 들어 계속해서 거부해 왔다. 이에 반해 진 장관 “이 문제를 서비스산업 선진화로 처리하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지속적으로 얘기해 왔으며 실제로 올해 초 지역구 약사회 모임에 나가 “여러분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약사편을 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감기약·소화제 등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가 사실상 무산된 것을 지적했다는 소문과 함께 진 장관은 곧바로 “안전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라며 “약사들이 주말에 일도 안하고 너무 쉽게 먹고 산다”고 말해 이전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그 파장은 급속도로 번져 나갔고 6월 13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진 장관은 야당의원들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계속되는 야당들의 비판에 진 장관은 “정부는 애초 계획대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인사 청문회 때 완강하게 일반약 약국 외 판매 반대 입장을 밝히다가 지난 2월 소방서와 경찰서 등 공공장소에 심야나 공휴일에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며 “지난 3일에는 약사법 개정을 반대하며 다시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 대목에서 진 장관은 전 전 장관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동안 지속돼 왔던 일반의약품에 대한 약국 외 판매에 대해 전 전 장관은 국민들이 불편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도 감수했던 반면 진 장관은 자신이 했던 말을 대통령의 지적을 바로 정책에 반영하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친이계로서의 모습을 보여줬으나 결국 야당과 약사회의 집중포화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일반의약품 병원 외 판매
입장 각양각색
실제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한 의견은 선명하게 나뉘고 있다.
용인에 거주하는 김모(42)씨는 “위험하지 않은 일반의약품을 슈퍼나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밤늦게 간단한 상비약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편리한 것 같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모(38)씨 또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밤중에 아이가 감기로 고생할 때 감기약을 구하지 못해 병원 응급실에 간 적이 몇 번 있다. 차가 있는 사람이야 빨리 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병원까지 가는 길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며 “비싸게 돈을 들이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상비약을 구할 수 있다면 서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의약외품을 슈퍼에서 구매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의약품을 남용 또는 오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지 걱정이다”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로 매출 상승 기대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제약업계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 정책에 해당되는 제품이 별로 없다”고 설명한 뒤 “분명 제약회사의 매출이 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떠나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일반의약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놓고 갈팡질팡했던 진 장관과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던 전 전 장관의 공과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이번 정책의 좋고 나쁨은 국민의 판단에 달렸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재희
● 1949년 경상북도 영천 출생
● 영남대학교 행정학 박사
● 1973년 여성 최초 행정고시 합격(13회)
● 1994~1995 광명시장(여성최초 관선 자치단체장)
● 1995~1998 광명시장(여성 최초 민선 자치단체장)
● 2008.08~2010.08 47대 보건복지부 장관
● 16~18대 국회의원
진수희
● 1955년 대전광역시 출생
●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캠퍼스 사회학 박사
● (재)여의도연구소 소장
● 48대 보건복지부 장관
●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간사
●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
● 17~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