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물폭탄 “오세훈발 인재다”

‘오세이돈’ 이미지 굳어지나… “무상급식도 일단 스톱, 행보에 적잖은 타격”

2011-08-02     전성무 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떨어진 사상 최악의 물 폭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휘청 이고 있다. 강남역 일대와 서초구 우면산 등에서 발생한 피해로 인해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이번 재난이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오 시장을 향한 정치권과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시 수해방지예산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 상에도 오 시장을 희화화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오 시장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도 연기됐다.

오 시장이 재선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울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물난리를 겪는 동안 오 시장이 수방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분통에 정치권의 공세까지 더해져 오 시장이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수방예산을 삭감한데 이어 최근 오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200억 원 가량의 예산이 쓰여질 예정이어서 비난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야권 오세훈 향해 맹공

야권의 공세가 거세다. 민주당은 이번 물난리를 오 시장으로 인한 인재라고 규정하며 맹공을 퍼 붇고 있다. 수해방지에는 소홀한 반면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전시성 행정에만 공을 들였다고 성토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천재에는 항상 인재가 있다는 진리를 이번에도 확인하게 된다”며 “이번 산사태, 물난리를 정치공세로 삼을 생각은 없지만 이명박 정부, 오세훈 시장은 재난 불감증에 걸려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서울시의 하수관 배수시설 공정률이 60%에 불과하고, 수방예산도 지난해 130억에서 올해 1억 5000만 원으로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2백억 원이나 되는 혈세를 들이부어 무상급식 반대를 위한 주민투표를 하려 하고 있다고 오 시장을 공격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 시장 체제 이후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90% 정도 대폭 삭감된 것을 지적하며 “작년 추석에 이어 서울은 물 水자 수도가 됐다. 이번 서울 수해는 ‘오세훈 시장 인재’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건설국 하수과와 물관리국의 예산을 분석한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 시장 취임 1년 전인 2005년 서울시의 수방예산은 641억 원이었지만 매년 대폭으로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2006년 482억, 2007년 259억, 2008년 119억, 2009년 100억에서 2010년은 66억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대폭 삭감됐다”고 밝혔다.

반면 인공하천 조성 사업비 등 전시성 토목사업 예산은 늘어났다. 2006년 618억이던 인공하천 조성 사업비는 2007년 707억, 2008년 726억, 2009년 1724억, 2010년 1158억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 때문에 수해방지를 위해 쓰일 예산을 인공하천을 조성한다며 ‘돌려막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잇따랐다. 각 언론사는 서울시 수방예산과 관련된 보도를 쏟아내며 오 시장을 공격했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한강르네상스에 3000억 원, 광화문 광장에 수천 억 원을 퍼부었다. 무상급식 같은 사람 투자를 외면하고 이명박 대통령처럼 청계천 같은 시멘트 공사만 좋아하다 보니 수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오 시장이 만든 ‘플로팅 아일랜드’도 네티즌들은 ‘세빚(세금+빚) 둥둥섬’이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우면산 피해 예고된 ‘인재’

서울의 물난리 피해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가장 큰 피해를 낸 곳 중 하나인 우면산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짧은 시간동안 20여명의 인명 피해를 낸 배경에 대해 관할 구청은 돌이 별로 없고 토심이 깊은 우면산의 고유한 특성을 꼽았다.

대개 돌이나 바위로 이뤄진 산은 비가 많이 내리더라도 배수가 잘 되지만 우면산 처럼 흙으로 이뤄진 산은 물을 그대로 머금고 있어 흙을 지탱하는 힘이 적어 유실 가능성이 크다는 것.

서초구청측은 언론에 “흙이 많은 산은 평소에도 물이 많은 상태인데 전날부터 우면산에 한꺼번에 500㎜에 육박하는 비가 쏟아져 내리다 보니 이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안전 관리의 문제로 발생한 것 이라기보다는 산 특유의 성질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난 게 맞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이번 산사태는 폭우에 대한 예방 시스템이 미비해 발생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날 산사태 발생 이전인 오전 6시께부터 우면산이 위치한 서초구 일대에는 3시간가량 만에 강수량이 160㎜ 정도가 될 만큼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져 내리면서 산을 직접 강타했다.

이처럼 우면산은 집중호우가 내릴 때 마다 비 피해가 발생하는 위험 지역으로 이번에 내린 비로 산사태 우려가 예고됐지만 관할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우면산은 구청의 공원 녹지과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산 중간에 난 도로는 도로과에서, 산 아래 주택가는 건축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렇게 관할 부서를 쪼개 놓으니 산사태가 발생해도 서로 책임을 떠 넘기기에 급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지난해에도 태풍 곤파스로 이곳의 나무 약 3000주가 뽑힐 만큼 우면산에 대한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됐다”며 “그러나 구청에서 이를 방심한 채 임기응변식으로 처리해 이번에 큰 인명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김영란 국장도 “이번 산사태는 우면산 생태공원 내 저수지에 토사가 많이 쌓여 둑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결국 산사태가 일어난 것은 저수지 관리를 제대로 못한 데에 기본적인 원인이 있고 갑작스러운 폭우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면산 터널과 생태공원 등 각종 공사가 산사태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국장은 “산을 관통하는 터널 하나가 크지도 않은 산의 지반을 약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면동 형촌마을 근처에는 보금자리 주택도 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올해 수방예산 대폭 삭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언론은 “서울시의 올해 예산개요를 확인한 결과, 올해 서울시의 수방대책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150억 원이 넘게 삭감됐다”면서 “지난해 64억5700만 원이 배정됐던 자연재해위험지구(서초동) 및 침수지역(상도동) 정비 예산은 올해 40억 원으로 24억5700만 원이 삭감됐다”고 보도했다. 수해방지 예산 대폭 삭감이 결국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수방예산 관련 보도가 쏟아지자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고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2007년 1794억 원에서 2011년 3436억 원으로 5년 새 1642억 원이 증가됐고, 지난해에 비해서도 24억 원이 증가했다”면서 “수방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보도는 근거 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한편, 정치권은 이번 물난리 피해상황을 지켜보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재난에 대한 책임론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은 예정된 일정을 대폭 축소하고 피해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폭우 피해가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서울 강남에 집중된 것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은 오 시장이 이번 사태를 통해 시정운영 능력에 대한 검증대에 오르고 여론도 악화되고 있는 것을 지켜보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피해 지역이 강남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붐 업’을 위해 대구 현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예정대로 개최했지만, 이번 비 피해로 일정을 대폭 축소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피해상황을 보고받는 데 이어 곧바로 강원도 춘천 산사태 피해 현장과 사망자 병원을 찾았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반포동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 한강 수계 현황과 댐 방류 상황을 점검하는 등 주로 재해현장 등을 방문하는데 일정을 소비했다.

여야는 향후 이번 재난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책임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며, 신중한 행보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오세이돈’ 네티즌 비난 성토

오 시장을 향한 네티즌들의 성토도 거세지고 있다. 오 시장과 관련된 웃지 못 할 패러디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오 시장을 ‘오세이돈’이라고 부르며 희화화하고 있다. 폭우로 물에 잠겨버린 도시 서울의 책임자란 의미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빗댄 것이다.

트위터 이용자 @ba…는 “오세이돈 짱!!!! 무상급식이 아니라 무상급수. 오세훈이 아니라 오세이돈”이라고 남겼고, @fa…는 “아무래도 오세훈은 이번 서울시내 수몰사태와 수해예산 축소의혹으로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린듯. ‘오세이돈 어드벤처’ 개봉박두”라고 적었다. @mi…는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오세훈, 강남북을 포함해 서울 전체를 수로로 만들어 아라뱃길로 서해까지 갈 수 있도록 했으니 그 업적(?)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트위터 상에는 “수해방지 예산 그렇게 없애더니 정말 말한대로 베니치아가 됐네요”, “무상급식이 아니라 무상급수(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오세이돈의 야심작, ‘수상도시 서울’이 가시화되었군요”, “공약대로 ‘물의 도시’를 달성” “오세훈은 서울시가 아름(?)다운 물의 도시가 되었으니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를 도입하려 예산 세울 듯…” 등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