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범야권대통합론 불씨 꺼지나…
진보정당 “통합은 불가”
2011-08-02 전성무 기자
앞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시민사회 및 종교계 원로들의 ‘야권통합 원탁회의’ 출범을 계기로 야권 통합이라는 화두를 다시 내던졌다.
손대표는 “민주당은 한결 같이 야권통합을 강조했다. 우리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과 헌신으로 야권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시 천명한다”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통합의지는 물 건너갈 공산이 높다. 민주당이 제시한 통합 요구에 진보정당들이 일제히 강한 어조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진보정당들이 민주당과는 선거연대만 할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통합불가론’이 만만치 않다. 손 대표가 주장하는 야권대통합론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손 대표를 견제하는데 앞장섰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손 대표를 향해 ‘직무유기’란 표현을 쓰며 대립각을 세웠다. 정 최고위원은 앞서 ‘햇볕정책’을 놓고 손 대표를 공격한 바 있다. 손 대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시민단체·종교계 원로인사들이 ‘야권통합 원탁회의’를 구성한 것을 반기면서 “희생과 헌신의 정신으로 야권 통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말이 아니라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통합의 배를 띄울 기관사와 선장 역할을 자임해야지, 이를 시민사회에 맡기고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했다.
손 대표를 향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견제는 점점 더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통합 노력을 하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어도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진보정당들이 손 대표의 범야권 대통합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내년 총·대선 전략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진보정당 측에서는 통합에 대해 “불가능하고 부적합한 것”이라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현재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이라면서 “(민주당과의 통합은) 불가능한 것이고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부적합하다”고 ‘범야권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민주당의 ‘야권 대통합’ 제안에 “우리가 민주당과 함께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과 노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이 아닌 연대를 강조하며 “내년 정권교체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제1야당으로 선거 연대를 거부는 것 자체가 과연 제 정신이 있는 당인지, 정신 나간 당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도 “이미 진보정당들은 야권 대통합에 대해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민주당이) 대통합을 거론하는 것은 패권적인 정치 문제”라며 “국민들은 정체성이 다른 정당을 마구 섞으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진보정당 간 ‘소통합’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참여당의 통합 참여 문제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정희 대표가 “참여당의 합류 의사는 환영”이라고 하자, 진보신당의 조승수 대표는 “이 대표는 참여당 문제로 새 통합진보정당의 이정표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양당 간 최종 통합 목표 시한인 오는 9월을 앞두고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라 민주당의 야권대통합론 불씨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