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시공업체 “KTX 레일 이대로 두면 대참사 터질 수도”

KTX 잇따른 말썽 뒤에 숨겨진 위험한 진실 ‘긴급진단’

2011-08-02     윤지환 기자

“철도 레일 시공 당시 자제 단가 낮아 침목 규격 만족 못해”
KTX 도입 계약 프랑스 TGB아닌 미국의 원천기술사냥전문 로템사


윤지환 기자 = KTX가 기술적인 문제로 멈춰서는 일이 잦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고속철이 탈선하면서 KTX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KTX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으나 대부분 묻혀왔던 것이 사실이다. [일요서울]은 올해 초 KTX의 레일 공사를 담당했다는 한 업체 관계자를 만난 적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 KTX 부실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며 “방치할 경우 대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들어 KTX와 관련해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이 관계자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KTX 운영ㆍ안전관리실태에 문제가 제기됨에 따람 감사원은 한국철도공단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을 대상으로 KTX 운영 및 안전관리 실태 감사를 위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KTX 사고로 국민의 불신이 고조됨에 따라 KTX 고장과 장애발생 요인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 개선해 KTX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이번 조사의 중점을 둘 계획이다.

감사원은 예비조사에서 기존 감사원의 KTX 감사 관련 처분 요구 이행실태를 파악하고 기관별 KTX 안전 조치 점검ㆍ이행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예비조사에는 철도연구원 직원 등 외부 전문가 5명과 과거 KTX 감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급 감사관 등 감사요원 33명이 투입됐다.

KTX는 2004년 개통 후 한 해 20여 건이던 사고가 지난해 53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달 현재 38건이 발생했다.

하청공사 밤마다 악몽

“KTX는 움직이는 폭탄이다. 이대로 두면 대참사가 날 수도 있다.”

철도공단 하청공사를 맡아 온 지방소재 A사 관계자의 충격적인 증언이다. 이 관계자는 KTX 열차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KTX 레일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열차 운행에 있어 레일은 한 치의 이상도 허락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X 레일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수년 전 철도공단로부터 철도 보수 하청을 받아 침목 공사를 했다”며 “당시 레일이 노후돼 침목 여기저기서 균열이 가 보수공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보수공사를 하는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철근콘크리트로 만든 침목은 전문업체가 만들어도 안전도를 보장할 수 없는데 철도공단은 허가도 없는 업체에 침목보수공사를 맡겼다”고 폭로했다.

이 관계자의 증언은 이어졌다.

“당시 4공구 5공구 침목에 균열이 발견돼 이 구간의 침목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문업체가 보수공사를 한 게 아니다. 철도공단은 이 구간 공사를 무허가 업체에 맡겼을 뿐 아니라 균열이 간 침목을 교체하거나 전문업체에 보수를 의뢰하지 않고 균열 간 부분에 시멘트로 덧씌우도록 하라고만 했다. 이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철도공단 하청비리 의혹

이 관계자는 당시 하청공사에 참여한 당사자로서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밤마다 KTX가 탈선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무서운 악몽에 시달린 적 있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당시에는 외부에 발설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철도공단에서 철저하게 입막음을 했기 때문이다. 또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 사실이 외부에 새 나가면 공사 업체와 철도공단 직원들이 줄줄이 검찰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돼 있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보수공사를 했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침목 문제로 사고가 날 것”이라며 “올 겨울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공구는 대구에서 울산구간이고 5공구는 울산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구간의 침목을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를 대동하고 이 구간 침목에 대한 안전검사를 시행하면 부실보수공사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부실공사 이면에는 철도공단의 부패가 자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철도공단은 공사비용 절감을 이유로 부실공사를 시행하고 공사비용 중 일부를 직원들이 횡령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시 공사 직원들은 하청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는 게 당연시 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연에 따라 하청업체를 지정하고 해당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등 비리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과거 홍익회 고위 인사였던 B씨도 KTX 문제를 지적했다.

B씨는 “KTX는 기술계약 자체가 잘못돼 있다. 영문으로 된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면 계약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KTX는 프랑스 TGV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도입시 계약은 미국의 로템사와 했다. 미국의 로템사는 다국적 원천기술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이 때문에 KTX 기술관련 계약은 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KTX 부품이나 기술 조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추가 확인을 통해 당시 침목 보수공사의 충격 실태를 계속 전달할 계획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