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홍준표 대표 10일, 화무십일홍
2011-07-18 조기성 기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취임한 지 열흘이 지났다. 권세의 성함이 오래가지 않는다고는 하나 열흘 만에 홍 대표는 잇단 막말과 구설수로 리더십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전대 후보시절부터 ‘버럭 준표’라는 별명을 지닌 홍 대표의 ‘버럭’은 결국 화를 불렀다. 홍 대표는 지난 14일 참여연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삼화저축은행 불법 자금이 한나라당 전당대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의 진위를 묻는 여기자에게 “그걸 왜 물어봐? 너 진짜 맞는 수가 있어. 내 이름을 말했어?”라고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기자가 “야당이 실명은 공개 안했지만 그런 주장은 한다”고 하자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라고 재차 하대했다.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막말을 해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홍 대표는 “격하게 반응을 해서 죄송하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를 했지만 이 일은 불과 열흘 만에 그의 리더십을 도마 위로 올려놨다. 당장 민주당은 “막말과 폭언을 한 홍 대표는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의 ‘말실수’는 이번만이 아니다. 얼마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넙죽 큰절을 하며 “제가 밖에 나가서 큰절을 하는 분은 각하뿐”이라며 ‘YS키즈’라는 아부를 떨어 빈축을 샀다. 그뿐인가. 홍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 ‘계파 활동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불쑥불쑥 던져 당내 분란을 야기했다. 정치인에겐 심사숙고 뒤에 나오는 절제의 언어가 필요하다. 좌충우돌의 말실수가 계속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여당 대표는 더할 것이다. 홍 대표는 설화에 휘말려 ‘청렴하고 친서민적인 이미지’라는 그의 장점을 깡그리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취임 일성으로 ‘계파 타파’를 외쳤던 홍 대표는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 인선에 대해 지도부 간 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친이·친박 진영을 대표하는 최고위원들과 등을 졌다. 홍 대표는 취임 후 원희룡, 유승민 최고위원을 설득하는 장면보다는 두 사람과 핏대를 올리며 언쟁을 벌이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나홀로 정치’를 즐겨온 홍 대표 특유의 스타일상 이런 일은 언제든 생겨날 여지가 남아 있다. 만약 이번과 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계파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라는 말이 터져 나올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친이-친박으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 홍 대표에게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소장파들까지 반발하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권 수석의 장관 임명에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민본21’ 및 ‘새로운 한나라’ 소속 소장파 의원들은 이에 반대하며 15일 의원총회를 소집했고, 의총에서 반대론을 재차 강조했다.
소장파 의원들의 반대 의사는 사전에 홍 대표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만 홍 대표는 “법무 행정을 하는 자리에 민정수석이라고 못 간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에 대해 “홍 대표가 당권을 쥐더니 일방형 리더십의 덫에 빠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대표의 독선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그는 사무총장에 이어 장관 인사까지 밀어붙이기식으로 당을 좌지우지하면서 자신의 지지 세력을 다 떨어내고 ‘나홀로 대표’의 수순을 밟고 있다. 불과 1년 전 공정한 당 인사와 화합, 상생을 주장하며 안상수 전 대표에게 대들었던 장본인이 바로 홍 대표다. 그 후 사사건건 안 대표를 공격하며 최고위원회의를 봉숭아학당으로 만든 사람도 그다. ‘화합’의 정치를 보여야 할 때다. 이대로 홍 대표의 독주가 계속된다면 얼마 가지 못해 결국 대표로서 권세는 쇠하고 말 것이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