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 체제 한나라, 도로 봉숭아 학당으로…
최고위원때…“당직 매수행위”, 현재…“내가 당대표다”
2011-07-18 김규리 기자
김규리 기자 = 현재 홍준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은 1년 전 안상수 대표 체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년 전 홍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전대캠프 출신의원의 당직 인선과 관련, ‘당헌·당규 위반’, ‘당직 매수행위’ 등의 말로 비난한 바 있다. 그런데 1년이 지나, 전 지도부에서 불거진 당직 인선 갈등이 새 지도부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2일 홍준표 대표는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사무총장 자리에 끝내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임명했고 이에 대해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 대표가 결국 측근인 김 의원을 사무총장 자리에 앉혔다. 홍 대표는 이날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신임 사무총장으로 김 의원을 임명한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의 반발로 논란을 빚고 있다. 회의에서 홍 대표는 만장일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표결을 하자고 제안했고, 두 최고위원은 “당직 인선은 표결이 아닌 합의로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당직인선도 당당하게 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홍 대표는 “나는 원칙이 없고 당신들만 원칙이 있느냐”고 고성을 질렀고 결국 두 최고위원은 퇴장했다. 홍 대표는 두 최고위원이 퇴장한 뒤 나머지 지도부 5명의 동의를 얻어 당직 인선안을 의결했다.
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홍준표식 사당화의 첫단추가 끼워졌다”며 “홍 대표는 한나라당의 집단지도체제 정신에 반하는 일을 했고, 전례가 없는 행동은 전례가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회의에서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당직 인선안을 놓고 다른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은 “캠프인사를 사무총장에 기용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했다.
홍 대표는 두 최고위원의 반발이 거세자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언성을 높였으며 홍 대표는 “내가 당 대표에 압도적으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급기야 홍 대표가 회의 도중 얼굴을 붉히며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홍 대표 체제는 7·4 전대 이후 열흘 동안 적지 않은 분란을 일으켰다. 업무 첫날부터 ‘계파배제’ 발언과 민생정책 추진으로 부딪혔다. 홍 대표는 “계파활동을 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수석 최고위원이었던 홍 대표가 첫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비주류’를 자처하며 당시 안상수 대표와 기 싸움을 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특히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당 공식 회의석상에서 당내 계파의 해체를 요구해 당시 친이·친박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안 전 대표가 제안한 서민특위 위원장 자리도 거절했고, 지도부 사이에서 끊임없는 불화와 계파 갈등을 일으켰다.
또 당직 인선 문제에 있어서도 남여 대변인 두 명을 선출하는데 두 달이 걸렸고, 지명직 최고위원은 5개월이 지나서야 결정됐다. 지난 해 안상수 전 대표는 당시 홍준표(당시2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내내 시끄럽다가 결국 2년 간 당을 이끌지 못하고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했다. 4·27 재보선 참패가 없었다면 ‘봉숭아 학당’은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홍 대표는 7·4전대 경선 당시 ‘계파 타파’를 주장했지만 공천 문제로 의원들의 반발을 샀고 좌클릭 정책으로 포퓰리즘 논란에 부딪혔다. 그는 또한 총선과 관련한 ‘박근혜 대세론’ 발언으로 박 전 대표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재 홍 대표 체제가 이대로라면 결국 1년 전 안상수 체제와 똑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본21 소속 권영진 의원은 “자기 주장이나 펴고 자기 이익이나 관철시키려고 하면 옛날처럼 봉숭아 학당이라는 오명을 계속 갖고 한나라당도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