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의미심장한 행보
미·중 6자회담 3단계 접근법 1:1 접촉 전환?
2011-07-05 윤지환 기자
최근에는 6자회담 재개에 있어 북-미 또는 남-북 대화의 ‘중재역’을 맡은 중국의 행보가 의미심장하다. 중국이 양자ㆍ다자회담 병행카드를 들고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국간 서로 모순되지 않고 병행관계에 있는 양자와 다자대화를 추진하면서 조기에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남북 비핵화 회담→북미대화→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에 동조해온 중국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남북대화를 전재로 한 대화에서 북-중 직접대화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중국이 프로세스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입장발표는 남북대화 없이 북미대화와 6자회담으로 직행하려는 북한의 의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북-미 간 물밑접촉 조짐, 북-러 정상회담 추진 등 북한이 1:1 협상 전략을 수립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ㆍ미 양국은 일단 지난달 24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대로 ‘선 남북대화’를 통해 3단계 접근 프로세스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같은 달 29일 “남북간 비핵화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고,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인 28일 정례브리핑에서 “(3단계 접근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 대화가 계속 열리지 않고 있어 “미국이 이미 북한과 1:1 접촉 후 결과를 도출한 상태”라는 소문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한이 6자회담 구도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남한이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할 경우 6자에서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우리 정부의 이니셔티브를 인정해 온 미국도 이점을 우려해 이미 물밑 접촉을 통해 손을 썼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에 일각에서는 남북대화가 교착된 가운데 북미대화가 선행되고 우리 정부의 주도적 참여 없이 6자회담 재개 흐름이 가시화되는 외교적 고립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