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vs 하성민, ‘LTE 대전’ 한판승부
요금 이월되는 KT냐,A/S 유리한 SK텔레콤이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SK텔레콤(사장 하성민)과 KT(회장 이석채)가 고객유치를 두고 또 한 번 대전에 나섰다. 이는 두 통신사가 연초에 설정한 ‘LTE 가입자 연말 목표량’ 달성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올해 KT가 설정한 LTE 가입자 연말 목표량은 400만 명이다. 지난 8월 기준 LTE 가입자가 누적 200만 명을 돌파했지만 남은 기한 동안 200만 명을 더 달성해야해 KT로서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연말 LTE 가입자 목표량은 KT보다 300만 명 더 많은 700만 명이다. 지난 9월 누적 500만 명을 돌파했지만 SK텔레콤 역시 연말까지 200만 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두 통신사는 고객유치를 위해 LTE 품질을 내세우며 끝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애플사의 아이폰 LTE 버전 출시가 결정됨에 따라 양 사 간의 사활을 건 고객유치 쟁탈전은 더욱 뜨거워진 상태다. 이동통신사의 영원한 라이벌인 SK텔레콤과 KT 중 이번 LTE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치열한 경쟁 속을 들여다봤다.
LTE 품질 두고 뜨거운 공방전에 소비자 빈축
아이폰5 국내 출시 임박, 고객쟁탈전 뜨거워
SK텔레콤과 KT가 가장 크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부분은 ‘LTE 서비스 품질’로 서로 내가 더 우수하다며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인해 서로의 기술을 깎아 내리는 동시에 자사 기술은 과대 포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두 개 주파수 대역에서 LTE를 서비스할 수 있는 ‘멀티캐리어 기능’이 내장된 휴대폰을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 갤럭시노트Ⅱ(SHV-E250S), LG 옵티머스G(LG-F180S), LG 옵티머스VuⅡ(LG-F200S), 팬택 베가R3(IM-A850S)가 그 대상.
문제는 이들이 멀티캐리어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을 과다 홍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같은 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7월 1일 세계 최초로 멀티캐리어 기술을 상용화했다”면서 “멀티캐리어는 두 개 주파수 대역 중 더 빠른 속도의 대역을 선택해 LTE 통신에 쓰기 때문에 한 주파수 대역만을 이용하는 것보다 동시 접속자가 절반으로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인파가 붐비는 지역에서 통화할 경우 최대 2배까지 속도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KT는 발끈했다. KT는 같은 날 오후 공식 자료를 통해 “멀티캐리어는 가입자 분산수용을 위한 기술로 속도를 높여주지 못한다”며 “다만 데이터가 몰리는 과부하 상태에서 다른 주파수로 트래픽을 분산시켜 체감속도 저하를 방지하는 효과는 있다”고 주장했다. 멀티캐리어는 속도향상이 주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KT는 “우리는 지난 8월부터 시작한 멀티캐리어와 함께 워프(WARP)라는 가상화기술을 쓰기 때문에 가장 빠르고 안정적이며, 가입자도 SK텔레콤보다 적어 속도와 품질에서 우리가 더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사의 주장을 살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SK텔레콤과 KT 둘 다 멀티캐리어의 장점으로 최번시(1일 중 호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1시간) 가입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속도를 개선하는 효과, 즉 속도저하를 막는 효과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멀티캐리어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850MHz 및 1.8GHz의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쓰게 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안에 서울지역과 주요 광역시 정도에서만 지원하는 상황인데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T에 대해서는 “KT는 주파수 할당을 잘못 받아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남은 1.8GHz의 10MHz 대역폭에서 LTE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KT 역시 멀티캐리어로 쓰게 되는 900MHz 쪽은 내년이 돼야 사실상 상용화하는 셈이기 때문에 멀티캐리어 기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충성도 높은 아이폰5 고객쟁탈전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양 사 간의 LTE 연말 가입자 목표량 달성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애플 아이폰5 신규가입자 유치다. 이는 양 사 모두 가입자 목표량까지 남아있는 200만 명이 아이폰5를 통해 충분히 달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양 사는 중고폰 보상, 요금제, 서비스품질 등을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요금제에서는 KT가 SK텔레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TE 요금 특성상 데이터는 무제한 요금이 없으나 KT는 이번 달 남은 데이터 용량이 다음 달로 이월되는 요금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KT사용자끼리는 사용요금에 따라 1000~3000분까지 무료통화도 가능하다.
반면 SK텔레콤은 A/S 정책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SK텔레콤이 운영하고 있는 애플 수리지원 A/S센터는 공식 애플 A/S센터보다 22개 지점이 더 많은 34개 지점으로 수리비용은 멤버십 포인트를 활용해 할인할 수 있다.
약정만료 시점 역시 SK텔레콤이 유리하다. SK텔레콤은 아이폰을 도입한지 2년이 안 돼 약정만료 대기 수요가 없지만 KT의 경우 아이폰 3GS·4 등 사용자의 약정 만료 기간이 도래해 이탈자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의 경우, KT의 250만 명 아이폰 사용자 중 50만 명이 3GS 모델을 사용 중이고 나머지 200만 명 중 상당수가 아이폰4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돼 단순 아이폰 교체 수요만으로도 LTE 목표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K텔레콤은 아이폰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보이지는 않지만 든든한 단말 라인업을 통해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달로 예정된 아이폰5 국내 출시 이후, 양 사는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이들의 한판승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