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당분간 어려움 이어지나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에 낀 샌드위치 신세
[일요서울|강길홍 기자]아시아나항공(사장 윤영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대한항공을 위협하던 위세는 온데간데없다. 특히 국내에 저비용항공사(LCC)가 도입된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추락은 가속화 됐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강점으로 꼽혔던 국내선과 단거리 노선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거리 노선으로 돌아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이라는 강력한 라이벌과 맞설 수 있는 기초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수익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다 저비용항공사 역풍 맞아
장거리 노선 투입할 항공기 부족…한발 늦은 고급화전략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시원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3703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270억 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6%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는 2분기 473억 원 순손실로 작년 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에만 44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표적 저비용항공사인 애경그룹 계열의 제주항공은 눈부신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095억 원)보다 42.3% 증가한 1559억 원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역대 최대실적이다.
지난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매출 2000억 원대를 기록했던 제주항공은 올 하반기에는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7~8월 성수기가 포함된 하반기에는 2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상반기보다 약 400억 원 늘어난 20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120억 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국내선뿐만 아니라 중국·일본·동남아 등의 국제선 여객수송 실적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국제선 수송 실적은 지난 7월 11만3300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1.7%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이용 증가율이 3.4%에 그치고 있는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의 실적 증가가 아시아나항공에는 고스란히 손실이 되는 모습이다. 저비용항공사가 취항하기 어려운 장거리 노선에는 대한항공이 버티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에 비해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중국·동남아 등의 단거리 노선에 치중해 왔던 것이 저비용항공사의 등장과 함께 약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고수익 단거리 치중 전략 되려 약점으로
앞서 대한항공이 장거리노선 개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이 높은 국내선과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항공보다 뒤늦게 항공시장에 진출한 아시아나항공이 빠른 시일 내에 대한항공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배경도 고수익 중·단거리 노선에 전력을 기울인 덕분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러한 아시아나항공의 전략은 국내에 저비용항공사가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독이 되기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세를 펼치는 저비용항공사를 대적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이미 50%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선에 대한 저비용항공사의 진출이 확장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일본·동남아 등의 국가와 우리나라가 항공자유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저비용항공사의 취항이 보다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저비용항공사의 국제노선 점유율도 매년 2배씩 높아지고 있다. 국내사에 이어 에어아시아 등의 해외 저비용항공사도 국내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단거리 노선의 비율이 70% 정도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이 이들의 집중적이 타깃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노선으로 전략을 선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수 있는 항공기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대부분의 장거리 노선에서 대한항공이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70여 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수 있는 항공기는 18대에 불과하다. 2014년부터는 A380 항공기 6대, 2017년부터 A350XWB 항공기 30대를 단계적으로 들여온다는 계획이지만 너무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대한항공을 보유항공기의 절반에 가까운 56대가 장거리노선에 투입할 수 있는 항공기다.
대한항공은 2000년대 중반부터 초대형 항공기인 A380 등 새로운 비행기들을 대거 도입하며 변화에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 신규 노선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6월 동북아시아 최초로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 직항 노선을 개설했고, 지난달에는 미얀마 양곤에 정기 직항 노선을 새로 만들었다. 다음 달에는 국내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직항 노선도 개설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현지에 2년 넘게 직원을 파견해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단거리 노선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신규 노선을 개발함으로써 저비용항공사와 차별화되는 항공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상대적으로 신규 노선 개발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에서도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만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한항공이 수년전부터 이미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한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신규 노선을 위한 개발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고수익 단거리 노선에만 집중하다가 저비용 항공사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여객기도 부족한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사정으로 봤을 때 저비용항공사와 대한항공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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