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바라기…한나라당 ‘연횡’

2011-06-28     이진우 기자
7·4 한나라당 전대 출마자 충성경쟁 가열
진(秦)-‘근혜 여왕’에 ‘합종’에서 ‘연횡’으로


[이진우 기자] = 중국 전국시대에 ‘합종연횡(合縱連橫)’의 고사가 있다. 이는 최강국인 진(秦)과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6국 사이의 외교 전술을 일컫는 말이다.

BC 4세기 말 여러 나라를 유세하고 있던 소진(蘇秦)은 “진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진을 제외한 6국을 설득하여 종적으로 연합시켜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대결할 공수동맹을 맺도록 했다. 이를 ‘합종’이라 한다.

뒤에 위나라 장의(張儀)는 합종은 일종의 허식에 지나지 않으며 진을 섬겨야 한다고 6국을 돌며 연합할 것을 설득하여 진이 6국과 개별로 횡적 동맹을 맺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연횡’이라 한다. 그러나 진은 합종을 파한 후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했다. 천하를 일통한 진의 왕이 바로 ‘진시황’이다.

지난 주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의 막이 오르자 출사표를 던진 후보 7명은 한결같이 ‘근혜 여왕(?)’에 대한 충성 선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 모두 겉으로는 계파정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범 친이계, 친이계, 친박계와 소장파 등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위의 고사에 비추어 한나라당을 살펴보면, MB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는 대세론의 선두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합종’의 전술로 맞섰으나, 이제는 ‘연횡’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유승민 후보는 7명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친박 캠프에서 활약한 바 있고, MB정권하에서는 칩거생활을 자청한 ‘원조 친박’임을 강조하며 친박 조직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반해 나머지 후보들은 친이 또는 중립을 지켜왔으나,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경쟁적으로 박 전 대표에 ‘바라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박근혜 바라기’에 앞 다퉈 나서는 것은 ‘박근혜 대세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4·27 재보선 참패 이후 마땅한 대안이 없어 박 전 대표와 거리를 둬서는 당권을 장악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각 계파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다 보니 어느 누구도 당권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력 1위가 어려운 만큼 친박의 ‘두번째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박근혜 바라기’에 나서는 것을 두고, 평소엔 박 전 대표에 비판을 일삼고 사사건건 끌어내리기에 몰두하다가 이제 와서 친박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식상함과 거부감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