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은 1인 1표다” 특명 친박 핵심관계자 ‘발언’1인 2표제 무력화 ‘파장’ 클 듯

박근혜 연출, 한나라당 대표경선 4대 관전 포인트

2011-06-28     서원호 기자

홍준표, ‘나가수’ 김건모 되나… 범친이계 자중지란 노림수

“친박은 1인 1표다.” 이는 친박계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1인 2표제에서 친박계는 1인 1표만 행사한다는 전략”이라며 “이는 7대3이라는 한나라당 친이·친박간 불균형한 세력구도 하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유력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14 한나라당 전대에서 13명의 후보가 난립한 데는 친박계 마저 서병수·이성헌·이혜훈·한선교 의원 등 4명이 출마한 것이 한 몫 했다. 그 결과는 서병수 의원이 9.1% 득표로 턱걸이 최고위원이 되는데 만족해야 했다. 1위를 한 안상수 전 대표의 득표율이 20.3%였던 점을 고려할 때 당시 친박계가 단일후보를 통해 표결집해 나섰다면 의외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를 교훈 삼은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으로 단일후보를 등록시켰다. 반면 친이계는 홍준표·원희룡·박진 의원과 함께 중립성향 내지는 월박으로 분류되는 권영세·나경원·남경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일요서울]은 6·3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에 따른 ‘총선공천제 합의설’과 이후 연이은 친이계 유력인사들의 ‘5인 회동설’, ‘10인 회동설’을 비롯한 ‘박근혜·홍준표 연대설’ 등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카드로 부상하고 있는 ‘친박은 1인 1표’의 극비 프로젝트가 미칠 ‘박근혜 전 대표 연출의 한나라당 대표경선’을 중심으로 4대 관전 포인트를 집중 조명했다. (관련기사 4~5, 6, 8~9, 20면)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의 열전이 시작됐다. 이번 전대는 내년 4월 총선을 이끌 지도부를 선출한다. 하지만 여권의 대주주에 속하는 그룹과 계파의 수장들이 빠져 마이너리그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흥행요소를 가장 잘 반영한 열전으로 현재의 ‘7인 후보 경선’의 판이 만들어졌다. 흥행 1순위는 단연 친이계의 원희룡 후보다. 2순위는 친박계의 유승민 후보다. 그렇지만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박 전 대표의 선택이다. 그 중에서 박 전 대표의 홍준표 후보에 대한 선택여부다. 박심(朴心)에 따라 정치명문이 갈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7대 대선에서의 ‘박·홍 간의 구원(舊怨)’과 관련이 있다. 홍 후보의 운명이 ‘나가수’의 김건모에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홍 후보의 정치생명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박 전 대표가 쥐게 됐다는 의미다. 이번 전대를 통해 박 전 대표는 홍 후보를 확실하게 무릎 꿇게 하느냐의 여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포인트 1
홍준표,
‘박근혜에 정치명운 의탁’


홍준표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대중인지도와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입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홍 후보는 전통적인 보수가치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또 홍 후보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야당측의 공격에 지킴이 역할도 자임하고 있는데다 그 동안 소장파의 원조격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친서민 행보를 펼쳐 왔다. 반면, 홍 후보는 ‘독고다이(=혼자)’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나 친이·친박계 모두 함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전대에서 ‘박근혜·홍준표 연대설’이 회자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문제는 ‘1위 = 당 대표’의 숙원을 풀 수 있느냐이다. 그러자면 우선적으로 친이 주류측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안되면 ‘친박계’의 지원을 차선으로라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때 아닌 ‘회동설’이 줄을 이으면서 ‘원희룡 지지’가 언론을 통해 흘려졌다. 친박계 마저 ‘박근혜·홍준표 연대설’을 부인하는데서 한 걸음 나아가 박심(박근혜 마음, 朴心)으로 ‘친박은 1인 1표’ 전략이 여의도 정가를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인 ‘영남·다선 원로그룹’이 안전성을 선호할 경우 지지를 얻어낼 수도 있으나, 역설적으로 ‘진짜 칼(낙천)을 휘두르는 것 아니야’라는 위기의식으로 발전하면 상황은 그 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그 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마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슈 메니지먼트’인 김재열 IMI 대표는 “이재오·김무성 의원이 출마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에 바른 정치컨설팅을 받았다면 출마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면서 “당 대표가 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소지가 많고, 2등 이하가 된다면 정치명운은 사실상 다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표에게 정치명운을 의탁한 홍 후보의 선전이 기대된다.

포인트 2
원희룡, ‘나가수’ 임재범 되나


원희룡 후보는 ‘내년 총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고, ‘안정·화합·소통’의 합리적 리더십을 모토로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이번 전대에 나섰다. ‘강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극단주의자는 아니다’는 이미지는 상대적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원 후보는 친이계가 이번 전대의 흥행요소로 선택해 긴급 투입했다는 다소 부정적인 요인도 갖고 있다. 친이계 주요인사 5인이 ‘원희룡 지지’를 위해 회동했다는 ‘회동설’이 관계자들의 부인과 부정에도 불구하고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92년 대선에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부산 복국집 사건이 결과적으로 지역주의를 자극해 YS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위기의 친이계’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친이계가 여당 내 최대 계파지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점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이 30~40대와 수도권 공략이 주요 화두가 되면서 ‘세대교체론’이 힘을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원 후보 측은 세대교체의 신(新)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면서 ‘홍 - 원 양자구도’라는 대립각을 세우려 하고 있다. 물론 후보들 가운데 40대는 원희룡 만이 아니다. 남경필·나경원도 있다. 50대는 홍준표·유승민·권영세·박진 4명이고, 홍 후보가 57세로 최고령이다. 물론 40대 젊은 대표냐 50대 경륜 대표냐는 당원들의 선택의 몫이다. 하지만 세대교체론의 지향점이 당장은 이번 전대지만 사실상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대통령 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전대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원 후보를 앞세운 세대교체론 전략의 성공은 친이계의 부활을 의미하고, 특히 내년 대선에서 친이계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김문수·오세훈 등을 염두에 둔 새로운 돌풍을 예고한다는 점이 친박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참고적으로 가수 임재범이 MBC의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았을 때 극적으로 출연해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던 점에 친이계는 원 후보를 비유하려고 한다. 중견의 걸출한 인기가수 김건모의 탈락과 재도전, 심지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김영희 PD의 낙마에 까지 갔던 ‘나가수’를 구한 것은 ‘임재범’이었기 때문이다.

포인트 3
유승민, ‘박근혜 대세론과
거품론의 가늠자’


유승민 후보는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점을 의식한 유 후보도 24일 “차기 대표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거가 코 앞이니까 이제 와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키겠다고 한다”며 대구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7·4전당대회 후보자 대구·경북권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범친이계의 ‘박근혜 바라기’를 비판했다. 최고위원이 아닌 당대표가 목표인 점을 강조했다는 해석이다.

여의도 정가는 유 후보에 대해 인지도와 여론조사에서 초반 약세로 출발한 점을 근거로 ‘친박 몫의 최고위원이 목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 친박 관계자도 “최고위원이 목표”라고 전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친이계는 아예 ‘당 대표 경쟁자 반열’에 올려 놓지도 않았다.

그런데 유 후보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지난 전대에서는 친박후보도 난립했기 때문에 열세인 친박이 친이계를 압도해 당대표를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몇 명이 5위 안에 진입하느냐는 ‘순위’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전대는 ‘단일후보’라는 점이다. 순위의 문제가 아닌 ‘1등 = 당 대표’가 목표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친박은 1인 1표’라는 투표전략이 나온 배경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해 사전에 ‘반(反) 박근혜’ 조짐을 차단함으로써 이른바 ‘거품론’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친박계 나름의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물론 ‘친박은 1인 1표 투표전략’에 대해 “그 시나리오는 완전히 소설이다”며 친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강력히 부인했다. “투표장에 가는 21만 명의 유권자들은 나름의 소신이 있는 분들인데, 특정 계파가 (투표를)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한다고 그렇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의 위기는 수도권만의 위기가 아니다”면서 “이는 수도권 후보가 많이 나와서 그렇게 말하는 것 일 뿐, 한나라당 자체의 위기”라며 ‘수도권 대표론’을 비판했다.

포인트 4
나경원, 한국정치의
치맛바람 계기되나


나경원 후보는 지난 전대에서 여론조사 1위, 종합득표 3위로 대중적인 여성정치인으로 자리잡았다. 나 후보가 당 대표를 한다면 한국정치에 강한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의 박영선,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여성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대선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나 후보의 정견이 힘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2위면 그냥 2인자 반열’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가장 ‘사표(死票)’의 우려가 높은 점은 단점이라는 지적이다. 친이계 핵심 관계자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것은 최대 강점”이라고 전제한 뒤 “안 찍어 줘도 (여성 몫의) 최고위원은 된다는 투표심리가 작용하면 나 후보가 1차가 아닌 유권자는 2차도 나 후보가 아닌 사표로 갈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투표심리는 탈락자가 누가 되느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이번 전대를 ‘총선과 대선의 공천과 경선을 공정히 관리하는 관리형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열전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6·2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에서 확인된 국민적 눈높이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여당으로 확산돼 명실상부한 ‘박근혜 당’으로 변모될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대와 관련해 백왕순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춘 변화의 수용여부 ▲ 총선 승리를 이끌 당의 얼굴이 누구냐 ▲공천의 공정한 관리여부 등이 중요할 것” 이라며 “기존의 조직에 얽매여 낡은 오더투표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원호 기자] os054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