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표지석 청남대에?”…충북도 ‘고민’
2011-06-23 연종영 기자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모임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시민 추모위원회(추모위)'는 22일 "노 전 대통령 추모 표지석을 청남대에 설치해달라는 공식 제안을 충북도에 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취임 후 충북도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주권재민의 정신을 실천했던 청남대에 표지석(추모비)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며 "표지석을 청남대에 세워 많은 국민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 추모위로부터 '청남대 설치' 요구를 받은 도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표지석을 청남대에 세울 경우 보수단체 회원이나 관광객들에 의한 훼손이 우려되고, 보수-진보단체들이 표지석 설치를 둘러싼 이념논쟁을 벌일 경우 도가 난처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수년간 이념논쟁의 소재가 됐던 노 전 대통령의 표지석을 단순한 기념물로 보긴 어렵다"며 "청남대 운영권자 입장에선 관광객들에 의한 파손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선뜻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 없다"며 "자칫 관광명소로 발돋움한 청남대가 이념갈등의 장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가상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추모위는 2009년 7월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맞아 자체제작한 표지석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합동분향소가 있던 청주 상당공원에 설치하려 했으나 청주시와 보수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고, 이후 천주교 수동성당에 임시 설치했다가 일주일만에 청원군 오창읍의 한 농가 창고로 옮겼다.
지난 4월엔 다시 수동 성당으로 옮겼지만 성당측과 신도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청원군 문의면의 한 공방으로 옮긴 뒤 현재는 공방의 허름한 창고에 잡동사니들과 함께 보관하고 있다.
노 대통령 서거 당시 합동분향소를 찾은 청주시민들의 성금으로 제작된 추모 표지석은 지름 1m 가량의 반원형 좌대 위에 높이 75㎝, 폭 60㎝ 크기의 자연오석으로 제작됐고 표지석 앞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 그림과 추모글, 뒷면에는 어록과 추모제 등이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