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흔들어라” …친박 vs 반박 대충돌
2005-06-29 홍성철
불법·탈법의혹 적시
보고서는 경남 김해갑 김정권 후보의 승리 원인을 분석하면서 “한나라당 당원 조직과 후보의 사조직이 치밀하게 움직이면서 ‘김정권 동정론’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라고 적시했다. 사조직 동원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보고서에는 또 “대표 방문시 창원·마산·진해 등지에서 동원된 당원들로 인해 실제 김해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개선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당원들을 동원할 때 교통편의를 제공했다면 이 또한 현행법 위반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경북 영천선거에서는 “도당 당직자들이 이·동 단위로 책임을 맡아 발로 뛰었다”며 당 소속 의원들이 “지역구 여성당원을 동원한 전화홍보단 운영, 종친들을 동원한 선거지원, 불교계의 인맥을 활용한 지역사찰과 포교원 방문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였다”고 기술했다.
또 성남 중원 선거와 관련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열성적인 조직은 당 공식조직이 아니라 ‘의사협회’였다”고 적시, 의사 출신인 신상진 후보를 돕기 위해 의사협회가 적극 선거운동을 지원했음을 암시했다.현행 선거법(89조-유사기관의 설치 금지)은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새로 조직하거나 기존의 사조직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군소정당들이 한나라당의 불법선거를 주장하며 선관위 조사 및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보고서 내용 때문이다.특히 열린우리당은 재보선 참패에 따른 굴욕감을 해소할 호기를 잡은 듯 총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선관위나 검찰 조사와는 별도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하지만 보고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일부 불법 사항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는 만큼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동안 정치 공방전이 오가겠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음모론 등 내홍 심화 조짐
문제는 보고서 유출 이후 잠복된 친박-반박 진영간의 앙금이 당 내홍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점이다.친박 진영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유출자 색출 및 숨은 의도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박근혜 대표의 대중적 인기는 거품’ 등 박 대표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내용이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고서에는 4·30 재보선에서 드러난 박 대표의 지역별 인기도를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경북 영천지역의 경우 “최고의 폭발력과 결집력을 지녔고 대구·경북지역의 박 대표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다만 “박근혜 바람에만 기대어서는 곤란하다”며 대구·경북의 ‘불패신화’를 경계했다.경남 김해갑 지역은 “지난해 총선에 비해 ‘박풍’ 효과가 상당히 격감했다.
박 대표 지지는 구체적이고 확고한 기반을 가진 것이라기보다 호기심과 동정여론의 연결. 감성정치에 주목하는 시류의 반영”이라며 냉정하게 평가했다.또 충남 아산지역의 경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이 특유의 향수를 자극했다”고 적시했고, 충남 공주·연기 선거와 관련해서는 “박 대표 평가는 상당 정도 부정적”이라고 기술했다.보고서는 마지막 총평에서도 4·30 재보선 압승 원인은 ‘박풍’이 아닌 권력집중에 대한 국민들의 집요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전투(재보선 또는 지방선거)에서는 승리하고 전쟁(대선)에서 패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이처럼 보고서 내용이 박 대표를 평가절하했다는 점에서 박 대표를 비롯한 친박그룹을 자극시키고 있다.
이와관련 박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물증은 없지만 보고서 유출자가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며 “박 대표뿐 아니라 당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음을 예단하고도 이를 유출했다면 반드시 유출자를 색출하고 그 의도를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친박 진영도 문건 유출자로 반박그룹을 지목하면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박 대표를 흔들어 득이 되는 쪽은 반박그룹이라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반박 진영은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결국 당을 흔드는 것인데 왜 그런 좌충수를 두겠냐며 음모론을 일축하고 있다.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재보선이 끝난지 2개월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여연이 왜 그런 보고서를 작성했는지는 이해가 안되지만 불법선거 논란이나 당내 음모론 등은 실체 없는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박 대표측도 문건 유출 사건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분위기다. 박 대표의 측근은 “유출자를 파악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럴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당내 갈등 확산은 궁극적으로 여권의 정치공세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고 박 대표나 반박진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하지만 이번 내부 문건 유출 파문은 최근 당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안과 맞물려 대권주자간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혁신위원장에 반박그룹의 대표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포진해 있고, 혁신안 내용에는 조기전대론 등 민감한 사안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 박 대표에게 전달된 보고서 총평 전문, ‘박풍’ 아닌 ‘국민의 견제심리’가 승리 요인
□ 4·30 재보궐 선거는 지역별로 독특한 양상을 보이면서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독특한 民心트렌드를 보여줬음.
o 제 1트렌드 : 충청권과 경북 영천 ⇒ 「자만하면 죽는다」- 충청 두 곳과 경북 영천에서 예상판세와는 전혀 다르게 선거가 진행됐다는 점. - 충청권은 행정도시 때문에 당연히 여당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당과 무소속의 승리를 가져옴. * 경북 영천에서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점 때문에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힘겨운 승리를, 열우당으로는 49%에 달하는 득표율을 보임.- 이는 열우당의 「본선(대선)필승론」과 한나라당의 「재보선 압승=대선승리」라는 낙관론에 경고를 보내는 것.
o 제 2트렌드 : 성남 중원 ⇒ 「새로움이 낡은 것을 이긴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격돌했을 때 어찌 됐든 새로운 것이 이긴다는 것. - 열우당의 조성준 후보는 타후보에 비해 훨씬 낡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고, 막판에 터진 돈봉투 사건은 그런 이미지를 더욱더 각인시켜 줌으로써 결국 상대적으로 새로웠던 신상진 후보를 선택. - 이는 이번 재보선에서만 나타난 트렌드는 아님. *지난 2002년 대선 때에도 낡은 이회창보다는 새로운 노무현을 선택한 바 있음. 2004년 17대 총선 때에도 구정치인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고, 어떤 측면에든 새로움을 가진 초선들이 대거 당선됐음. - 결국, 새로움은 정치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자격조건이 되었음. 이는 다음의 어떤 선거에라도 중요한 기본조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됨.
o 제 3트렌드 : 공주연기 ⇒ 「지역대표성=대선에서의 권력분점」- 지역주민들은 지역발전이나 예산확보 등의 문제에 대해 여당에 매달리기 보다는 자신들의 지역대표성을 통하여 획득하는 것이 더 용이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 - 공주연기에서 여당이 패하고 신당(무소속)이 승리한 것은 ‘지역대표성에 대한 갈구’의 차원. * 일부에서는 이를 일종의 ‘권력지향성’과도 연결시키기도 함. 2007년 대선을 염두에 둘 경우 지역 정치세력을 가지고 있으면 대선 때 어떤 정치세력과도 거래가 가능하고 권력분점이 가능하다는 것. - 이는 다음 대선에서 충청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주의가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하게 하는 부분.
□ 결론 및 전망 : 「권력집중에 대한 집요한 견제·균형심리」 예상
- 지난 해 탄핵폭풍이 불었던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이후 모든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를 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견제심리를 잘 보여주는 것. - 그러나 이런 ‘시계추 심리’는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함. 한나라당으로서는 전투(재보궐선거 또는 지방선거)에서는 승리하고 전쟁(대선)에서는 패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 -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간에 대선에서는 견제와 균형의 반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 - 따라서 이에 대한 면밀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