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회장, 빚 위에 계열사 사들인다
이랜드의 끝없는 M&A… 이번엔 라푸마그룹?
- 박 회장, 잇단 M&A로 계열사 수집하나… 시장 반응 싸늘해
- 이랜드그룹, 계열사 채무보증 최다 기록… 차입금도 줄지 않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이 프랑스 아웃도어 기업인 라푸마그룹을 인수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1995년부터 17년 동안 20여 개의 기업을 인수했는데 그중 한국까르푸는 결국 2008년 재매각한 바 있다. 차입금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과 비정규직 전환을 두고 노사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탓이다.
특히 최근 2년 내 10여 개 기업 인수가 집중돼 있어 차입금으로 인한 재무구조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제한대상인 계열사 채무보증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 향후 2년 내 채무보증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랜드그룹이 프랑스 라푸마그룹 본사 매각에 뛰어들었다. 지난 18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라푸마그룹 인수를 위한 실사 단계에 있으며 협상 당사자인 인수 후보들 중 유일한 전략 투자자(SI)다. 프랑스 주식시장에 상장된 라푸마그룹의 시가총액은 현재 1187억 원 가량이며 인수대금은 1500억 원 내외로 전망된다. 라푸마그룹은 프랑스를 기반으로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비롯해 등산 브랜드 아이더ㆍ밀레와 부츠 브랜드 르샤모, 서핑웨어 브랜드 OX BOW 등 5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라푸마 인수해도 상표권ㆍ경영권은 저 멀리에
정작 이랜드그룹이 라푸마그룹을 인수하더라도 시장 사업권의 주인은 따로 있다. LG패션이 2009년 브랜드 라푸마의 국내 상표권을 100억 원에 인수했으며 2010년 라푸마그룹과 중국에 합작 설립한 법인을 통해 중국 내 경영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또한 K2코리아는 2008년 브랜드 아이더의 국내 상표권을 가져왔고 밀레코리아는 2009년 브랜드 밀레의 한국과 중국 상표권을 동시에 사들였다.
때문에 이랜드그룹이 LG패션 등 상표권을 소유한 기업들과 어떠한 방향으로 관계를 가져갈지도 물음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LG패션은 라푸마그룹과 각각 51대 49의 지분율로 중국 내 조인트벤처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라며 “이번 협상이 성사될 경우 지분율 변동에 따른 경영권 변동과 지분율 유지 후 향후 이랜드그룹과의 시너지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 2년 내 제한대상 채무보증 소화 가능할까
사실 이랜드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잇달아 10여 개의 기업을 인수해 주변의 우려를 샀다. 해외에서는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 라리오, 스포츠웨어 브랜드 벨페를 시작으로 영국 니트웨어 브랜드 록캐런오브스코틀랜드, 이탈리아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휴양시설 PIC사이판, 팜스리조트 등을 사들였고, 국내에서는 엘칸토, 광주 밀리오레와 레저업체 C&우방랜드를 사들였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랜드가 또 다시 기업을 사들인다”면서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현재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 사례를 유념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의 채무보증도 급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이랜드그룹의 제한대상 채무보증액은 2479억 원으로 제한대상 채무보증을 보유한 14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큰 액수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의 계열사 간 채무보증은 금지돼 있다. 이랜드그룹은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향후 2년 내에 제한대상 채무보증을 모두 소화시켜야 한다.
이랜드그룹의 올해 상반기 채무보증액은 국내계열사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만 합쳐도 3600억 원이 넘어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25%가량 늘어난 수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절반 가량은 이랜드건설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1755억 원에 달하며 이월드 644억 원, 데코네티션 588억 원, 이랜드파크 482억 원, 엘칸토 130억 원, 이랜드월드시스템 39억 원 순이다.
특히 이랜드건설은 2010년 124억 원, 지난해 220억 원 등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부채비율은 2010년 449%, 지난해 253%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78억 원의 유상증자까지 시행했지만 이 역시도 이랜드월드가 전액 출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건설 보유 지분이 전혀 없음에도 이랜드건설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랜드리테일, 등급 하향에도 불구하고 빚보증 여전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3일 이랜드리테일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자회사 출자, 관계사에 대한 대여금 지급, S&LB 자산 매입 등으로 자금수요가 발생하면서 차입금 감축규모가 당초 예상치를 다소 하회했다”면서 “또한 관계사에 대한 지급보증 제공 등 그룹 관련 지원부담이 여전히 내재한다고 판단해 등급상향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그룹 성장성 제고와 수익기반 다변화를 위한 M&A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고, 이러한 확장전략이 과도하게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경우 그룹 전반의 재무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랜드리테일은 이를 상당부분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룹의 성장전략과 맞물린 재무부담 수준은 지속적인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계열사 채무보증은 더욱 심각하다. 해외계열사인 이랜드패션차이나와 이랜드아시아 등의 채무보증은 129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22%가 넘게 늘어났다.
본래 채무보증 제한은 국내 금융사의 여신 집중을 사전에 차단하고 계열사가 부실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생겨났다. 그러나 제한 대상이 국내계열사로만 한정돼 있고 해외계열사는 외국 법인으로 현지법을 적용받는다는 것을 이용해 일부 대기업들은 해외계열사의 채무보증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공정위 측은 “해외계열사는 국내 공정거래법을 적용받지 않아 채무보증 제한 규제에서 벗어나 있으나 탈법 여부에 대한 검토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아직 M&A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현재 라푸마그룹 인수뿐 아니라 향후 사업권을 가진 LG패션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