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넥센 감독 해임을 둘러싼 세 가지 說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뒤덮은 지난 17일, 프로야구 날씨도 을씨년스러웠다.
같은 날 오후 프로야구 넥센 구단이 “성적부진과 팀 체질 개선을 위해 김시진 감독과 계약을 해지 한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야구계가 혼란에 빠져든 것이다.
이로써 지난 시즌을 앞두고 넥센과 계약기간 3년(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액 12억 원) 재계약을 맺었던 김시진 감독은 2년의 잔여 계약 기간을 남긴 채 하차하게 됐다. 넥센은 잔여 시즌을 김성갑 수석코치 감독대행 체제로 마무리 할 예정이다.
조태룡 넥센 단장은 “김시진 감독님 체제 아래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며 “창단 뒤 5년이 지났고, 또 새로운 5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폭적인 팀 체질 개선이 필요해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기를 3위로 마쳤지만 후반기만 놓고 보면 전체 최하위”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렸다고 보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김시진 감독의 퇴진에 대해 많은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년간의 재계약 첫 해, 그동안 계속해서 자금난에 시달렸던 넥센이 김시진 감독의 남은 연봉을 모두 지급하면서까지 감독 교체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분분하게 퍼졌다.
게다가 넥센은 올 시즌 초반 1위까지 오른 바 있고, 많은 신인 선수들이 팀의 중심으로 떠올랐었다. 그만큼 팀의 체질개선도 제대로 진행돼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의 퇴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와 함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팀의 수장을 단칼에 베어버린 넥센과 김시진 감독을 둘러싸고 수많은 가능성과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넥센이 재야의 감독들을 노린다?
넥센과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던 김시진 감독이 물러나면서 그의 후임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넥센이 재야의 감독을 잡기 위해 김 감독의 경질을 서둘렀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먼저 조범현 KBO 육성위원장(전 KIA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양측이 이미 합의까지 이뤘다는 소문까지 파다하다.
조 위원장은 SK(2003~2006년)와 KIA(2008~2011년)에서 8시즌 동안 사령탑을 맡으며 약체 팀의 전력을 끌어 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8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 4번, 한국시리즈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거두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조 원장 역시 지난해 KIA의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던 바 있다.
이밖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넥센 감독 후보군은 그 면면부터 화려하다. 조범현 감독 외에도 야구 원로급이라 할 수 있는 김인식 현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과 최근 “현역으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던 김응용 전 삼성 라이온스 사장 이름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넥센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재박 전 감독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사권을 쥔 넥센 이장석 대표는 정중동이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넥센 구단 관계자도 “구단에서 결정된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앞으로의 5년을 구상하는 시작단계일 뿐이다”라는 대답만 내놓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히어로즈 팀 창단 당시 있었던 “향후 5년 동안 구단 매각은 없다”는 협상 내용에 근거를 두고 “현재 완성형 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넥센이 거물급 감독 김응용 전 사장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춰 거액에 구단 매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넥센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보도된 것이 전부다”라고 설명했지만 아직도 팬들은 이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여전히 야구와 관련된 각종 온라인 게시판 상에는 넥센의 후임감독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넥센 구단과 김시진 감독의 의견대립 說
2009년부터 네 시즌동안 넥센을 지휘해 온 김시진 감독이 전격 경질되면서, 프로야구 8개 구단 사령탑이 최근 2년 동안 모두 교체됐다. 대부분의 이유가 ‘성적 부진’이었다.
물론 팀의 성적은 감독이 책임진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은 팀 성적에 관한 문제가 다가 아니다’라는 관점이 고개를 들고 있다 . 팀 내부의 문제, 구단 최고위층과의 갈등이 내포돼 있다는 뜻이다.
넥센은 지난해 겨울 ‘FA(자유계약선수) 대어’로 꼽히던 이택근을 ‘4년 최대 50억 원’에 LG에서 영입하는 등 공격적 영입행보를 보였다. 더불어 올해 브랜드 나이트와 밴 헤켄 등 외국인투수 2명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호재가 많던 것에 주목해 창단 첫 4강 진출을 꿈꿨다.
하지만 시즌 전, 넥센을 4강 전력으로 분류하는 평가는 많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야구인들이 ‘넥센은 내년이 기대되는 팀’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김 감독의 행보도 다르지 않았다.
전반기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넥센은 후반기에 들어서며 팀이 4강권에서 이탈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최근 김 감독이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의중을 밝혔다. 그는 “(후반기에) 전력을 짜내야 했지만, 신인들에게 기회를 줬다”며 “이택근 등 부상선수들도 겹쳤다. 무리해서 기용하고 싶진 않았다. 그게 내 자존심이었고 난 내년 시즌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당장의 성적을 원하는 넥센 구단과 선수생명을 먼저 생각하고 내년 시즌 팀 재건 등을 목표로 삼은 김 감독 사이에 뚜렷한 시각차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시각차가 김 감독을 경질까지 내몰았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넥센 구단 관계자는 “불화는 조금도 없었다. 현재 김성갑 감독대행님이 팀을 이끌고 계시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라며 “다만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보도된 바와 같이 성적과 구단 미래의 문제다”고 단언했다.
이장석의 신의 한 수, 이번에도?
김시진 감독의 경질과 함께 한때 인터넷 상에서 떠돌던 일명 ‘이장석 신의 한 수’ 사건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장석 신의 한 수’ 사건이란 2011년 겨울, 넥센이 FA 이적 시장을 통해 LG의 이택근을 4년간 50억의 조건으로 다시 데려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앞서 넥센 소속이었던 이택근은 2009년 말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LG의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은 당시 포수 박영복과 외야수 강병우에 현금 25억 원을 받고 이택근을 LG로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이택근은 LG 소속이었던 2년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외야 ‘BIG 5’와 포지션이 겹친 데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재활에 투자해야했다. 그리고 이택근은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다시 넥센으로 돌아갔다.
결국 넥센은 이택근을 LG로 보내 재활과 연봉을 맡긴 후 다시 데려오게 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모든 것이 넥센의 이장석 대표가 계산한 것이다’라는 농담 섞인 평가를 받았다.
이 당시부터 이장석 대표의 행보에는 항상 루머가 뒤따랐다. 모든 계산을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 했다는 소문들이었다.
이번 김시진 감독의 경질에도 ‘혹시 한화와 거래가 있던 것 아니냐’는 억측이 돌고 있다. 최근 경질된 한대화 감독의 후임으로 한화가 김시진 감독을 택했고 넥센과 거액의 협의를 했다는 것이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19일 한화측이 한 매체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힘에 따라 일단락된 상태다.
이 모든 가능성과 소문들의 진위 여부를 떠나 김시진 감독의 해임으로 인해 프로야구 판도에 큰 바람이 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구단과 감독과의 관계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구단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그 모양새도 다양하다.
각계각층의 야구 원로들과 팬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넥센 구단은 보다 나은 미래를 계획 중이다.
과연 현재까지 제기된 가능성들이 현실이 될지, 넥센이 현재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참신한 해법을 제고해낼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