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회동 공천 3대 원칙 밀실 합의 논란의 실체

단독입수 - 미묘한 시점 등장한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 보고서’ 공개

2011-06-21     윤지환 기자

[윤지환 기자] = 일부 언론이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 문제와 관련,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 최경환 의원 등은 지난 3일 이뤄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사전 접촉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협력 체제 구축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사가 보도되자 한나라당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당을 구성해 온 양대 축이 지금까지의 행보를 전면 수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 내부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에 양측 대표 인사들은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 불길은 여전히 거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측이 만난 시점이 미묘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문제가 불거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 양측이 만나기에 앞서 보수진영에서 ‘개헌과 바람직한 권력구조의 개편방향’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에는 양측의 화두인 개헌, 권력구조개편 그리고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관심을 끈다.

총선·대선 친이→친박 권력 대이동 위한 양측 대타협 있었다?
“왜 하필 지금…” 이·박 청와대서 나눈 대화 소문 무성
정권재창출위한 합의? 이·박 만남 의문 증폭 정치권 벌집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MB와 박 전 대표가 만나 나눈 대화다. 일단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은 공천 3대 원칙 합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북한문제 해법 협의 ▲부산저축은행 사건관련 논의 ▲정권재창출 전략 합의 ▲개헌 관련 논의 등이다.

북한문제 해법 협의

지금까지 여러 전례로 비춰볼 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접촉 직후에 항상 민감한 북한문제가 부상했다. 이에 이번에도 북한문제와 관련된 접촉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북한문제와 관련해 돈 봉투 전달 파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북한이 처음 돈 봉투 전달 사실을 폭로했을 때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후 남한 측 대북접촉 실무자가 돈 봉투를 전달한 것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MB정부는 정국의 대반전을 위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현 정부 입장에서는 야당의 공세를 제압하고 돌아선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이를 통해 한반도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북핵문제도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청와대는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에 이어 남북비밀접촉사실을 폭로하면서 남한에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다. 북한이 돈 봉투 전달 사실을 폭로하면서 정상회담은 사실상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로서는 정국반전을 위한 카드를 잃은 셈이다.

이번에 MB가 박 전 대표를 만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MB가 마지막 수를 위해 박 전 대표에 지원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박 전 대표가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곧 움직일 것”이라는 말도 같이 들리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관련 논의

북한 문제와 함께 청와대에 가장 시급한 사안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연일 날카로운 일격을 가하고 있어 MB는 정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검찰 수사 결과와는 별도로 친이계 인사들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어 검찰 주변에서는 “부산저축은행사건으로 상당수 MB 측근 핵심인사들이 줄소환 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MB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장로까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가능성이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친이계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경우 올해 후반부터 MB는 말 그대로 종이호랑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친이계에 의한 정권재창출은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어진다. 정치권에서는 중수부 폐지 결정을 앞둔 시점에 청와대가 꼬리를 내린 것을 두고 “MB가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대검 중수부 폐지를 놓고 빅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문제는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너무 깊이 들어와 버렸다는데 있다. 검찰로서는 이번에도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어느 선까지 수사가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MB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잔불 처리문제를 놓고 박 전 대표와 논의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정치권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개헌과 권력이동안 대타협

MB와 박 전 대표가 정권재창출 전략 합의와 더불어 개헌과 권력이동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달 말경 보수진영에서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방향에 대해 연구한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간의 연구 기간을 거쳐 나온 이 보고서는 ▲개헌논의 방향 ▲통치구조 논의의 쟁점과제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적합성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개헌 논의의 방향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적고 있다. 이에 양측이 이 보고서를 내용을 중심으로 정권재창출과 개헌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은 정치가 순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 -중략- 대통령제의 역기능들이 노출되어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2007년 1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원 포인트’ 개헌을 대통령의 직권으로 발의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헌법의 개정문제가 뜨거운 감자로써 대두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하여 2011년 2월 1일 이명박 대통령 또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1987년 개헌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에 맞게 헌법도 고쳐야 한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개헌의 시대적 과제에 대해 보고서에는 「▲첫째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강화 ▲둘째 헌법 개정은 대외적으로 남북통일을 대비해 필요 ▲셋째, 권력집중의 독주를 막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 ▲넷째, 대통령제를 유지할 경우,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면 국회의 행정부 통제는 가능하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또 대통령제의 작동을 위해 「대통령제가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도 독재화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중략- 현재까지 대통령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논의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중략- 둘째, 중임을 허용해도 그 실익은 크지 않다. -중략- 셋째, 순수한 대통령제를 유지하려면 국무총리제도 폐지해야 한다」 등 세가지 항목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가 나오기는 했지만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위기에 봉착한 현 시점에 박 전 대표와 뜬금없이 개헌과 권력이동에 대해 논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여권 주변에서는 특정 정치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천국면을 만들기 위해 당·청의 실무라인 차원에서 오간 사담 수준의 이야기를 확대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합의설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충분히 논의됐을 법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