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사단 밀명…“뜨는 정동영 주저 앉혀라”

2005-06-29     홍성철 
‘11월이 위험하다.’여권 내부가 뒤숭숭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고, 유전개발-행담도사건과 전방 군부대 소총난사사건 등 정치적인 악재들이 겹치면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레임덕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당은 염동연 상임중앙위원 사퇴 이후 호남의원 탈당설이 나도는 등 계파간 노선투쟁도 표면화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문희상 의장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 분당설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의 이런 분위기는 향후 권력 역학구도 및 차기 대권주자 경쟁과 맞물려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4·30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권이 오는 10월 재보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경우 분당문제는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관측이다. 이른바 ‘11월 여권 핵분열 시나리오’가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인 것이다.

흔들리는 문희상 체제

11월 핵분열설의 진원지는 열린우리당. 개혁파 출신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문희상 의장 등 지도부 퇴진론을 제기하면서 일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던 당 내분이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 일고 있다. ‘4·2 당권경쟁’ 과정부터 싹터온 ‘실용파 vs 개혁파’간 파워게임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 측근이자 당내 호남세력 좌장격인 염동연 의원의 상임중앙위원 사퇴이후 전현직 지도부가 모여 계파별 모임과 자극적 발언을 자제키로 하는 등 위기수습 및 당내 화합을 결의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특히 향후 당내 역학 구도 및 차기 대선정국과 맞물린 계파별 노선투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호남 의원 탈당설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러한 관측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11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최악의 경우 분당 등 핵분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11월 위기론의 골자다.이와관련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4·30 재보선 결과 및 현재의 당 지지율을 고려할 때 10월 재보선도 회의적”이라며 “10월 재보선도 참패할 경우 분당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중진은 또 “10월 재보선을 전후로 내각에 포진해 있는 차기주자들이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한 줄서기도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기 대권구도 핵분열 부추겨

향후 당내 역학구도 및 차기대권 경쟁도 핵분열설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역학구도는 문 의장을 정점으로 한 실용파와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 등이 일정 지분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차기 대권주자군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실용파가 물밑 지원하고 있고, 김근태 복지부장관은 재야파와 가깝다. 이들 차기주자들이 당에 복귀할 경우 노선투쟁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이러한 역학구도와 맞물려 있다.특히 현 정부 출범이후 청와대와 정부 등 권력 핵심부를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내에서 만큼은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PK(부산 경남) 세력들도 향후 대권구도 경쟁에는 적극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위기론과 맞물린 핵분열이 가시화 될 경우 그 정점에는 PK세력이 자리잡게 될 것이란 분석도 이러한 전망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실제로 청와대의 핵심 포스트는 PK가 장악하고 있다. 문재인 민정수석을 정점으로 386세대 맏형격인 이호철 제도개선비서관, 윤태영 제1부속실장, 정상문 총무비서관, 권찬호 의전비서관, 차의환 혁신관리비서관, 노혜경 국정홍보비서관 등이 대표적인 PK 출신이다. 행정부에도 윤광웅 국방장관, 진대제 정통부장관,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 박흥수 농림부장관,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포진해 있다.하지만 당내에서는 PK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PK세력의 대부격인 김혁규 상임중앙위원만이 지도부에 포진해 있을 뿐이다. ‘리틀 노무현’이란 애칭을 받고 있는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는 지도부 진입을 위해 당권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낙선했다.

호남-PK세력 해쳐모여

청와대가 지난해 5월 폐지했던 정무수석실을 1년만에 다시 부활시키는 방안을 극비리에 추진했던 것도 김 특보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정무수석 대신 정무특보에 임명했지만 ‘김두관 카드’ 배경에는 다양한 정치적 노림수가 내포돼 있을 것이란 관측. 실제로 김 특보 임명 과정에는 PK세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 특보를 야인으로 오래 묻어둘 수 없고, 정동영 김근태 이해찬 등 여권내 ‘대권 빅3’를 견제할 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PK를 대표할 뚜렷한 차기주자가 부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대권구도가 이들 ‘빅3’로 굳어질 경우 ‘재집권’이라는 PK세력의 숨은 플랜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여권 대권구도는 호남 VS PK 양자구도

정동영-김근태-이해찬의 3인구도로 형성돼온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구도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신북풍으로 불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행보 이후 정 장관을 중심으로 한 호남세력과 노무현 대통령의 비호를 받으며 권력 중심으로 진입중인 PK세력간의 양자 대결구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이후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정동영 장관을 축으로 한 호남세력은 정 장관의 라이벌이던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해찬 총리를 일단 제압하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에 김혁규 문재인 김두관 등 친노직계를 대변하는 PK세력이 레임덕 차단을 명분으로 세규합과 함께 대권경쟁에 나서면서 양자간 전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정동영계는 작금의 상승기류를 바탕으로 정 장관이 10월 재보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내각에서 물러날 경우 원외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10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출한 후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정 장관과 동향(전북)인 고건 전총리가 대권경쟁에 가세하면서 호남 민심이 고 전총리쪽으로 쏠리고 있는 현실도 정 장관 조기 복당론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PK세력은 청와대와 행정부를 장악, 정 장관을 견제하는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 이후 대권주자를 본격적으로 띄운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여권 주변에서는 문재인 비서실장 기용설과 김혁규 총리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이처럼 여권내 호남과 PK세력간의 대권암투 조짐이 감지되면서 11월 핵분열설도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징후와 맞물린 핵분열설이 현실화 될지 향후 정치권 빅뱅을 예고하는 뜨거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