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대한민국은 지금 ‘파파라치’ 전성시대 불신공화국

MB정부 ‘비리파라치’ 보상·포상 확대 지급액만 40억원…‘대박사업 따로 없네’

2012-09-10     고동석 기자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현재 정부 산하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신고 보상·포상제는 불법 학원, 도박, 유사석유, 환경오염, 탈세, 의약분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을 고발하는 것부터 병역, 공직부패 고발까지 민관(民官)을 통틀어 대략 900여 개가 운영 시행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개별적인 포상금 액수도 천차만별이지만 해마다 지급되는 신고 보상 또는 포상금 규모도 백억 원대를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성능 망원 카메라와 녹음기로 무장한 파파라치들 중에는 억대 연봉을 올리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신고포상금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5년 도로 위 무법자들을 감시하는 카파라치로 단속효과를 거둔 이후 포상금제도가 다양하게 확대돼 이명박 정부 들어 급증, 전문화되는 추세다. 파파라치의 증가로 공무원을 대신해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자발적 자정 노력을 유도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사회 전반에 걸쳐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자성과 함께 불법과 탈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시 단속해야할 공직 기관들이 포상금 제도를 빌미삼아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패 신고 건수는 20021패방지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201112월 말까지 총 22102건에 이른다.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 내에 패신고센터가 설립 이후 신고 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20092693, 20103099, 20112529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이고 있다.

이명박 정들어 국고 환수를 조건으로 지출된 상과 포상금은 모두 합해 40억여 원에 달한다. 패 신고 대상은 지난 10년 동안 중앙처와 산하 기관 공직자들이 7382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방자치단체 5888, 공기업을 포함해 유관단체가 2060, 교육자치단체 1165, 헌법기관 726건 순이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의 조금을 지원 받는 민간 연구기관, 시설, 단체, 개인 등의 편취나 공금 횡령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공파라치 건당 최대 수억 원대 보상

패 신고는 적발되는 국고횡령의 규모에 따라 , 포상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리 현장을 제대로 포착하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상금을 받아낸 공파라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지자체의 하수관 정사업 공사편취를 신고해 37100만 원의 역대 최고 상금을 받은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 사건의 신고자는 리를 추가로 고발해 3400만 원을 더해 총 4500만 원의 상금을 국민권익위로터 지급받았다.

또 가로등 제작 업체인 B사가 4년 동안 각 시··구 지자체에 스텐레스 가로등을 KS제품으로 납품하기로 계약해놓고 규격 미달인 값싼 량 제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3억 원의 당 이득을 챙겼다.

이 회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퇴사한 뒤 신고하면서 B사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은 1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으로 3억 원의 당이득과 1억 원의 추징금이 국고로 환수된 이후 신고자에게는 68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됐다.이밖에도 신도시 개발현장에서 건축폐기물을 처리하는 C업체는 대낮에 폐기물을 싣고 나왔다가 밤에 다시 공사 현장으로 돌아가 버리는 식으로 처리용을 2배로 풀려 LH공사로6억 원을 편취했다. 이 역시 내고발자에 의해 권익위에 신고가 접수돼

업체 대표는 징역3년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이 내려졌고, 신고자는 8600만 원의 상금을 타냈다. 올해 권익위로 접수된 패 신고 건수는 모두 25. 국고 환수액이 468000여만 원이고, 상금과 포상금을 합해 6900만 원이 지급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상금 지급 사례를 면 알 수 있듯이 패사건들이 점차 전문화되고 그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다면서 이러

패는 내인이 아니면 외에 공개되기 어렵기 때문에 용기 있는 내인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패신고를 적극 유도하는 차원에서 내고발자의 신상을 신고 단계에서 철저히 호하고 있다고 했다.

패신고의 상금 지급한도는 최대 20억 원으로 전체 신고 포상제를 통틀어 최고금액이다. 국고 환수액을 기준으로 1억 원 이하- 20%,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2000만 원+1억 원 초과 금액의 14%, 5억 원 초과 20억 원 이하- 7600만 원+5억 원 초과 금액의 10%, 20억 원 초과 40억 원 이하-22600만 원+20억 원 초과 금액의 6%, 40억 원 초과-34600만 원+40억 원 초과 금액의 4%으로 상되기 때문에 패를 입증할 물증만 확하면 웬만한 권 당첨이 럽지 않을 수준이다.

2~3
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리 현장을 포착한 CCTV나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 증거물로 제출하는 신고 건수가 늘고 있다.

권익위는 앞으로도 정부 보조금의 정수급 행위에 대한 신고사건을 적극적으로 처리해 정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고질적인 사회적 폐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패행위는 사후에라도 반드시 드러난다는 점을 인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직 사회 전반을 한탕주의식 신고 포상금에 눈을 멀게 하는 ()파라치로 내몰아 조직 내동료들간에 신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대박 터트린 선파라치들

공파라치 못지않은 고수익 신고 포상제로는 선거법 위반 행위를 제·고발하는 ()파라치가 있다. 최고 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지난 4.11 총선 때에도 자의든 타의든 대목을 맞은 선파라치들이 적지 않았다. 총선 전이었던 2월 초 경문경 예천의 한 예터 현금 100만원이 든 서류투를 신고한 KBS 대구총국 이 모 기자는 선관위로12000만 원을 지급받아 대박 포상금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을 제한 현영희 의원 전 서관 출신 정 모 씨는 선관위 포상제도상 정당의 후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행위 등 중요 선거범죄신고자에 대해 최대 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정씨는 아직까지 선관위에 포상금 지급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찬열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관위 결산심사에서 정씨는 새누리당 공천헌금 사건을 이미 3개월 전에 선관위에 제했는데, 현재까지 뚜렷한 이유없이 포상금 지급 신청을 미루고 있다공천헌금 사건임을 숨기기 위해 현 정권이 선관위나 정씨에게 모종의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선관위 관계자는 정씨가 검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포상금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정씨에게 제보 당시 한 차례 포상금 신청방법을 안내했으며, 검찰 기소 후 다시 서면으로 포상금 신청을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의 선관위 제보를 사실 물증보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내세운 내부인의 폭로에 해당한다. 역설적이게도 새누리당 공천헌금 사건 폭로를 계기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의원들이 측근인 보좌진의 신뢰도를 재점검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선파라치 최고 포상금인 5억 원의 지급 대상자는 정씨 외에도 한 명 더 있다. 총선을 앞둔 지난 320일 영등포 선관위에 허태열 전 새누리당 의원(67)의 동생 허모씨(64)가 건설업체 대표 노모씨(66)로부터 공천헌금 5억 원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제보로 서울시 선관위는 허씨를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고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장판사 윤종구)는 지난달 17일 허씨(구속기소)에게 징역 26월에 추징금 5억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제보자 A씨는 선관위는 지급을 차일피일 미뤄 아직까지 포상금 5억 원을 받지 못했다

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급기야 일부 지급받은 금액을 제외한 포상금 36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이밖에도 경기도 선관위가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의 사전선거운동을 신고한 선파라치에게 포상금 2000만 원을 지급 결정한 것 외에, 다수의 선파라치들이 부산과 광주, 전남 선관위로부터 총 15000만 원 이상의 포상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리 나는 전업 파파라치들 연봉

각종 포상금 제도가 성행하다보니 국내 전업 파파라치도 꾸준히 늘어 대략 300~500여 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투잡 파파라치까지 합하면 3000여 명을 넘어선다.

언론과 방송매체를 통해 이들 전업 파파라치의 수익이 일반 직장인의 서너 배 이상의 억대 연봉이라고 소개되고, 실제로 TV 방송보도에서 수천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는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파파라치의 길로 들어서는 이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초보 전업 파파라치는 우연찮은 기회에 쓰레기 무단 투기를 신고했다가 2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은 것이 계기가 돼 투잡 파파라치에서 이제는 전업으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를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전업 베테랑 파파라치는 “200만 원의 포상금이 걸린물 뜨러 가는 작업’(유사 휘발유 판매 현장적발)은 대여섯 명이 한조가 돼 움직이기도 하고, 일명 식파라치로 통하는 것들 중 쇠파라치(쇠고기 원산지 표시위반) 같은 것은 두 명이 한 조 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 대상과 분야는 그때그때마다 달라진다고 했다.

전업 파파라치로 접어든지 8년째라고 밝힌 그는 실제로 억대 연봉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5년 전에는 연봉 5000만원 대였던 것이 1~2년 전부터 포상금 제도가 다양해지고 지급 액수도 올라 2억 원까지 벌어본 적이 있다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고수익을 올리는 파파라치들에게 정보 공유와 확인 사실을 위한 발품은 필수라고 했다.

그러나 각종 파라치들이 양산되고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과 사설학원까지 무분별하게 생겨나면서 사회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고 영역도 학원, 성매매, 불량식품, 유사석유, 축산물, 의료, 쓰레기투기, 과대광고, 원산지 표기, 탈세, 불공정 거래 리베이트 등 각종 불법부정 행위 외에도 공직사회 부패 뇌물수수 현장 포착까지 이제는 더 이상 사정기관의 영역이 아니다.

오죽하면 온라인상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파라치 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전업 파라파치 중에는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아예 전문 학원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전국적으로 파파라치 양성학원만 20여개가 성업 중이다. 특히 ‘3대 신고포상금제중 하나로 꼽히는 불법 학원을 신고하는 학()파라치들 중에는 평범한 가정주부들도 많다.

서울 서초동에서 파파라치 양성학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아무래도 주변 불법 학원, 과외 등 공유되는 정보가 탄탄하고 고수익을 올리는 학파라치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은 평범한 주부들 수강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