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서현·정성이·정대선’ 3인방 ‘주목’

삼성·현대차 3세들 이번엔 중소 광고시장 ‘싹쓸이’

2012-09-10     이범희 기자

유통업 뛰어넘어 창의력 사업에 몰두하는 3세들
정성이와 정대선 집안싸움 가능성 보여 ‘예의주시’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이서현·정성이·정대선’. 최근 재계에서 눈에 띄게 활약하는 재벌 3세들이다. 부모의 후광에선 벗어날 순 없겠지만 그 누구보다 미래의 청사진이 밝다는 이유로 호사가들이 주목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공교롭게도 재미난 공통점이 있다. 부모가 하는 일을 대물림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사업영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세 사람 모두 ‘광고업’에 진출했다. 박수받을 만 한 일이지만 일부 경제단체는 이들을 예의주시한다. 경제단체가 흔히 말하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모기업의 광고매출만 독식한다해도 이들 3세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의 승승장구는 불 보듯 뻔 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견 광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벌 3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다.
삼성그룹 내에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이 있고, 이 회사의 부사장직을 이 부사장이 맡고 있다.

앞서 진출한 정성이 고문도 호사가들의 이목을 끌긴 마찬가지다. 정 고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이며, 광고회사 이노션은 설립 이듬해인 2006년 광고업계 3위로 뛰어오를 정도를 기염을 토한다.
최근에는 현대기아차의 신차 발표회는 물론 해외 모터쇼에도 빠짐없이 참석할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조용하면서도, 현장을 꼼꼼히 챙기며 이노션의 마케팅과 광고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정 고문은 이노션에서 편안한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한다. 이노션의 실내장식, 사내복지 등을 꼼꼼한 손길로 챙기고 사내 식당, 카페 등을 만들어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온돌방 형태의 편안한 회의실을 만드는 등 광고 회사 고문답게 고정관념을 깬 창의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노션이 제작하는 대부분의 광고도 참신하고 독특하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또 한류스타 배용준을 기용, 일본시장에 방영할 쏘나타 광고도 제작했다.

이노션이 현재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물량을 취급하는 규모는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른다.
정 고문에게 최근 도전장을 내민 인물은 현대가의 또 다른 3세 정대선 씨다. 그의 부인은 전 KBS 아나운서인 노현정 씨로, 노 씨는 현대비에스앤씨의 사내이사다.

정 대표는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셋째 아들로, 미국 유학 후 친형인 정일선 사장이 경영하는 현대비앤지스틸에 근무하다 2008년 유씨테크(현 현대비에스앤씨)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광고계에 들어섰다.

현대비에스앤씨 자회사인 현대비에스엔아이가 올 초 광고·디자인 사업부를 신설하고, 광고대행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오다 최근 기획,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등 광고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광고대행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강자로의 등극도 예견된다.
특히 삼촌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PLM(제품수명주기관리) 등 각종 IT 관련 프로젝트를 현대비에스앤씨와 현대비에스앤아이에 맡기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향후 현대차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주목받는다.

중소광고인 불편한 심기 드러내

이처럼 모기업의 일원으로 막강한 지원군을 거느린 3세들의 광고대행업 진출은 업계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3세들이 광고시장에 진출하면 대기업의 광고대행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광고시장에 대기업 기반의 또 다른 광고회사가 발을 들여놓는 셈이 된다”며 “중소광고대행사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시장 침체로 인해 홍역을 치르는 대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 이제는 광고 수주보다 재벌가 자녀들과의 이길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예견하고 있어 힘듦이 배가 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광고대행사 대표 B씨는 “대기업이 광고를 삭감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견대행사가 떠안아야 합니다. 자체 운영하는 광고사를 통해 대행수수료를 떼가 힘든데, 이제는 자녀가 광고업에 진출했으니, 그 쪽을 밀어주는 건 당연시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대기업을 지탄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 누가 3세들의 광고영역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라며 불편해했다. 

skycros@ilyoseoul.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