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란물 시장 형성과정부터 유포경로까지

음란물 ‘홍수’처럼 범람하는 ‘포르노 공화국’

2012-09-10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란 것은 옛말이 됐다. 발달된 IT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종별, 연령별, 상황별로 분류된 각종 야동(야한 동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어 ‘포르노 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음란물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아동 음란물을 6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국가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유통 경로와 소비 실태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유통시키다가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등 허술한 법망 속에서 대한민국은 음란물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연이어 발생한 성폭행 범죄에서 많은 성폭행범들이 음란 동영상 마니아였던 것으로 밝혀져 음란물과 성폭행과의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반증됐다. 이에 음란물을 체계적으로 단속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8년 6월 대한민국 사회를 들썩이게 한 ‘O양 비디오 사건’이 터졌다. 이 비디오에는 유명 탤런트 O양의 성행위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인터넷이 활성화 되지 못한 당시 O양의 영상은 비디오테이프 복사를 통해 유포됐는데 전국으로 퍼지는데는 채 한 달 도 걸리지 않았다. 2년 후에는 제2의 O양 사건으로 불리는 ‘P양 동영상 사건’이 터졌다. 해당 동영상에는 인기 여가수가 연인이었던 음악 프로듀서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찍혀 있었다. 동영상 유포는 2년 전 속도를 초월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말 그대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유포됐다. 문제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무차별 확산·유포됐다. O양 비디오 사건이 터지기 바로 전인 1997년에는 ‘빨간 마후라’라는 제목의 성행위 동영상이 전국을 강타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C양 등 남녀 중·고등학생들이 포르노를 본 뒤 자신들이 직접 집단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가정용 캠코더로 촬영,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유포시켜 큰 충격을 안겨줬다.

대부분 셀프 촬영

국내 음란물들의 제작 방식은 과거 동영상들의 제작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캠코더·카메라·휴대전화기 등을 통한 셀프 촬영이 압도적으로 많다. 또 상대방이 몰래 찍은 몰래카메라 동영상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영상은 연인들 간의 성행위 동영상이다. 전문 촬영 장비로 찍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화질이 좋지 않고 의도성을 띠지 않은데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아 자연스럽고 적나라하다. 의도성을 띠고 상황을 연출하고 전문 촬영 장비로 찍는 외국의 음란 동영상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동영상에서는 신상이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촬영 영상에 드러나는 배경이나 대화, 옷차림 등을 통해 신상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 모자이크나 목소리 변조를 하지 않은 채로 유포돼 동영상 속 주인공의 지인들이라면 누구인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2010년 경찰청이 6개의 파일공유 사이트의 아동 음란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만들어 진 것은 383건, 해외에서 만들어 진 것은 274건이었다. 특히 아동음란물의 약 58%가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아동 음란물의 88.5%(339건)이 셀프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이었고 나머지 10.7(41건)은 제 3자가 촬영한 자발적 제작물이었다. 몰래카메라는 3건에 그쳤다. 반면 해외 아동음란물의 경우 제 3자가 촬영한 경우가 94.2%(258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셀프카메라 촬영은 5.1(14건)에 그쳤다. 해외 아동음란물은 대부분 상업적 목적으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촬영물이었다.

대다수가 자체 제작인 한국과는 달리 미국과 일본은 합법적으로 포르노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년에 5만여 편의 성인물이 생산된다. 이들 업체들은 전속 배우도 존재하고 한 해에 수십 편 가량의 성인물을 제작한다.

넓어진 유통경로, 유포는 순식간

과거에 비해 음란물의 유통경로는 넓어졌다. 과거 비디오테이프나 CD 등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유포되던 것과는 달리 온라인을 통해 손쉽고 빠르게 퍼져나간다. 성인사이트들이 당국의 철퇴를 맞으면서 웹하드, P2P 사이트, 동영상 사이트, 토렌트 공유사이트 등을 주축으로 음란물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P2P 사이트에서 음란물이 2분에 1개씩 업로드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10%가 아동음란물이다.

연인들이 기념으로 간직하고자 찍은 성행위 동영상이 실수 혹은 의도적으로 유포된 경우가 많다. 또 헤어진 후 ‘복수’를 목적으로 유포시키거나 여성에게 술이나 약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몰래 찍어 유포시킨 경우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유포자가 해당 동영상을 웹하드나 P2P에 유포시키면서 해당 동영상 제목에 동영상 속 주인공의 신상을 명시해놓는 경우가 잦다. 웹하드나 P2P 사이트에서는 실명이 거론되는 동영상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제 2,3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06년 혼자서 웹하드를 통해 약 1만4000여 편의 야동을 퍼트린 김본좌 사건,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약 4000여 편의 음란물을 유통시킨 70대 본좌 사건은 음란물 유통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을 ‘헤비업로더’라고 부르는데 업로더 들은 자신이 웹하드나 P2P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의 다운로드 횟수가 많을수록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다. 헤비업로드의 경우는 한 달 수익이 수천 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최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음란물 유통도 확산되고 있다. 채팅 어플리케이션이나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 통해 외국 성인 사이트 주소를 링크해 음란물을 공유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같은 추세에 모바일로도 접속가능한 성인 사이트들도 늘어났다.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방송인 A양의 유사성행위 동영상은 스마트폰 메신저와 SNS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됐다.

김수철, 조두순 사건부터 오원춘 사건,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까지 범인들은 모두 평소 음란물을 즐겨봤던 것으로 드러나 음란물 유통 실태에 경종을 울렸다. 전문가들도 음란물을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왜곡된 성의식을 갖게 돼 성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음란물 단속하거나 개인 대 개인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한 음란물 유통을 단속하는 것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를 발견해도 유해매체로 지정해 화면을 차단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사이버 공간 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음란물 유포를 감시하고 단속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잇따른 성범죄에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제97차 라디오 연설에서 “인터넷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음란물과 유해정보가 성범죄를 조장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음란물 유통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과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음란물 유통에 대한 대대적 단속과 함께 처벌이 강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음란물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 등 대상도 광범위하고 음성적으로 유포가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