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경숙 정체 의문 확산 영화 ‘화차’ 실사판 “누구냐 너”
우리만 모르는 양경숙의 비밀
[일요서울|오병호 프리랜서]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용서는 구하지 않겠습니다.”
민주통합당 공천과 관련해 32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라디오21’ 대표 양경숙(51)씨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참회의 심정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이 글과 관련해 그동안 32억여 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해 온 양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양씨는 지난달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양호(56ㆍ구속)씨, H세무법인 대표 이규섭(57ㆍ구속)씨, 부산지역 시행업체 F사대표 정일수(53ㆍ구속)씨에게서 각각 2억8000만 원, 18억 원, 12억 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송금 받은 혐의를 받아 지난달 28일 구속됐다.
양씨가 구속되면서 여러 소문이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과연 양씨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씨의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 관련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지난 4일 1차 계좌추적을 마치고 계좌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3일 라디오21 총무국 간부 홍모씨를 불러 밤늦게까지 입출금 내역에 대해 확인했다. 1차 계좌추적에서 검찰은 홍씨 명의의 계좌로 수억원이 들어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씨의 계좌가 양씨에게서 제3자에게 돈이 건너가기 전 중간단계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입금된 돈의 사용처를 파악하고 있다.
PR미디어 전 대표 정모씨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검찰은 정씨가 한화갑 전 의원의 처제로 양씨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건물의 다른 층에 살고 있으며 양씨와는 오랜 기간 친분을 쌓은 사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총선에서 양씨가 선거 홍보용 로고송 사업과 유세용 홍보차량 대여 사업을 하는 데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양씨가 받은 40억여 원 중 1억4000여만 원이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54) 명의 계좌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노씨와 소환시기에 대해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일 내로 2차 송금계좌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관련자들이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정확한 사실 확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진실 혹은 거짓 양경숙은 누구?
양씨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일단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무난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씨에 대한 조사는 뜻밖의 벽을 만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양씨의 정체다. 검찰 주변에는 양씨의 사기 혐의와 더불어 정체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 추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양씨의 학력과 경력 등에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씨를 두고 “벗겨도 벗겨도 실체가 나오지 않는 양파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양씨의 경력과 관련해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양씨는 구속되기 전 KBS PD와 TBN 고위직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 주변에서는 그가 1985년 KBS에 입사해 성우와 PD, DJ 등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양씨의 경력은 대부분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또 양씨는 2002년에는 한화갑 전 의원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이를 확인한 결과 당시 양씨와 근무한 이들은 대부분 양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가끔 사무실에서 봤을 뿐 양씨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이들이 없었다.
[일요서울]이 방송가 소식통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양씨는 방송가 상품 협찬담당을 하면서 처음 방송가에 발을 담갔다. 방송사에 각종 소품을 납품하던 양씨는 이후 방송사 직원의 소개로 한 전 의원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 전언에 따르면 양씨는 의원실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양씨와 함께 일한 적 있다는 한 인사는 “한 전 의원실에서 일하기는 했으나 양씨의 업무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방송가에서도 그가 여러 일에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었다. 나도 주변을 통해 듣기로는 양씨가 이 사람 저 사람 소개로 그때그때 마다 주어지는 여러 일을 했고 나름대로 일처리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양씨에 대해 여러 소문이 많지만 제대로 된 내용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내가 같이 일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잡일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양씨에 대해 알더라도 그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에 대해 알아도 모른다고 말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양씨의 학력도 의문이다. 양씨는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언론홍보대학원 방송학을 전공했다고 하지만 실제 학력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구례여고를 나왔다는 말도 있고 기전여고를 나왔다는 말도 있다. 전주여고는 분명히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양씨의 대학교 학력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치권에서 일부 인사들이 속칭 ‘학력세탁’이 필요할 경우 대학원 등에 등록만 해놓고 공부는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양씨도 그런 케이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면 양씨는 전 KBS 고위간부인 A씨에 의해 촉탁으로 KBS에서 근무하게 됐다고 한다. 양씨는 이후 방송국 성우로 명함을 파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아예 방송국 PD라고 주변 사람들에 자신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BS 내부에서는 양씨를 놓고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KBS 고위 간부로 재직 당시 이 방송사 간부 이모씨가 양씨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언노련 위원장이 됐을 때 양씨를 언노련에 연결시켰고 이를 인연으로 양씨는 언노련 관련 일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고위인사 양씨 스폰 소문
언노련에서 활동할 당시 양씨는 모 방송사의 고위인사 B씨를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양씨는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B씨와 가까워진 양씨는 이후 10여년간 이 인사와 매우 가깝게 지냈다.
방송가와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B씨와 양씨는 너무 가깝게 지내 “두 사람이 내연관계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B씨는 나중에 정치권에 진출하게 되는데 이때 B씨의 일을 적극적으로 보좌한 인물이 양씨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도 이 내용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B씨가 양씨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처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 주변에서는 양씨가 2008년 총선 당시 모 인사의 밀사로 야당 핵심 인사를 만나 공천헌금을 전달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말하자면 공천헌금 배달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필요할 경우 당시 실제로 공천헌금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도 추적할 계획이다.
모 방송사의 핵심 인사에 따르면 양씨가 ‘라디오21’을 개국할 때 B씨가 방송사 잉여장비를 지원해 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엔지니어링을 비롯해 각종 세팅을 도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인사로 S씨가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양경숙은 이후 공천권 선거에도 개입했으며 B씨의 비서실에서 차장으로 근무한 S씨가 양씨를 관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양씨는 모 유명 작가의 2006년 드라마 방영 때 간접광고 협찬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드라마 작가와 갈등이 일기도 했다고.
양씨의 사무실은 과거 마포 서부지방법원 뒤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변 식당 주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B씨는 거의 매일 양씨의 사무실에 들락거리며 식사도 같이 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한편 양씨는 민청학련활동하면서 현재 남편을 만나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남편은 현재 도시재건축사업과 시행사등의 회사를 설립하여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양씨의 친인척 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양씨가 1986년 광주에서 술집을 경영했다는 소문도 있다. 사기와 폭력, 횡령,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소송에 휘말린 적도 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출마자 96명은 양씨가 소속된 회사인 ㈜미디어쿨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미디어쿨코리아가 선거 로고송을 제작·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뒤 전혀 공급하지 않거나 일부 납품 지연해 선거운동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원고가 요구한 2억2000여만 원을 모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