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시행 8년,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나?
대한민국의 성매매 풍속도
[일요서울|서준 프리랜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됐다. 그간 한국 사회는 성매매와 관련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도 적지 않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변화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특별법 시행 전부터 우려된 이른바 ‘풍선효과’는 여지없이 나타났고,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창촌은 사라졌지만 여러 형태의 프리랜서 성매매가 많이 늘어났고, 업소들은 더욱 더 은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과연 특별법이 의미가 있냐’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법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8년, 대한민국의 성매매 풍속도를 집중 취재했다.
최근 서울특별사법 경찰관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성매매 암시 전단지’ 배포 전문조직을 검거했다. 이들은 강남 일대 길거리에 수십만 장의 전단지를 뿌리는 등 그간 성매매 범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히 범죄 집단을 검거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조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국내의 성매매가 은밀하게 변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성매매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사회 인프라
과거 집창촌이 있었을 때에는 별도의 전단지라는 것 자체가 필요가 없었다. 입소문에 의해 누구나 집창촌의 위치를 알 수 있었고, 그 곳에 가면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매매 특별법 이후 집창촌은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고 그 결과, 상당수의 집창촌들이 해체에 이르게 됐다. 이는 분명 가시적인 성과라고 볼 수는 있지만 이렇듯 전단지가 필요한 수많은 업체들이 생겨났다는 것은 분명 성매매 업소들이 ‘은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성매매 관련 범죄가 검거되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10대 청소년들이 자신의 ‘여친’을 협박해 성인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하게하고 총 300여만 원을 유흥비로 탕진한 사건이다. 10대들은 구속이 되었고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지만, 문제는 청소년들이 그러한 성매매를 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근원적인 배경이다. 이는 여전히 성매매를 하려는 남성들이 많고 미성년이든 성인이든 누구든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소위 ‘성매매 인프라’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8년 전 특별법의 효력을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취재진은 가끔씩 성매매를 한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의 말에도 특별법에 대한 두려움이나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가끔 여자 생각이 날 때면 주변의 성매매 업소를 찾곤 한다. 지금도 성매매를 하는 곳은 여전히 많다. 이발소도 있고, 휴게텔, 변종 스포츠 마사지 업체, 일반 안마시술소도 있다. 하다못해 변두리 지역에서는 다방에서도 오럴섹스를 해주기도 한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지역에 있는 것도 아니다. 유흥가에만 가면 어느 곳에서든 그런 곳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나만 원하면 언제든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성매매를 하기에 너무도 편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매매 특별법 그런 게 아직도 효력이 있는가. 경찰이 단속을 하는 건 하는 거지만, 그런 것들이 특별법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동네에서 하는 성매매까지 경찰이 과연 단속을 할 수 있을까.”
성매매와 관련된 한국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은 유흥업소 관계자들에게 더 정확히 들을 수 있다. 아무래도 그들은 직접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 유흥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매매 특별법? 그런 게 있었나?”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기억조차 아득하다. 그때 당시에는 한참 언론에서 떠들고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것 같았는데, 막상 지금 되돌아보면 그것도 하나의 전시행정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당시의 공무원들이 성매매를 뿌리 뽑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지금의 현실을 보면 당시의 특별법은 뭔가 근본적인 의미에서 잘못 시행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집창촌이 없어진 것은 커다란 성과였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또 다른 변태 업소를 양성한 것에 다름 아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치웠을지 모르지만, 쓰레기가 생산되는 근본적인 구조를 제거하지 못했다고 할까. 어쨌든 우리 같이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성매매 특별법은 그 효력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나 무엇보다 특별법이 남긴 후유증은 이제 누구나 성매매에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집창촌은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변태적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어진 상태로 도심 곳곳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성매매 관련 법률에 대한 회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性)을 팔고 살 수 있는 근본적인 사회구조나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떤 법률을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성매매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유흥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무리 경찰이 단속을 한다고 해도 결국 여자를 찾는 손님은 끊이질 않게 마련이다. 우리가 성매매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성매매를 지속적으로 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점에서 여자를 찾는 남성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단속과 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악순환의 숨바꼭질이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을까.”
하지만 성매매가 근절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국가의 지속적인 단속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멈추어지지 않는 이상, 성매매는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언젠가는 완전히 근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