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높이려 온갖 형태로 노동자 쥐어짰다”

美, 롬니 펀드 ‘먹튀 논란’

2012-09-05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미트 롬니(65)가 창업한 사모펀드 베인캐피털(Bain Capital)이 한국에서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베인캐피탈 소유의 센싸타테크놀러지스코리아(이하 센싸타)가 인건비가 낮은 중국으로 생산 설비 이전을 밝히면서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 계획을 통보한 것이다. 이에 센싸타 노조 측은 “사측의 이윤확보를 위해 우리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며 저지에 나섰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이틀 뒤 센싸타 측이 희망퇴직 계획을 공고하면서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베인캐피털은 미국에서 ‘일자리 팔아먹는 대장(Outsourcer-in-Chief)’이란 별칭이 붙어있다. 이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중국, 인도 등 인건비가 낮은 국외로 아웃소싱하는 산업관행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서 비롯됐다. 또 최근에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먼군도에 다수의 투자펀드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세 회피 논란이 재연됐다.

올 초부터 중국으로 라인이전

베인케피털은 2006년 반도체 접속장비, 각종 자동제어부품 및 합판금속제품 제조·판매사업을 위해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인수, 센서·제어부품 사업부문을 분사해 센싸티를 설립했다.

충북 진천에 공장이 있는 쎈싸타는 모토프로텍터, 자동차용 센서 등 항공기와 자동차,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접속장비와 자동제어부품 등을 만드는 회사다. 센싸타 설립 이후 베인캐피털은 미국과 일본, 헝가리에 있던 생산시설을 한국에 이전했다.

센싸타는 2010년 1665억 매출에 영업이익 288억 원, 지난해 2161억 매출에 161억 원의 영업 이익을 낸 재정구조가 탄탄한 회사다. 하지만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 따르면 회사를 베인캐피탈이 인수한 이후 임금과 근로조건은 오히려 대폭 나빠졌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미국발 경제위기로 2009년 임금이 동결됐고, 1년 365일 주말도 없이 3교대로 일했다”며 “회사 재정이 어려워졌다며 화장실 휴지를 없애고 겨울에도 찬물로 기름때를 씻어야 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2006년 이후 100여 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2007년에는 관리자를 주축으로 20여 명이 회사를 관뒀고, 2008년에는 현장직을 중심으로 45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매년 4~5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물량이 줄거나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수직상승한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회사 측이 중국으로 라인 이전을 시작하면서 고용불안이 심화됐다. 노조에 따르면 10월 중 9.5개의 라인 중 4개 라인을 제외하고는 중국으로 이전된다. 라인 이전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인원의 과반 이상 회사를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올 12월이나 내년 상반기 중에 모든 라인이 중국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6년 전 한국으로 옮긴 생산설비를 다시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회사 측은 올해 초 공장장과 이사가 직접 고용안정과 설비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고용 보장 약속과는 달리 아무런 조치가 없는 채로 중국으로 라인이 옮겨가자 이 회사 근로자들은 지난 5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생산설비 중국 이전으로 인한 고용불안 해소 ▲지속적으로 후퇴해 온 고용과 근로조건의 정상화 ▲최저임금법 위반과 체불임금 해소를 목적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 설립 이후 노조 측과 사측 간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회사가 노조 결성 이틀 뒤인 지난 7일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한 것. 충돌이 일기도 했다. 지난 24일 오후 2시 30분께 미국에서 설비해체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한 것. 이 설비해체 전문가는 30분 가량 현장을 둘러봤으나 근로자들의 강력 항의·저지에 현장을 떠났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센싸타는 2006년 이후 5년간 788억 원의 이익금을 챙겼다. 해마다 당기순이익 150억 원씩 적립한 것과 똑같다”며 “노동자들에게 성과금을 주지 못할망정 퇴직으로 내몰고 있다. 센싸타는 희망퇴직을 실시할 아무런 명분이 없는데도 희망퇴직을 밀어부치는 것은 노조를 깨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388억 달러(45~50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베인캐피털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273개 기업을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센싸타는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20%로 2009년 이후 이자를 지불하는 차입금이나 사채 등은 하나도 없다. 진천공장의 순자산만 949억 원에 달한다. 노동자들은 이 같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회사가 노조를 만들자마자 노조 상의 없이 희망퇴직을 공고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또 “2006년 매각 이후 5년간 투자는 일어나지 않고 인원감축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이윤을 높이기 위해 온갖 형태로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며 “중국으로 라인 이동 역시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알짜 기업을 단지 더 큰 이윤확보를 이유로 중국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먹튀행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은 이윤추구 못지않게 지역사회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와 같은 사회적 책무를 갖는다. 센싸타처럼 회사가 탄탄한 상황에서 중국으로 설비를 이전한다는 것은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다”라며 “회사 계획대로 생산설비가 이전되면 노동자 대부분이 일자리를 일어 노동자를 비롯, 그들의 가족을 모두 합친 인원인 500여 명이 생계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요서울]은 노조 측 주장에 대한 센싸타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센싸타 측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