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위험성 높은 경우 강제구금이 화학적 거세보다 더 안전”

성범죄 이대로는 안된다… 적극적·공격적 제도 도입 목소리 높아

2012-09-05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최근 서울과 수원에서 끔찍한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특히 성범죄 재범률이 높아지면서 성범죄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보다 강력한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사실상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성폭력 전자발찌 착용자 가운데 재범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위험 1등급’으로 분류해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성충동 약물 치료인 ‘화학적 거세’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한 것. 하지만 실효성 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경우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형기를 마쳤더라도 보호수용하는 등의 재범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고 나면 터지는 강력사건 그 중에서도 특히 흉포해지는 성범죄 때문에 딸 가진 부모와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성범죄 재범률은 매우 높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성범죄로 검거된 2만189명 중 성 관련 전과가 있는 재범자는 9115명으로 재범률이 45.1%에 달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년 51.3%(검거 1만470명 중 재범 7220명), 2008년 50.4%(1만5235명 중 7677명), 2009년 48.1%(1만6479명 중 7924명), 2010년 45.2%(1만9712명 중 8918명)이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 재범률은 10~15% 수준이다.

재범률 높은 성범죄

세계적으로도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교해서 재범률이 높은 범죄다. 재범률이 높은 만큼 성범죄자 관리도 철저하고 처벌 또한 인정사정없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초범이라도 죄질이 나쁘면 곧바로 종신형을 선고하기도 하고, 성범죄자의 성명, 나이, 인종, 성별, 생일, 키, 몸무게, 눈동자색 등의 신상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알 수 있는 미국, 아동성폭행범의 경우 정신과 의사로부터 재범의 우려가 없다는 진단을 받을 때까지 정신병원에서 강제 입원치료를 받도록 하는 프랑스, 아동 성폭행범에게는 예외 없이 종신형을 선고하고 가석방도 불가능한 스위스의 사례를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관리 체계와 처벌은 느슨하고 허술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직장인 상당수는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 및 방지대책이 매우 느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4월 직장인 4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5%가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 및 방지책에 대해서 ‘매우 느슨하다’고 대답했다. 또한 19.3%는 ‘약간 느슨하다’고 답해 10명 중 9명 꼴인 91.8%가 성범죄 방지책이 느슨하다는 의견이었다. ‘보통이다’는 7.1%, ‘약간 강경하다’는 1.1%였다.

이런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잇단 강력 성범죄 발생으로 정부의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여론이 갈수록 따가워졌다. 이에 정부가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일명 화학적 거세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적용 조건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화학적 거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워졌다.

이와 관련해 허찬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전 한국정신치료학회장은 “사실 화학적 거세보다 더 안전한 방범은 강제 구금하는 방법이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경우 구금을 연장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치료감호처분을 받은 경우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서 치료감호처분을 받은 기간이 지났더라도 재범위험성을 이유로 퇴소를 유보하고 지속적인 치료감호 명령을 내려 강제구금을 연장시킬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의 형기가 끝났더라도 심리학자와 교도관의 평가 결과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석방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종신형을 선고받지 않은 경우라도 교화가 됐다는 확증이 없다면 장기형을 살 수 있다.

허 전문의는 성범죄자들이 일부는 치료감호처분을 받지만 교정기관에서 복역하도록 처분을 받은 경우 자신의 복역기간이 끝나면 재범위험성과는 관계없이 퇴소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처럼 교도소 퇴소 직전 일정기간 동안 성범죄자 치료 센터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최종적인 정신의학적 평가를 철저히 선행한 후 퇴소시키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평가 결과 지속적인 재범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구금상태를 연장시켜 집중적 치료를 제공하고, 교도소 출소자의 경우는 추가로 강제 구금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 보호수용제 추진 논란

최근 묻지마 범죄가 빈발하자 검찰은 살인, 성폭력, 흉기 상해 등 특정 강력범죄자를 사회와 격리하는 ‘보호수용제’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 제도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가 형기를 마친 뒤에도 추가로 별도 보호시설에 수용해 교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추진을 놓고 이중처벌 논란과 함께 인권침해 비판에 따라 폐지된 보호감호제도가 보호수용이라는 제도로 사실상 부활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검찰은 “보호수용제는 적용범죄를 살인, 성폭력, 방화, 흉기상해 등 특정 강력 범죄로 한정하고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호감호제의 문제점을 보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허 전문의는 “사실 자신의 형기와는 무관하게 단지 미래의 위험성을 이유로 강제구금하는 것은 인권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때문에 이런 경우 국가가 매우 적극적 치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매년 치료효과가 있는지 철저한 평가가 요구된다. 적당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고 강제구금 기간만 막연하게 연장하는 것은 인권차원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보호수용제도가 도입될 필요성에는 동감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는 삼진아웃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보호감호보다 더 흉악한 제도가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인권수준이 낮거나 민주주의가 우리보다 더 발전하지 못해서 이런 제도들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이런저런 방법을 다 강구해도 도저히 이 사람의 재범을 방지 할 수 없다면 사회의 안전과 공익을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이 사람을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보호수용제도는 아주 선별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 제도의 도입을 본질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 전문의는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수행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가칭 ‘성범죄자 치료 및 관리국’이 개설될 필요성이 있다”며 “이 부처에서 성범죄자의 심리치료·약물치료와 치료 요원을 공급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또 성범죄자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정책을 개발 및 성범죄자 정신치료·성충동약물치료와 같은 사업을 연구해야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