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회장 손자들, 농심 지분 확대

농심그룹, 벌써부터 3세간 경영권 분쟁?

2012-09-04     강길홍 기자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농심(회장 신춘호)의 오너 3세들이 지분 매입 경쟁에 나서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신춘호 회장의 5남매의 자녀 11명은 지난달 경쟁적으로 농심홀딩스 지분을 매입했다. 농심홀딩스의 최근 주가는 ▲‘하얀국물’ 라면 열풍에 따른 실적악화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하는 먹는샘물 삼다수 유통권에 대한 법적분쟁 ▲라면값 담합에 따른 천문학적 과징금 처분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와중에 미성년자가 포함된 오너 3세들의 지분 매입 경쟁은 주가 약세를 틈탄 경영권 승계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농심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너 2세들이 3세들을 앞세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농심 오너 3세들 지난달 농심홀딩스 지분 매입 경쟁
계열사 입사로 경영수업 시작…딸들의 반란 펼쳐질까

신춘호(83) 농심그룹 회장의 3세들의 농심홀딩스 지분 매입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은 농심이 지주회사로 재편된 이후 신 회장에게 증여받은 농심홀딩스 주식을 기반으로 배당금 등을 꾸준히 재투자하면서 지분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일 신동원(55) 농심 부회장의 장남 신상렬(19) 군은 농심홀딩스 주식 1239주를 매입하면서 농심家 3세 중 가장 높은 0.8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같은날 신동원 부회장의 장녀 신수정(25) 씨와 차녀 신수현(22) 씨도 각각 416와 410주를 매입하면서 보유지분율이 0.27%가 됐다.

나흘뒤인 7~8일에는 신춘호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45) 씨의 차녀 서호정(17) 양이 이틀에 걸쳐 총 334주를 취득했고, 16일 또다시 66주를 매입했다. 서호정 양의 지분율은 0.25%다. 신윤경씨의 남편은 서경배(50) 아모레퍼시픽 사장으로 서호정 양은 서경배 사장의 딸이기도 하다.

신동익(53) 메가마트 부회장의 아들 신승렬(23) 씨와 딸 신유정(20) 씨도 16일 각각 400주와 385주를 취득했다. 20일에는 신동윤(55) 율촌화학 부회장의 딸 신은선(24) 씨와 아들 신시열(22) 씨도 각각 400주씩 취득했다.

21일에도 신춘호 회장의 장녀인 신현주(58) 농심기획 부사장의 두 딸인 박혜성(32)·박혜정(28)씨가 각각 450주와 400주를 취득했고, 신윤경씨의 장녀 서민정(21) 씨도 400주를 장내매수했다.

오너 3세들의 지분 매입은 경쟁을 펼치듯 20여 일간 이어졌다. 이번 주식거래로 오너 3세들은 0.81~0.2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으며, 11명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3.48%에 달한다. 농심홀딩스 최대주주인 신동원 부회장(36.88%)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19.69%)에 이어 세 번재로 많은 수치다.

농심家 3세들은 2003년 할아버지인 신춘호 회장에게 증여받은 농심홀딩스 지분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활용해 매년 꾸준히 지분을 늘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부분 미성년자였던 3세들의 평균연령도 20대를 넘어서면서 경영참여도 가시화 되고 있다.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농심그룹에 입사한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의 장녀 박혜성씨는 20대 중반부터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올라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농심家의 경영권 분쟁이 2세를 뛰어넘어 3세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분쟁 대 이을까

농심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까지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지만, 지난 4월 열린 농심 주주총회에서 3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농심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전까지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동익 부회장의 등장은 후계구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는 하얀국물 라면 열풍이 불면서 농심의 실적이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심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삼다수 유통권과 관련해 제주도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라면값 담합 행위로 1080억 원의 천문학적인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도 신춘호 회장이 장남에게 마음을 돌아서게 만든 요인으로 지적된다. 반면 농심이 흔들리는 사이에 신동익 부회장이 이끄는 메가마트는 꾸준히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동익 부회장이 농심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과 더불어 오너 3세들의 주식매입 경쟁이 이어지면서 농심그룹 경영권의 향방은 안개 속에 가려진 형국이다. 아직까지는 신춘호 회장이 건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80이 넘은 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경영권 분쟁의 뇌관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3형제의 나이차가 2살 터울에 불과한 점도 이들의 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장녀 신현주 부사장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와 국내 주식부호 4위에 올라 있는 서경배 사장을 남편으로 둔 신윤경 씨가 딸들의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지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신춘호 회장 역시 형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경영마찰을 일으킨 후 농심으로 독립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농심그룹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형제들이 보유한 지분 구조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36.88%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홀딩스는 농심 지분 32.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19.69%와 율촌화학 지분 6.08%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이 없는 대신 메가마트 지분 57.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은 두딸과 농심그룹의 계열사 쓰리에스포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농심기획 지분 40%도 가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3세들의 지분 매입은 경영권과 관련이 없다”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해명할 부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