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영화] 영화 the Lady

“부디 우리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여러분의 자유를 행사해 주세요 - 아웅산 수치”

2012-09-04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돼 찬사를 받았던 영화 ‘더 레이디’가 가을 문턱에 스크린으로 찾아온다.

‘더 레이디’는 15년간의 가택연금이라는 단절된 삶 속에서도 미얀마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투쟁해온 아웅산 수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군사정권에 의해 억압과 핍박으로 얼룩진 미얀마의 현실을 그의 삶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다.

평범했던 주부 아웅산 수치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가족들과의 생이별을 겪으며 기나긴 투쟁의 회오리에 뛰어들게 된다. 아이들의 엄마로서, 자유를 그리는 국민들의 지도자로서 고뇌하며 보낸 긴 어둠속에서의 투쟁을 배우 양자경의 절제된 묘사와 세밀한 감정표현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1945년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아웅산 수치는 2살 되는 때에 아버지가 피살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이후 외국생활을 하며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영국에서 평범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아웅산 수치는 1988년 위독한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귀국하게 되고 참혹한 미얀마의 현실은 맞닥뜨리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조국 민주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앞장서게 된다.

이에 독재 군사정권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을 탄압하고 그를 가택연금 시켜 세상과 단절시킨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홀로 쓸쓸히 15년이라는 외로운 싸움을 견뎌낸다.

그가 민주화를 위해 바친 일생과 믿음에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었던 남편 마이클 에이리스와 두 아들이 있었다. 남편 마이클 에이리스는 자신의 아내를 묵묵히 지지하며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이클 에이리스는 암 투병 중 아내의 신념을 지켜주기 위해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소식을 접한 아웅산 수치도 꿋꿋했던 마음이 처음 흔들리지만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끝내 남편의 죽음을 지키지 못하고 눈물을 가슴에 새겨야 했다.

특히 영화는 1991년 아웅 산 수치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남편과 두 아들이 대리 수상하는 장면에서 라디오로 시상식을 듣는 아웅산 수치와 시상식장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가족 간의 그리움을 절실하게 표현해 감동을 더했다.

이번 작품에서 아웅산 수치로 완벽하게 분한 중화권 스타 배우 양자경은 “그녀를 연기하는 것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되는 것과 같았다”고 촬영소감을 밝혔다. 또 “비록 작고 가냘픈 여성일지라도 내면에서 뿜어지는 에너지는 세상 어느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 아웅산 수치를 직접 만났던 일화를 회상하기도 했다.

양자경은 그를 몸소 받아들이고 재현하기 위해 아웅산 수치가 쓴 글과 좋아했던 글을 탐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또 우아한 영국식 발음뿐만 아니라 장군의 딸로서 위엄이 느껴지는 중후한 미얀마어를 익히기 위해 6개월 동안 연습을 했다. 그의 노력은 영화 속 연설장면을 완벽하게 미얀마어로 소화해 내면서 뤽 배송의 감독의 존경과 찬사를 받기에 이른다.

영화 ‘더 레이디’를 위해 하던 일을 제쳐두고 제작에 2년간 모든 걸 쏟아 부은 뤽 배송 감독은 “진실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채 15년을 보낸 아웅산 수치의 삶을 녹여내고자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만큼 영화 곳곳에서 감독의 고민이 묻어난다.

또 감독은 “이 영화가 수치 여사의 주장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감동받았으면 좋겠다”고 제작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영화는 132분간의 적잖은 시간에 아웅산 수치의 10년여간의 삶을 그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담겨있다. 하지만 수년 간 겪어왔던 내면의 변화, 미얀마의 내부 상황, 국제관계 등을 치밀하게 다루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영화 속에 그려진 미얀마의 참상은 과거 우리의 역사와 교차돼 관객들의 마음 한 켠을 짠하게 만든다.

영화 ‘더 레이디’는 오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