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정치권 로비 일파만파

MB 최초 ‘물방울 다이아몬드 게이트’로 비화

2011-05-31     전성무 기자
검찰 사정 칼날 정치권·MB 측근 정조준

사상 초유의 금융비리 사건인 부산 저축은행 사태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 전·현직 고위 간부들에 이어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도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한 정황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은 전 위원인 10억 원 상당의 ‘물방물 다이아몬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MB 정권 최초의 ‘물방울 다이아몬드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파문을 따라가 봤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의 새로운 사실들이 검찰 수사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저축은행 사건에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7조 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르기까지 뒤를 봐준 것으로 알려진 금융감독원 전·현직 간부들이 잇따라 구속된 데 이어 은 전 감사위원도 청탁과 함께 10억 원대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수억 원 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 전 위원은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법률지원단장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에 일등공신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 은 전 위원 외에도 이 대통령의 최 측근들이 다수 연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그동안 저축은행 내부비리와 특혜인출 경위를 파헤치는데 주력해 왔다.

검찰은 지난 5월 17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창구를 맡았던 것으로 지목된 금융브로커 윤여성(56·구속)씨를 체포하면서부터 수사의 초점을 정관계 상층부로 정조준한 상태다.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는 은 전 위원도 윤씨와 다수 접촉하면서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감사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각종 청탁과 금품, 부적절한 민원이 오갔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브로커 윤영성은 누구?

윤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내에서 ‘회장님’으로 통한다. 이런 그가 검찰조사에서 닫힌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윤씨를 이번 수사의 향배를 결정할 결정적인 인물로 보고 로비 경위와 대상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작년 초 누적된 부실이 표면화되면서 감사원과 금융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불법대출로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을 살포하며 금융권과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퇴출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구명 로비’를 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지난 5월 25일 호남지역 출신 유력인사들 사이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박형선(59) 전 해동건설 회장에 대해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 비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의도에 대해서도 시선이 모아진다.

부산저축은행의 2대 주주인 박형선 전 회장은 박연호(61) 회장, 김양(59) 부회장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주요 임원들과 광주일고 동문으로 윤씨와는 다른 라인에서 ‘투 트랙’으로 정관계 로비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의 핵심 배후에 지역 명문 고교인 광주일고 출신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광주 출신의 K 의원과 J 의원이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지난 5월 1일 대검 중수부가 구속기소한 박연호 회장과 김 부회장을 비롯해 김민영 부산ㆍ부산2저축은행장은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 역시 이 학교 출신이며 금융감독원(옛 증권감독원) 출신인 문평기 전 부산2저축은행 감사 또한 광주일고를 나왔다.

이들은 5개 계열은행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그룹 임원회의의 핵심 구성원으로 알려져 있다. 대출을 가장한 직접투자의 대상과 액수, 세부조건까지 결정하며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금감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요구로 유상증자를 할 때 학교법인 포스(포항공대)에서 500억 원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K자산운용 J대표 역시 고교 동문이다. K자산운용은 박연호 회장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신용평가정보(서신평)의 최근 재무 위기와도 연결돼 있다.

검찰은 이들이 학맥을 이용해 정ㆍ관계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008년 부산저축은행이 심각한 부실 상태였던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을 인수ㆍ합병할 당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출신학교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박형선 전 회장의 ‘역할론’도 제기됨과 동시에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로비를 벌이던 시점에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참여정부 고위인사들도 이미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박연차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초유의 사태가 왔고, 이후 폐지 압박까지 받아야 했던 대검 중수부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수사를 벌이겠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참여정부 인사들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수부가 정치적 역풍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적정한 선에서 저축은행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이미 100여 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3개월째 7조원 대의 금융 비리를 파헤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부산저축은행그룹 내부비리, 금융감독기관 부실검사, 정관계 로비, 특혜인출, SPC(특수목적법인) 비리 등 5개축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재산환수 팀까지 가동하면서 수사팀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정치권 초긴장 검찰 수사에 촉각

하지만 정치권은 사정이 다르다. 검찰의 수사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의 진전도 있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저축은행 불법 대출 및 인출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 방위로 확산되면서 정치권이 초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은 전 위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이 전 정권은 물론, 현 정권의 목전에까지 칼을 겨누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 정부의 경우 사세 확장을 위해, 현 정부에서는 비리 무마와 퇴출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정ㆍ관계 로비를 벌인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게다가 대검 중앙수사부와 부산지검(부산저축은행), 서울중앙지검(삼화저축은행), 광주지검(보해저축은행), 춘천지검(도민저축은행)에서 동시다발로 수사가 이뤄져 대대적 사정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은 전 감사위원의 수사를 계기로 검찰의 정ㆍ관계 수사가 본격화 될 것”이라며 “벌써부터 여야 정치인의 이름이 광범위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나라당의 경우 부산에 연고를 둔 K 의원, H 의원, 민주당에서는 광주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일부 의원들과 함께 고위 공직자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권은 저축은행 사건이 통상적인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는 달리 서민들을 상대로 한 ‘반(反)민생 범죄’라는 점에서 수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영업정지 전 특혜 출금한 정치권 인사 K, C 의원까지 거론되고 있어 공론화될 경우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이처럼 검찰 수사 경과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를 뒤집어 높을 수도 있을 만 한 메가톤 급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는 배경이다.

여야는 이 때문에 조속히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의원 30여 명은 최근 저축은행을 둘러싼 각종 비리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

정옥임 의원은 지난 5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 속에서 일하는 정치, 입법을 통한 정치를 지향하는 우리의 약속에 대해 당내 여러 의원들이 그 취지에 동의해 줬다”고 밝혔다.

이틀 전 한나라당 초선 의원 15명은 입법 활동을 위한 가치연대를 맺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 ▲북한인권법 ▲국회 선진화 법 통과와 함께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당 지도부에 공식 요구했다.

정 의원은 “이미 강조했듯이 우리는 특정모임을 지향하지 않고, 그 어떤 계파도 넘어 선다”며 “6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우리의 취지에 동의하는 의원들과 함께 우리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계획을 수립해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전 정권에서 신용금고에 ‘저축은행’이란 이름을 붙이고 각종 규제를 풀어줬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듭 요구했지만 검찰 수사가 전 정권 인사까지 겨냥하고 있는 것은 전형적 ‘물타기 수사’라며 경계심도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전 정권 인사 수사에 경계

이용섭 대변인은 “국정조사와 검찰수사를 통해 진상이 드러날 것”이라며 “다만 현 정부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비리 연루를 희석하기 위해 전 정부를 들먹이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축은행 사태가 금융당국에 이어 정관계 핵심부까지 불똥이 튀면서 저축은행들의 로비 범위가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경우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