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학폭 기재 계속 보류” vs 교과부 “제재”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학교폭력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문제를 두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 성향의 시·도교육감 간 대립이 지속되면서 일선 교사들의 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광주․강원교육청에 이어 경기교육청도 학교 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안의 경중이나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 합의 등에 상관없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할 경우 대학진학 등에서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는 법 상식에 어긋나고 교육적 가치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 대책이다. 교육과 인권의 이름으로 허용할 수 없다”며 기재 보류 방침을 못 박았다.
그는 또 “학생부에 관련 기록이 남지 않는 학생선도 사례 및 형사처벌 학생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해당 기록을 졸업 후 5년 동안 보존하면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개선 권고까지 수용할 수 없다며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 방침을 유지하기로 한 교육과학기술부 기침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경기도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학생부에 기재된 고교 3학년 학생은 17명으로 파악됐다. 도교육청은 대입 수시 원서접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 이들 17명의 학교폭력 관련 기록을 삭제한 뒤 대학 측에 학생부를 제출하도록 하기로 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기록 삭제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점도 고려했다.
도교육청은 교과부 지시에 따라 지난 22일까지 실시한 학교폭력 학생부 기록 실태 조사 자료도 교과부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김 교육감의 보류 결정으로 그동안 시국선언 교사 징계, 학생인권조례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교과부-경기도교육청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두 기관 사이에서 일선 학교와 교사들의 혼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교과부가 학생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을 경우 특별감사 등을 통해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선 학교나 교사가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처분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으면 처벌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부에 기재하면 도교육청 방침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조치사항 기재를 보류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 같은 정부 지침을 거부하고 있는 전북교육청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의 하나로 전국 시ㆍ도교육청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지시한 바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학생부 기재 개선을 교과부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