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이 환하게 웃지 못하는 사연
미래에셋그룹(회장 박현주)이 지난해 인수한 글로벌 골프업체 ‘어큐시네트’의 작년 영업이익이 6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지 못한다. 인수 작업에 함께했던 산은금융그룹(회장 강만수)과 국민연금(이사장 전관우) 측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 기업이 인수전에 참가해 고생을 함께했지만 공로는 미래에셋그룹이 챙겼고, 동종업계를 제외하곤 이번 인수전이 미래에셋의 주도하에 산은과 국민연금이 따라만 다녔다며 산은과 국민연금의 역할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이 운영하는 미래에셋 사모펀드(PEF)는 지난해 7월 미래에셋파트너스 7호를 통해 어큐시네트 인수에 성공했다. 어큐시네트는 타이틀리스트(골프공), 풋조이(골프화) 등 글로벌 골프용품 1위 브랜드를 보
유한 업체다.
어큐시네트는 지난 한 해 꾸준한 매출 호조로 세계 경기침체에도 매출액이 14%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0% 증가했다. 매출액은 13억3400만 달러, 영업이익은 1억700만 달러에 이른다.
애초 미래에셋 PEF는 어큐시네트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총 인수자금 12억 달러 중 5억2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PEF에서 박 회장의 미래에셋이 투입한 자금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1억 달러에 불과하다.
오히려, 어큐시네트 인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래에셋 PEF에 투자한 국민연금 자금 2억 달러와 산업은행이 주선한 인수금융 7억 달러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재무개선을 위한 자회사 매각 시 인수가 선정에 까다로운 미국 기업이 미래에셋을 선택한 것도 전적으로 국민연금과 산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거래 막판 미래에셋이 어큐시네트 인수가 자신들 주도의 성과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산은과 국민연금 측이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도 동아일보는 <미래에셋 사모펀드, 어큐시네트 인수 어떻게 이뤄졌나> 제하의 기사에서 “글로벌 1위 골프용품 기업인 미국의 어큐시네트 인수는 미래에셋사모펀드가 ‘각본'과 ‘연출', ‘주연'을 모두 맡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고 보도해 산은과 국민연금의 화를 돋웠다.
산은 관계자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는 말처럼 모든 수고는 우리와 국민연금이 함께했는데, 그 공은 미래에셋이 다 가져갔다”며 “(인수전 당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아디다스그룹은 미래에셋보다 좀 더 많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인수전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에셋이 가격 차이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고심 끝에 12억 달러를 최종가로 결정했고, 그 이면에는 국민연금과 산은이 있었다”며 미래에셋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도 산은과 국민연금이 미래에셋과의 비즈니스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미래에셋證, KDB운용에 34억 원 규모 소송
더욱이 지난 8일 미래에셋증권이 산은금융그룹 계열사인 KDB자산운용을 상대로 펀드손해배상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앙금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
구상금 청구 금액은 34억 원에 불과하지만, 운용사가 약관을 위반했다는 판매사 측 주장과 판매사가 펀드를 불완전 판매했다는 주장이 맞서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이 예견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산은미래터전사모펀드'를 운용한 KDB운용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부동산 경기 불황 속에 펀드 손실이 발생해 28명의 전체 펀드 수익자 중 원리금상환을 요청한 일부 수익자들에게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34억 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소송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이지만 미래에셋증권에도 도의적인 문제는 있다고 지적한다.
수익자가 손실 난 펀드에 대한 환매 및 배상을 요구하면 운용사와 판매사는 사전 합의를 거치기 때문이다.
‘산은미래터전사모펀드’의 경우 펀드 자산이 유동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사가 단독으로 손실을 배상한 것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발생이라는 지적이다.
타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 귀책사유가 의심되는 상황이며, 판매사는 수익자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위험이 있다보니 일단 수익자 불만 해소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손해배상이 진행됐을 수 있다”며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불법 행위의 정도가 더 큰 곳에서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현재 양사는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소송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상대 측이 제시한 약관위반과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측의 섭섭함이 극에 달했고, 그 결과 미래에셋의 ‘보여주기식’ 경영에 산은금융과 국민연금이 ‘괘씸죄’를 적용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