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태우, '비자금 회사' 지분 없다"

2011-05-26     김종민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세운 회사에 대한 지분을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결국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6일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세운 냉동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며 조카 호준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도 50%의 회사 지분이 있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또 노 전 대통령이 "호준씨 등이 회사 이사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며 오로라씨에스(舊 미락냉장)와 호준씨 등을 상대로 낸 이사지위등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원심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돈을 맡길 당시 원고와 (동생) 재우씨의 의사는 노모와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돈을 어떤 형태로든 유지·보전하고 있다가 반환하라는 것일 뿐, 회사 설립·운영을 위임하되 서로간 회사 지분을 공유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원고가 회사의 주식 50%의 실질주주라고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원심 판결에는 법률행위의 해석이나 계약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8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120억원을 재우씨에게 맡겼고 재우씨는 이 돈으로 냉동창고업체 오로라씨에스를 세웠다. 문제는 2004년 4월 발생했다. 조카 호준씨가 회사 소유의 110억원대 부동산을 자기 소유의 유통회사로 싼값에 매각한 것.

결국 노 전 대통령은 호준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호준 씨 등이 회사 이사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도 냈다. 하지만 각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모두 노 전 대통령에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은 회사 주식 50%의 실질 주주로 회사를 위해 소송을 낼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1심이 노호준 씨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심리해 판단하지 않은 채 각하 판결한 것은 취소되야 한다"며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