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잇는 동서식품의 국부유출
동서그룹, 오너 3세 품으로?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동서식품의 국부유출이 대(代)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서식품은 (주)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드사가 50대 5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다. 국내 커피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매년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1000억 원대 배당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0%가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또한 배당금과 별도로 지급되는 로열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동서식품의 국부유출이 대를 이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동서식품을 바라보는 식품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매년 1000억 원대 배당 실시…배당금 50%는 미국계 회사로
오너 3세 대주주인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편법증여 논란도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중견기업의 주식증여가 줄을 이었다. 증여세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속셈이다. 또한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다음 정권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한몫했다.
동서그룹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지난 6월 1일 (주)동서는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이 지분 60만 주를 자녀인 종희·은정·정민씨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장남인 김종희 상무는 60만 주 가운데 30만 주를 증여받았다.
김상헌 회장은 지난해에도 김종희 상무에게 80만 주를 증여한 바 있다. 김종희 상무는 아버지인 김상헌 회장에게 증여받은 주식과 함께 장내매수 등을 통해 꾸준히 지분을 늘려오면서 2001년 1.22%에 불과했던 지분율을 8.42%까지 높였다. 아버지인 김상헌 회장과 작은아버지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종희 상무가 동서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커피시장을 독점한 동서식품의 국부유출이 3대째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또한 김종희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벌어지는 편법승계 논란을 비롯한 오너가의 부도덕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그러들지 않는 오너家의 도덕성
동서그룹 오너가의 도덕성 논란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오너일가의 땅을 동서그룹 계열사들이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면서 논란이 됐다. 동서와 동서물산은 물류창고를 만들 목적으로 김상헌 동서 회장과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용인시 일대의 야산을 구입했다. 김상헌·김석수 회장 형제는 아버지인 김재명 명예회장으로부터 이 땅을 증여받았다. 당시 해당 부지의 시세는 11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동서와 동서물산은 28억여 원에 이 땅을 매입했다. 결국 김 회장 형제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드문 땅을 처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오너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배를 불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동서그룹의 일감몰아주기도 빠지지 않고 지적된다. 동서그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동서와 동서물산, 동서식품, 동서유지, 성제개발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동서식품을 제외한 나머지 3개사의 매출액 중 관계사에 대한 비중은 95%에 달한다. 특히 성제개발의 경우 편법승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성제개발은 (주)동서와 동서그룹 특수 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의 개인 회사다. 김종희 상무가 최대 주주가 된 이후 그룹내 일감몰아주기가 심화됐고, 편법승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난해 9월 기준 김종희 상무는 아버지 김상헌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성제개발 지분 32.98%를 증여받으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성제개발은 2008년까지만 해도 동서그룹 관계사와의 매출 비중이 50% 수준에 불과했지만 김종희 상무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내부 거래가 증가하면서 2010년에는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관계사와의 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 매출과 이익금도 함께 불어났다. 2009년 62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0년 124억 원으로 2배가 됐고, 영업이익도 7억5000만 원에서 15억 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12억5000만원을 기록했고, 이 중 10억 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김종희 상무가 성제개발 등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배당금으로 (주)동서의 지분을 늘릴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주)동서가 성제그룹의 지분을 늘리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5월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주)동서는 성제그룹의 지분 43.09%를 보유하고 있다.
독점 시장에서 해마다 가격 인상
(주)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드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동서식품은 커피시장을 독점하면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으로 매년 1000억 원대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영업이익 대비 주주 배당률도 식품업계 평균인 12% 수준의 5배 이상인 63%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배당 성향이 국부 유출의 빌미가 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미국 크래프트푸드사에 지난 10년간 지급된 배당금은 5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배당금과 별도로 로열티로 지급되는 금액도 상당하다. 동서식품은 2009년에만 413억 원을 크래프트푸드사에 로열티로 지불했으며, 스타벅스사에도 41억여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식품이 이처럼 높은 배당성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커피시장 독점으로 매년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지난 10년여간 16% 정도의 영업 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인 식품회사가 평균 5%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수준이다. 또한 동서식품은 커피시장 독점을 통해 가격인상도 자유로웠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010년을 제외하고 5~9.9%의 가격을 인상했다. 평균 물가 상승률을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동서식품이 경쟁자가 없는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격인상을 별다른 견제 없이 매년 자행하면서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적지 않은데 배당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국부유출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오히려 1970년대 국내 커피시장을 수입품이 장악하고 있던 시절에 동서식품이 탄생하면서 국부유출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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