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캐스코’, 물먹는 하마인가
구자열 회장, 친구와 함께 계열사 설립했다. 독박 왜
LS그룹 삼양그룹 두산엔진 합작계열사 물거품 위기 봉착
경기침체와 시장악화 ‘주요 원인’, 유동성 부채 심각 수준
LS전선(회장 구자열) 계열사 LS엠트론, 삼양사(회장 김윤) 계열사 삼양엔텍, 두산그룹(회장 박용만) 계열사 두산엔진이 합작해 화제가 됐던 주물제조업체 ‘캐스코’가 자본잠식 상태 위기에 처하면서 합작 3사의 화합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 되고 있다.
삼양사는 자본잠식 부담으로 이미 캐스코를 떠났고, 두산도 최근 시행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LS전선이 독박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로 말미암아 현재 캐스코는 ‘돈만 먹는 계열사’, ‘미운 오리 계열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캐스코가 경기 부진 등으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도 모회사의 자금 지원으로 생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됨에 따라 LS전선의 경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캐스코는 2005년 5월 LS전선의 계열사 LS엠트론과 삼양엔텍, 두산엔진이 50%, 37.7%, 12.3%를 각각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국내 대표적인 주물 생산업체인 LS전선과 삼양중기의 주물 사업부를 하나로 합치고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인 두산엔진이 고객사로 참여하는 형태였다.
각 분야 선두기업의 합작이며 구자열 LS전선 회장과 김윤 삼양사 회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이기도 해서 당시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애초 이 사업에 대한 업계전망도 좋았다. 중국 주물시장 또한 활개를 치던 시기였기에 동종업계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듬해 시작된 금융위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세계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캐스코도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대했던 중국시장 진출도 쉽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주물시장의 축소로 캐스코의 야심 찬 사업들이 대거 역풍을 맡았다.
급기야 캐스코는 지난해 65억67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적자를 거듭했다.
초기 자본금 148억 원으로 시작한 회사 자본상태는 부채만 600억 원대로 치솟았다. 그야말로 자본잠식에 빠진 셈이 됐고, 합작했던 3사의 균열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경기침체 속 캐스코 합작 3사의 균열
영업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았던 삼양엔텍이 캐스코를 떠날 채비를 한 것이다. 삼양엔텍은 지분 보유에 따른 지분법 손실로 동반 적자를 보였다. 결국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3월 보유지분 전량을 LS 측에 매각하고 합작관계를 청산했다. 친구사이였던 구 회장과 김 회장이 사업적 동반자에서 다시 친구로 돌아간 순간이다.
이후 열린 유상증자서는 두산이 참여하지 않아 그 이유도 의구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9일 주주를 대상으로 캐스코의 주식 총 628만1000주 규모의 신주를 액면가 5000원에서 61% 할인된 1900원의 가격으로 매입하는 조건이었는데 LS만 사들였고, 두산은 참여하지 않았다.
LS는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00억 원을 투입 지분율을 83.79%에서 93.5%로 높였지만, 두산엔진은 16.21%에서 6.5%로 축소됐다.
이 유상증자로 캐스코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LS그룹에서 떠안은 모양새가 됐고 LS측이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 측이 캐스코의 미래 전망을 밝게 전망하지 않기 때문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한다.
이는 캐스코에 대한 자금지원이 이번 한차례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라도 그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0%인 자본잠식률은 개선되었다지만,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회사의 지원을 받는 회사들은 지속적인 자금투입에도 자본잠식과 함께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부진 등으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모회사의 자금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문어발식 확장의 폐해가 계열사 부담으로 이어지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우려에 대해 LS 측은 손사래를 친다. 내년 하반기에는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 중이라는 설명이다. LS 관계자는 “캐스코가 경기영향으로 현재 실적이 나쁜 것은 사실이나, 조만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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