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가짜 죄목으로 중국에 끔찍한 고문 받아

前 중국공안의 양심선언 “말단 파출소에서도 전기방망이 고문했다”

2012-08-07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3월부터 114일간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구금됐던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가 체포 이유도 모른 채 살벌한 고문을 당해 충격을 던지고 있다. 김씨는 구금돼 있는 동안 중국 국가안전국으로부터 중국 법률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혹행위를 발설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열린 석방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상세히 고발할 것이며 이를 국제사회에 공론화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씨가 받았다고 주장한 고문은 5~6시간 연속 구타, 8시간 전기봉 전기고문, 한 달 간 수갑 고문, 7일간 잠 안 재우기 등이다. 일각에서는 고문이 구금 초반 집중된 것을 두고 중국 측에서 김씨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렸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김씨는 “정밀검사를 받아 고문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씨의 발언에 대해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 김규호 총괄실행위원은 지난 2일 전화통화에서 “중국내 한국인 고문 참상은 익히 들었다. 앞으로 관련자 증언 등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 류근일 위원장도 같은 날 통화에서 “석방 사태가 해결된 만큼 중국 인권 문제제기를 위한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로부터 저자세 외교 비난을 받던 정부도 최근 강경태도로 방향을 바꿔 중국 측의 성명 발표와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29일 오전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데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택시를 둘러싸 나를 검거했다”며 체포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다음날 바로 단둥시 국가안전국으로 옮겨져 죄목도 모른 채 한달 동안 조사를 받았다. 국가안전국은 김 씨가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하자 상상하기 힘든 고문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문 목적은 탈북자들을 돕는 인권운동가들의 한국 내 활동, 한국인들과 연관돼 활동하는 중국 활동가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추궁하는데 맞춰져 있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김씨의 설명을 듣고 “확실히 손을 보라는 북한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김씨는 가장 고통스러웠던 고문을 전기고문으로 꼽으면서 기억하기도 싫은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김 씨는 “수갑을 대단히 아플 정도로 세게 뒤로 채우고 11시간 동안 있는 수갑고문과 6일간 한숨도 못 자게 하면서 11시간 동안 물 한방울 주지 않고 서 있는 고문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김 씨는 전기고문을 50cm 정도의 전기봉에 고압전류 전선을 연결해놓고 전기충격을 주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심경이었다”고 떠올렸다.

김 씨에 따르면 국가안전부는 신체 특정부위에 전기고문을 집중하다가 남는 흉터를 염두해 부위를 바꿔가면서 고문을 자행했다. 김씨의 몸에 별다른 흉터가 생기지 않은 것은 전기봉의 건전지를 바꿔가면서 500군데까지 고문 부위를 바꿔가며 괴롭혔기 때문이다.

북한, 김영환 처단 대상자 지목

하지만 김 씨는 북한을 비롯한 중국의 위협에도 탈북자 인권운동에 대한 의지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중국이 정치·외교적으로 세계 주요 국가가 된 만큼 그에 맞지 않는 인권 수준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김 씨는 자신의 피해를 유엔 인권이사회, 국제형사재판소 등에 알릴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은 실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중국 내에서의 소송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청원서에 (고문)관련 내용을 추가할 것”이라며 “국제인권단체와 연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의지를 곧추세웠다.

김씨의 석방을 도왔던 ‘김영환 석방대칙위원회’ 역시 “자국민의 심대한 인권유린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한·중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진실에 입각해 조속히 매듭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향후 공방에서 고문 사실 물증을 중요한 카드로 내세우기 위해 정밀검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 자리에서 김 씨는 “겉으로 보기에 상처자국은 없는 것 같다”며 “한 번 정밀검사를 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병원 검사를 통해 고문 흔적이 드러날 경우, 국제기구 제소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김 씨는 중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다면 소송과 제소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현재 중국은 공식적으로 고문 자체를 부정하는 중이다.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 등의 북한 인권단체는 중국의 입장발표를 명백한 거짓말로 규정하면서 국가안전부의 고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공안이 공개한 중국 고문 실태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 김규호 총괄실행위원은 지난 2일 통화에서 “탈북자들을 고문한 경험이 있던 조선족 이규호씨와 지난 2월 처음 알게 됐다”면서 “처음에는 스파이가 아닌지 지켜봤지만 연이은 탈북자 문제를 비롯해, 김영환씨 사건이 터지면서 이씨의 양심고백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7년간 중국 심양화평분국서탑 파출소 경찰공무원이었던 이씨는 잡혀온 탈북자를 4~5 시간 뒷굽으로 차고 전기방망이로 때렸던 과거를 고백하면서 중국내 탈북자 핍박을 증언했다. 이씨는 “옷을 벗겨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흐르는 방망이로 고문을 하면 무릎을 꿇고 앉아서 까무러친다”고 말했다.

그에게 고문을 받았던 탈북자는 “조선(북한)으로만 보내지 말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파출소장에게 보고했고 이튿날 끝내 단둥 국경을 거쳐 북송시켰다고 했다.

이씨는 “중국에서 고문을 하는 동안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중국에서 고문은 늘상 있는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 와보니 고문이 심각한 인권침해인 것을 알게 됐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에 의하면 중국에는 경찰 말단 조직인 파출소에도 고문 장치인 전기방망이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고문 경험자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김영환 씨 고문 의혹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밝혀 달라’는 언론의 질의에 “중국의 주관 부문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은 한국인 사건 연루자(김영환씨)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한국 정부는 중국내 수감된 한국인 625명에 대해 가혹행위 여부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에 휩쓸린 무리수였다는 시선이 많다. 한 국가 내에 수감된 재외국민을 전수조사하는 것이 전례가 없는 데다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주한 중국대사 대리를 외교부로 불러 김씨의 고문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재차 촉구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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