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동반성장 외면하고 전통시장 파고든 사연

홈플러스 악재 이어져

2012-08-07     김나영 기자


- 홈플러스 합정점,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입점하나
- 인근 중소상인들, 중기청에 입점 유예 조정안 제출…향방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대기업의 중소업종진출 제한을 비롯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일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홈플러스(회장 이승한)는 전통시장에서 670m 떨어진 곳에 새 점포 개점을 강행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의 수장이자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승한 회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장 주변에 점포 3곳을 차리면서 동반성장을 외면하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 점포 개점을 밀어붙이는 것은 일부 정치권과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 현황을 들여다봤다.

홈플러스는 합정역 인근 새 점포 입점을 이달 말로 확정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주변이 술렁인 것은 홈플러스 측의 입점 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11월부터다.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서면 같은 마포구 내 홈플러스 매장은 5개로 늘어난다. 전통시장인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을 중심으로 반경 2.3km 내 매장 3개가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세워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점은 원래 까르푸였던 것을 홈플러스가 인수한 대형 매장으로 시장과 1km 가량 떨어져 있고, 망원동 익스프레스 매장은 역 바로 앞에 위치한 SSM으로 시장으로부터 고작 4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합정점의 경우 시장과의 거리는 불과 670m로 개점 이후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누리창업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로부터 의뢰 받아 작성한 ‘대형마트 홈플러스 테스코 합정점 입점 예정지역 현장 실태조사 및 상권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 합정점 반경 1km 내 소매업 545개 점포의 평균 매출액은 24.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66.8%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주변 중소상인들의 우려를 더했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탓에 여론은 중소상인들에게 다소 우호적으로 흘러갔다. 마포구는 지난 1월 마포구유통기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어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 권고안을 의결한 후 2월에는 홈플러스 측에 의결된 내용을 통보해 입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정식 요청했다. 마포을이 지역구인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6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인근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의 중대한 위기가 예상되는데도 홈플러스는 입점을 강행해 지역 사회의 요구를 묵살하고 지역 경제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5일 ‘서울시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 및 홈플러스 월드컵점 계약해지 촉구 결의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도 같은 달 29일 망원동 월드컵시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의 입장은 굳건했다. 합법적으로 사업을 승인 받았고 여론의 반대 때문에 무산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5일 지역 중소상인들과 가진 3차 사업조정회의에서도 ‘철회는 없다’고 확고히 못박았을 정도다.

홈플러스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통과된 후 마포구 조례로 제정되는 동안 입점 등록을 신청하고 영업 허가를 받았다. 앞서 국회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일지정은 물론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1㎞ 이상 떨어진 곳에 들어설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유통법을 2010년 11월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지난해 1월부터 개정 시행됐는데 마포구 조례 개정안이 의결된 것은 같은 해 4월, 시행된 것은 5월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합정점은 홈플러스가 2008년 홈에버 월드컵경기장점 인수 이전부터 계획했던 점포로 공교롭게도 비슷한 지역에 점포가 중복된 것이며, 조례 제정 전 사업 승인을 받은 것도 시기적으로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면서 “당시에는 대기업의 중소상인 동반성장과 같은 이슈 자체가 없어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달 말로 개점이 예정돼 있지만 반대 시위 등으로 내부 공사가 늦어져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인근 중소상인들과 협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양쪽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비상대책위원회를 주축으로 한 인근 중소상인들은 중소기업청(청장 송종호)에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유예시키는 사업조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만약 대형마트 입점 등을 관할하는 중기청이 사업조정안을 받아들인다면 홈플러스 측은 개점 이후라도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할수도 있다.

한편 홈플러스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지에 새 점포를 입점시키려는 것은 “이승한 회장이 일부 정치권과의 끈끈한 커넥션이 있기 때문에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