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종교계와 보수단체 간 싸움되나

정치권과 종교계 연대 물밑 조율說

2012-08-07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 | 최은서 기자]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대선은 사실상 ‘종교계’와 ‘보수단체’ 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MB정부 출범 초 정권에 반감을 가졌던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연대를 추진하고 있고 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보수단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중에서도 민주당이 최근 불교계 등 종교계와의 물밑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종교계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외연을 넓히는 등 지지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정가에서는 현 정권과 종교계의 불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를 ‘우군’으로 만드는 등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불법사찰’ 공감대

앞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종교계의 ‘반감’은 뿌리가 깊다. MB 정부는 종교계와의 갈등으로 수렁에 빠졌고 정치권에서도 종교 갈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MB는 천주교와는 ‘불통’, 불교계와는 ‘불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종교계에서는 줄기차게 ‘소외감’을 토로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 본인이 서울 시장이던 2004년 어느 기도회에서 한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발언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MB 취임 이후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마다 종교를 비롯한 종교적 발언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 취임 초반에 소망교회 출신들을 중용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는 MB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에서 장로로 활동한 독실한 개신교 신자란 점과 무관치 않았다. 이른바 ‘기독교 정국’에 불교계를 중심으로 종교계의 불만은 고조되어 갔다. MB와 종교계의 불편한 관계는 정권 내내 지속됐다.

특히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2010년 12월 본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4대강 사업 예산이 포함된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4대강 사업 예산 통과와 함께 불교계 중점 사업이었던 ‘템플 스테이’ 지원 예산이 60억 가량 삭감 되면서 불교계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이에 조계종이 정부와 여당 관계자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고 MB 정권에서 야심차게 추진해 온 4대강 개발 사업을 종단 차원에서 반대한다는 종무지침을 전국 사찰에 전달하는 등 초강수로 맞서 MB와 불교계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반년여가 흐른 후 겨우 봉합되는 것처럼 보였던 양측의 갈등은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다시 충돌하는 양상이다.

지관 전 총무원장과 보선 종회의장 등 조계종 지도층을 사찰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간실 문건이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불교계와 MB정부 간 관계는 다시 경색됐다.

불법사찰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민주당과 불법사찰로 성난 종교계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불법사찰에 대한 문제제기와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종교계는 민주당과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물밑에서 보수 기독교를 제외한 호남 기반 종교단체를 비롯한 종교계가 불법사찰문제를 정면 거론하고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한 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 또,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 야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과 종교계가 손을 잡게 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이 아닐 수 없다. 종교만큼 전국적인 조직망과 결속력 있는 집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 때면 정당 후보자들이 종교단체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표를 호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은 불교계를 비롯 호남 기반의 유사 기독교 단체 등 종교계를 포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진보성향 조직들과의 연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종교계 표심을 잡아 최소 100만 표를 갖고 간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보수단체, 여권에 힘 실어

반면 고엽제전우회, 상이군경회, 재향군인회, 경우회 등 보수단체들은 여당 그중에서도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강력 지지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보수단체 등이 사실상 친박근혜 모임을 발족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100여 개의 보수성향 단체로 구성된 '국민통합연대'가 출범했다. 이 국민통합연대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외곽 대선조직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에 이윤영 상임대표는 "박근혜 전 위원장, 김 지사 등 모든 대선 후보들이 지지, 지원 대상"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의 경우 이념·지역색이 짙은 후보다. 특히 이번 대선은 지역구도로 본다면 지역구도로 본다면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TK인 박 전 비대위원장에게 도전장을 내는 유력주자 상당수가 PK 출신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TK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까닭에 박 전 비대위원장을 TK 주자로 한정시키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박 전 비대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 부산·경남 지역 초선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지역관리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부산·경남 의원들은 지역 발전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단체들도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힘을 싣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똘똘 뭉쳐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모았다. 현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보수 성향 단체가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점도 보수 단체가 여권의 탄탄한 후원세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부 지원 대상인 이들 보수 단체는 2008년 10개에서 2012년 73개로 일곱 배 이상 늘어났다. 보수단체에 지급된 보조금 역시 2008년 4억7200만 원에서 2012년 37억7700만 원으로 여덟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보수단체들은 박 전 비대위원장의 대선 자금 지원 등을 하기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