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앓는 ‘스포츠 토토’ 어디로

국민체육진흥공단·오리온·대기업 편의점 삼파전

2012-08-07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 | 최은서 기자] 런던올림픽 열기로 한창 고무돼 있어야 할 우리 체육계가 스포츠토토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어수선하다. 한 해 5000억 원 가까운 재원을 공급해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든든한 지원 장치였던 스포츠토토 운영권을 놓고 정부와 위탁사업자 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토토가 경영진 비리로 얼룩지자 직영화를 추진키로 하고 관련법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문화부 등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포츠토토 사업을 대행해온 오리온은 ‘공기업 민영화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법정 분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스포츠토토 운영권을 놓고 잡음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A사 등 대기업 편의점들도 스포츠토토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삼파전이 형성되고 있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고 적중도에 따라 당첨금을 지급하는 스포츠토토 사업. 2001년 국내 스포츠 균형발전과 국민 건강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래 오리온그룹의 계열사, 스포츠토토에 의해 위탁 운영되어 왔다. 2002년 사업부진으로 발매를 중단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2003년 현 사업자가 들어서면서 체육계 재정을 뒷받침하는 중추 사업으로 지난 10년 간 급성장했다.

직영화에 무게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리며 승승장구 했던 스포츠토토가 최근 홍역을 앓고 있다. 스포츠토토의 대주주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사장이 횡령혐의로 구속되면서 ‘도덕성 논란’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담 회장은 300억 원대의 회삿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월 19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자금 약 5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6월 29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횡령한 돈이 오리온그룹의 비자금과 정관계 인사, 토토 관련 기관 관계자 등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12월 말 2012년 9월 30일로 만료되는 스포츠토토와의 위탁계약을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포츠토토에 대한 사업성 평가 결과 종합평점이 ‘우수등급’으로 나와 계약을 연장한 것이다. 따라서 계약상으로는 오리온은 최소 5년 간 스포츠토토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진의 비리 사건으로 비판 여론이 일면서 오리온이 계속해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스포츠토토의 임원이 회사자금횡령혐의로 기소되면서 감독기관인 공단이 스포츠토토 측에 운영권 연장승인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것.

공단은 투명성 제고를 위해 민간이 운영하도록 되어 있는 스포츠토토의 사업의 법을 개정해 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국민체육진흥법 25조에 따르면 ‘단체나 개인에게 위탁하여 운영하도록 한다’ 고 되어 있다. 업계 일각에서도 비리로 얼룩진 만큼 계속해서 스포츠토토를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개인 비리에 국한된 것이 아닌 조직적 비리로 최종 확인될 경우 새로운 사업자를 뽑거나 직영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으로 직영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여러 차원을 고려해 봤을 때 공영화가 맞다고 보고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새로운 사업자 선정과 공단 직영 문제를 놓고 보면 공단이 직영하는 것이 무게가 있다고 본다. 공단이 아무리 관리 감독하더라도 또다시 이런 기업 비리가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며 “언론 등을 통해서 판매 중단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사업 중단은 절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개정 문제 등으로 공단 직영이 곧바로 이뤄지는 것이 힘들다면,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될 때 까지 한시적으로 오리온 측이 운영하는 방침도 고려 중”이라며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8월 중으로 공식적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부와 공단은 직접 운영할 경우 사업 투명성을 제고하고 민간에 위탁하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사업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민간에게 돌아갈 이익을 공익기금으로 환원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 또 실제로 위수탁계약서에는 수탁자가 사업을 운영함에 있어 주요 계약 위반 사항 발생시 승인 취소나 재계약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스포츠토토  “법적소송 불사”

이 같은 문화부와 공단의 방침에 대해 스포츠토토는 강력반발하고 있다. 스포츠토토 측은 공단이 민간위탁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는 것을 전제로 임시 직영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법령의 개정은 국회 고유권한으로 누구도 법 개정을 장담할 수 없고 이를 전제로 임시 직영하는 방안도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라는 입장이다.

스포츠토토 측은 최악의 경우 법적 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공단의 직영방식을 강행하게 되면 공단과 현 수탁사업자 대주주인 오리온, 기타 주주, 스포츠토토 등 이해 관계자 등 소송이 다수 발생해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당사자 모두에게 손해 뿐인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권을 회수했을 때 법적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이 ‘배임’이 돼 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스포츠토토 측은 또 운영 관리 경험 없이 간접적 관리감독만 담당했던 공단이 직영을 한다면 고정배당률 상품의 재무적 리스크가 증가해 기금 조성 등 본연의 목적 달성에 차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도 과거 사례를 들어 이같은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1984년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직접 발행했던 경기복권 발매사업이 수익성을 내지 못해 실패로 그쳤고,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2002년 사업 부진으로 발매가 중단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토토 측은 지난 11년간의 성공적 사업수행 성과를 저버린 가혹한 처사라며 극히 일부 임직원의 개인적 비리문제에 국한 된 것을 문제삼아 사업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포츠토토 측 관계자는 “투표권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했던 사업초기에는 민간위탁으로 사업리스크를 회피했고,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자 임직원 개인비리를 이유로 직영하겠다고 한 방침은 리스크를 부담해 보상을 얻는 기본적 경제 논리를 져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토토 측은 300여 명의 직원의 고용문제도 발생하는 만큼 새 사업장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해줄 것을 공단 측에 요청하고 있다. 스포츠토토측 관계자는 “회사가 이번 사건으로 너무 많이 노출돼 스포츠토토 사업을 장기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오리온이 다시 한다면 많은 기업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오리온 흠집내기에 들어 갈텐데 그것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 다만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다른 사업장을 마련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준다면 수수료도 대폭 양보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토토사업 공단 직영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는 공단 직영은 정부의 정책기조와 해외 트렌드에 역행하는 방침이라고 지적하며 10년간에 걸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필수인력들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안정적 사업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의 파행 운영과 사업 중단을 우려하며 합법 사업의 중단이 불법 도박시정을 더욱 확장시키는 풍선효과를 낳게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 편의점, 틈새 파고드나

이처럼 공단의 직영추진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편의점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 특히 A사가 스포츠토토사업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단 직영에는 법 개정 등과 같은 난관이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일고 있다.
공단의 직영화는 공기업 민영화 효율화를 추진하는 현 정부 정책기조에도 역행하는 것이니 만큼 민영화로 하되 제3의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이 같은 주장에는 호주, 영국, 그리스, 대만 등 해외 복권 및 스포츠베팅이 민영화나 민간위탁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강화하는 추세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편의점을 갖고 있는 대기업 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사행산업 관계자는 “대기업 편의점이 스포츠토토 사업을 독점하게 되면 스포츠토토를 사러 온 고객들이 스포츠토토 외의 소비도 함께 이뤄져 이윤이 창출될 수 밖에 없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스포츠토토 마니아 층이 해당 편의점을 고정적으로 이용하게 되기 때문에 대기업 편의점으로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토토 측 관계자도 “진위는 모르나 A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는 업계에서 파다하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이미 마련된 유통망으로 스포츠토토를 잘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