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의 이상한 수주 행보
“살기 위해 무리수 뒀나?”
스코, 구조조정 선포 후 달라진 포스코건설 행보는 ‘꼼수’
무리한 수주 논란 속 동종업계의 비난 쇄도 이유 있다…왜
포스코건설(부회장 정동화)의 정부기관 공사 수주와 관련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2일 민간기업 최초로 삼척시 원자력발전소(원전) 2기에 대한 건설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하더니 이달 내 결정되는 철도시설공단 송산 차량기지 공사 수주도 적극적이다.
입찰경쟁이 자유로운 건설업계 특성상 법적 문제가 될 것은 없다지만 동종건설업계로부터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독식은 물론 전략적 꼼수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한 건설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 대놓고 표현은 않지만, 누가 봐도 (포스코건설의) 치사한 처사다”라며 비난했다.
더군다나 최근 모기업 포스코가 주력계열사를 제외한 계열사 처분 의사를 밝혔고, 이중 포스코건설의 일부 자회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스코건설이 “발등에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무분별한 수주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포스코건설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모기업 포스코그룹이 연내 10여 개 계열사를 줄이고 사업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중복된 업무를 통합하고 비주력 계열사는 매각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불어난 덩치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투자목적이 완료된 특수목적회사(SPC)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란 분석인데 그룹 내 SPC가 가장 많은 계열사가 포스코건설이다.
건설업계 특성상 공사수주를 위해 SPC를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포스코건설이 민간기업 최초로 강원도 삼척시에 원자력발전소(원전) 2기를 짓겠다는 건설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하면서, 수주가 성공하면 또 하나의 SPC 설립이 필요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건설의 적극적인 이번 수주 노력에 대한 논란이 오히려 의혹으로 가중되고 있다.
몸집을 줄이겠다는 모 기업의 방침이 발표된 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SPC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것도 원전의 건설 특성상 한수원이나 해외 기업의 원전 설계도를 사들여야만 시공이 가능한 건설에 참여한 것은 순수한 건설 의지보다 또 다른 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원전 건설은 공사 대부분을 한수원이 독점하다시피 했을 정도로 다른 업체의 참여가 저조했던 분야다. 그만큼 다른 업체의 참여가 어렵고, 성사 된다해도 한수원과의 대립은 불가피하다.
포스코건설 측도 “사업자로 선정되면 한수원과 SPC를 설립해 설계·시공·설비운영에 적합한 업체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섣불리 수주전에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받고 있다.
포스코건설 반칙을 저질렀다?
철도시설공단이 이달 발주 예정인 송산 차량기지 건설공사도 동종건설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한차례 참여 예정 건설사와의 이전투구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애초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도화엔지니이링과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했다. 그러나 돌연 도화엔지니어링이 포스코건설과 손을 잡고 포스코엔지니어링이 빠져나갔다. 결국 현대건설은 입찰에 참여의사도 밝히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차량기지는 다른 철도공사와 달리 검수부문이 중요한데, 실적업체가 몇 군데에 불과해 이들과 손을 잡지 못하면 수주 후보도 고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다른 인수후보군인 대우건설은 ERT엔지니어링, GS건설은 메트로텍과 각각 손을 잡았지만, 검수실적을 가진 업체 중 최고로 꼽히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을 시공지분 30% 배당으로 발목을 잡고, 도화엔지니어링을 설계사로 잡아 수주를 위한 선점을 했다는 것이 동종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이번 입찰을 준비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행태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몇 장 안 되는 설계업체 카드를 두고 벌인 포스코건설의 이런 행동은 치졸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혼자서 철도 차량기지 다 해먹겠다는 논리 아니겠냐”며 분노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 같은 포스코건설의 수주노력에 대해 정치적인 비난을 하기도 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파이시티와 관련 정치권 로비 의혹이 불거진 기업이 또다시 정부기관 공사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다. 당시의 보은 수주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부 제기된다.
또한 포스코건설이 모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한 수주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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