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입수] 대우조선해양건설 불공정행위 제소 내막

“우월적 지위 이용 하도급업체 도산케 했다”

2012-07-30     이범희 기자

납기지연 및 물품하자 등 불공정행위 혐의받아…기업이미지 실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은 말뿐…현 정권과 역행하는 모습 보여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최근 경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다. 현 정부가 가장 강조한 사항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크게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상생을 위한 공정사회 기반 조성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대표 정재영)이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에 제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그것도 하청업체 대표가 원청업체를 직접 제소함에 따라 조사 결과에 따라 공정위가 ‘무관용의 원칙’을 준수할 지도 관심이 모인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회자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건설과 OD enc(대표 이창호)의 제소공방을 알아본다.

OD enc는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다. 2011년 9월 말 최저입찰제 1위로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OD enc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명지 엘크루 아파트 신축공사에 복합대리석과 타일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계약이 OD enc로 하여금 불행의 시작이었다.

2012년 2월말부터 대우조선해양건설 측이 ‘납기지연 및 물품하자’ 등을 이유로 기성금을 미지급해 심각한 경영 악화에 빠지고 말았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신고서’에 따르면 “입찰해서 개찰하면 최저 가격에 계약을 하는 것이 당연한데 20여 일 계약을 미룬 후, 당 업체(OD enc)를 불러 이미 최저 가격으로 결정된 금액을 타 업체의 가격을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감액을 요구하였다. 중소 업체인 당사로서는 대기업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것은 명백한 불공정행위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복합판 납품은 계약서 상에 명시된 ‘견적조건에 의거 제작, 납품조건’이므로 부산 명지 엘크루 아파트 현장 이외에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계약물량을 지난 3월 14일까지 납품하기로 하고 세금계산서까지 제출하였음에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항공운송, 특송 및 하자발생으로 말미암은 비용발생의 이유로 지급결정을 해주지 않아 파산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이며 이 역시도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현재로서는 OD enc 측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하청업체 사이에선 명백한 불공정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제소한 OD enc 측은 “대우조선해양건설 측이 기존 공급기한이 2월 20일이었으나 다음 달 14일에 최종 납품되어 납기지연은 물론 위약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동일 제품의 현장 추가 발주로 2차 계약서가 작성되어 납기가 같은 해 5월 11일로 변경되어 대우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라고 반박한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주장하는 하자발생 부분에 대해서도 OD enc 측은 “중국 제조 시 대우쪽에서 45일간 직원을 파견, 사전 검수 완료하였고, 현장 입고 시에도 대우쪽에서 2차 검수 완료하고 물품을 인도받고서는 사후관리소홀로 발생한 사안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행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2011년 최저 입찰제를 통해 OD enc가 1등 하였으나, 상당한 기간 계약을 미루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2억 원 이상을 감액케 했고, 정상적인 납품 후 세금계산서까지 발행 되었음에도 부당한 이유를 들어 대금 지급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가 되는 이때에 국민의 혈세로 되살아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업체를 도산에 이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 직원의 중국 파견 시에도 숙박, 항공, 기타 모든 비용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했다며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비윤리적 기업행위에 대한 제소방침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7월 한 달간 2차에 걸쳐 불공정하도급거래 행위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건설측은 “이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현재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며 “공정위의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드러나면 ‘무관용 원칙’ 가능할까
한편 우월적 지위에 대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현재보다 더욱 굳건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당하는 중소기업이 항상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갑’인 원청회사를 제소하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행위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8000여 개 중소 납품업체들과 ‘핫라인’을 가동하고 있다지만 실익이 없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핫라인은 협력업체 직원과 공정위 전담 직원 간 휴대전화 상시 연락, 소규모 간담회 등의 방식으로 가동된다”며 “중소기업 중앙회 등 관련 단체와도 핫라인을 만들어 우회 제보도 전달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원 노출과 보복을 우려한 납품업체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말 한마디가 자신과 직원들의 생활권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월적 지위에 대한 불공정 행위처벌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것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하청업체가 윈청을 고소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젠 대우조선해양건설과는 거래를 하지 못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에 이 일을 하게 됐다”며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자가 더 이상은 나오지 않았으며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업계 주변에서도 원청의 불공정거래가 적발될 시 ‘무관용의 원칙’을 고수하겠다던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침이 이번에는 어떠한 결과를 내놓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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