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신한은행에 드리운 검은그림자
라응찬發 비자금 공포 또 다시 발병
MB 대선 축하금 논란…재수사 외면하는 검찰
‘새로운 신한’ 이미지 하락, 라 전 회장 불신의 골 깊어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신한금융그룹(회장 한동우)이 또다시 비자금 공포에 휩싸였다.
2010년 라응찬-신상훈의 앙금 속 폭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후 수그러드는 듯 하던 비자금 논란이 최근 들어 또 다시 고개 들고 있다. 그것도 라 전 회장의 비자금이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축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권 말 특혜불똥이 신한을 향하고 있다.
더군다나 검찰이 이 의혹에 대해 수사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면서 이를 접한 시민의 분노도 치솟고 있다. 반면 신한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 중이다. 일각에선 라응찬 인선라인 때문에 신한의 조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라응찬·신상훈’.
신한은행을 오늘날 금융 빅4 반석에 올린 경영진이다. 외환위기 전 ‘조상제한서’로 불리던 시중은행 재편 과정에서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선 겸업화, 후 대형화’를 택한 신한의 전략은 라 전 회장 리더십 아래 빛을 발한다. LG카드 인수 또한 금융권의 백미로 꼽힌다. 서브프라임 경제위기가 덮친 최근에도 신한은 2년 연속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0년 두 사람의 대립은 신한이 그동안 쌓았던 기업신뢰를 무너뜨리는 단초가 됐다.
단 한 번도 큰 사건에 이름을 올리지 않던 ‘신한’이었지만 두 사람의 앙금이 폭로로 불거지면서 ‘신한’으로 하여금 큰 상처를 입게 했다.
당시 사측 고위임원은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란다. 최고의 수장으로 모시던 두 사람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고, 신한도 마찬가지다”라며 지친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한동우 회장이 취임 후 라 전 회장 측근이라는 작은 불신만이 표출될 뿐 별다른 지적 없이 순항하며 신한은 과거 명성을 되찾는 듯했다. 내부에서도 ‘라응찬 그림자’가 지워졌다며 ‘새로운 신한’의 캐치프레이즈가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최근 또다시 신한은행에 ‘라응찬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그것도 내부비리가 아닌 정권과 연결된 ‘정권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신한 내에 또 다시 비자금 공포가 드리워지고 있다.
2010년 신한은행 횡령·배임 사건 수사 당시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던 비자금 3억 원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구속)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라 전 회장의 지시로 3억 원을 조성했고 서울 남산 자유센터에서 이 돈이 제3자에게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돈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는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최근 신한은행 일부 직원들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검찰수사 당시 은행의 PB센터장 이모 씨로부터 ‘SD에게 돈이 전달됐으니 수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전 행장이 3억 원을 전달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신한은행 직원이다.
정권 특혜 의혹으로 번지나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정권 말기 불똥이 신한에 제대로 튀고 있다는 평이다. 이미 이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신한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신한은행 점포가 곳곳에 있어 친근한 이미지였는데, 2~3년 전부터 실망스럽다. 조용한 날 없는 신한은행이라는 표어가 더욱 어울리겠다”라며 “이번 수사에도 성역이 없이 수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검찰이 이번 사안에 대한 재수사를 외면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알려지면서 신한을 비난하는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민주통합당은 성명을 통해 “검찰은 신한은행 똑바로 수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현 대변인은 “야당 대표에 대한 집요한 수사의지에 비해 너무 다르다. 한쪽은 없는 의혹 만들고 있고, 다른 한쪽은 있는 의혹도 덮어주고 있다”라며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것이거나, 청와대와 수사결과를 미리 조율해놓고 정해진 수사만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대통령 당선금이 실제 존재한다니 놀랍다. 금융권에서 3억 원을 줬다면 다른 대기업들도 준 게 아니냐. 다른 기업 수사도 함께 진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측은 이에 대해 “금융기관으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뿐이다.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을 올렸지만, 신한 조직이 흔들리진 않는다”라며 “‘법’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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