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준비는 끝났다… “대한민국 여전히 강할까”

금메달 유력 후보·느낌이 좋은 선수들

2012-07-24     이창환 기자

신종훈·양학선 자신감 충만 마인드 컨트롤 관건 … 정지현·임동현, 올림픽 2번 치른 젊은 노장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영광의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올림픽이 어느새 일주일 안쪽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개최되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3회 연속 종합순위 10위 이상 성적을 목표로 두고 있다. 주요 해외 언론 또한 한국이 양궁, 태권도 등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10위권 진입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이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종목은 사격·양궁·수영·태권도·역도·복싱·레슬링·유도·배드민턴 등이다. 인기스포츠 축구 또한 사상 첫 메달을 향한 적응 훈련을 끝마친 상태다. 올림픽은 매번 예상외 종목들의 선전과 깜짝 스타의 탄생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국민들의 기대를 부응시키고도 남을만한 선수들, ‘느낌이 오는’ 선수들 몇몇을 조명했다. 복싱의 신종훈·레슬링의 정지현·양궁의 임동현·체조의 양학선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복싱 라이트플라이급(49㎏ 이하)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신종훈(23)은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잠잠했던 한국 복싱의 전성기를 되살릴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첫 국제대회였던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동메달 파란을 일으킨 신종훈은 재능에 타고난 체질까지 겸비한 선수다. 신종훈은 라이트급 이하 체급의 선수들이 감량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과 달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 덕분에 컨디션 조절에 수월하다.
 
신종훈은 방심과 다혈질적인 성질만 컨트롤 한다면 메달권 진입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신종훈은 그동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경기를 망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번 펀치를 허용해 점수를 내준 뒤에는 감정이 격해져 앞뒤 재지 않고 들어가다가 연타를 맞기도 했던 것. 금메달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패배한 이유다.
 
자신의 단점을 깨달은 이후 ‘2011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쩌우스밍과 난타전 끝에 은메달을 따냈다.
신종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의 장기인 체력을 최대한 살려 상대 선수들을 격파할 계획을 세웠다. 코치를 맡고 있는 이승배 감독은 “1라운드부터 2라운드 중반까지는 치고 빠지는 빠른 스텝으로 상대방의 체력을 빼 놓다 2라운드 후반부터 공격적으로 나간다”는 전술을 일러주기도 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금메달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신종훈은 ‘금메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는 있는 듯 하면서도 섣불리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신중함을 유지했다. 신종훈은 “마음속에는 금메달이 있지만 말을 쉽게 내뱉지는 못하겠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스포츠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존심을 구겼던 한국 레슬링의 부활 신호탄을 쏘게 될 정지현(29)은 무지막지한 체력 훈련으로 라이벌들을 격침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런던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 금메달은 정지현이 벌써 80~90%가져갔다는 게 레슬링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방대두 감독은 “정지현이 가장 금메달에 가까운 선수다. 기술만큼은 세계 누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고, 레슬링 관계자 역시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깔은 바뀔 수 있지만 현재대로라면 정지현이 확실한 금메달 후보다”라고 말했다.
 
정지현은 자신의 무기로 체력을 꼽았다. 베이징 올림픽 패인을 체력으로 지적받은 만큼 10명의 선수를 1분씩 돌아가면서 상대하는 지옥 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출산을 앞둔 둘째 딸의 태명을 ‘올금’(올림픽 금메달)로 지을 정도로 집념도 강하다.
이번 올림픽부터 그레코로만형은 라운드마다 1분 30초 동안 스탠딩 경기를 치르되 어느 쪽이라도 기술 점수를 내면 ‘파테르’ 자세 없이 그 라운드를 계속 진행하게 된다. 팔, 다리가 짧은 동양 선수들에게 유리한 규칙이라고 하니 좋은 소식이다.
 
‘도신’(도마의 신)으로 불리고 있는 양학선(20)은 한국 체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안길 재목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체조계 역시 양학선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올림픽 전초전 성격이었던 지난해 ‘도쿄세계체조선수권’ 남자 도마에서 양학선이 금메달을 따낸 점 역시 기대를 부풀리는 요소다. 이 대회에서 양학선은 전 종목을 통틀어 최고점수(16.566)를 받았고 그가 개발해 선보인 신기술은 국제체조연맹에 ‘YANG Hak Seon(양학선)’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됐다. ‘YANG Hak Seon’ 기술은 공중 3회전과 1080도 비틀기를 소화해야하는 초고난이도 기술이다.
 
양학선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높은 난이도 시도에도 있다. 7.4점대 기술 난도를 시도하는 양학선은 난이도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 난도 7.4 기술은 착지 때 두 발을 모두 움직인다고 해도, 실수 없이 완벽히 착지한 다른 난도의 선수보다 앞설 정도로 수준이 높다.
 
유일한 걸림돌은 유럽 심판들의 편파판정 혹은 텃세다. 이를 알고 있는 양학선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실수를 할 경우, 유럽의 심판들이 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계심을 내비추기도 했다.
광주체고 3학년 당시 세계선수권대회 도마 4위로 신고식을 치른 양학선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가볍게 금메달을 목에 건 후 현재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자양궁 에이스 임동현(26)은 한국 양궁의 ‘아킬레스 건’인 남자 개인전 금메달 숙원을 풀기 위해 벼르고 있다. 올림픽 전통 효자 종목인 양궁은 유독 남자 개인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서울 올림픽 박성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정재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박경모 모두 세계 정상의 기량에도 불구 은메달에 그쳤다. 여자양궁이 지난 1984년 LA올림픽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6연속 금메달 계보를 이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임동현이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려면 세계랭킹 1위 브래드 앨리슨과 4위 드미트로 흐라초프 등을 꺾어야 한다.
임동현과 함께 개인전에 출전하는 동료 오진혁(31)과 김법민(21)도 서로를 잘 아는 맞수다.
임동현의 강점은 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올림픽 무대도 두 번이나 경험했다. 임동현은 “고3 때는 첫 출전이어서 많이 떨렸지만 올림픽을 두 차례 치르면서 긴장감을 많이 이겨 낼 수 있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각오를 보였다.
 
장영술 대표팀 감독도 임동현의 경험을 높게 샀다. 장 감독은 “출전 선수들의 격차가 크지 않아 금메달 예측이 쉽지 않지만 임동현은 경험이 많다.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도 두 번이나 땄고 세계선수권대회도 수차례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은 2010년 새롭게 도입된 세트제를 적용 시키고 있다. 한 세트에 3발씩 쏴 승패를 가리는 방식으로 5세트까지 치른다.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받고 세트포인트가 높은 쪽이 승리한다. 3세트까지 6-0으로 앞서면 남은 세트를 쏠 필요 없이 경기가 끝난다. 점수를 모두 더해 단순히 총점으로 겨루던 종전 방식보다 역전과 이변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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