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보법 위반 전과자' 합참 기밀 北에 넘겼는지 수사

2011-05-03     이정하 기자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K(43)씨가 정부·기업의 전산 정보를 관리하는 N사에 취직한 뒤 합동참모본부(합참)와 정부통합전산센터 등을 수시로 드나들며 군 자료 및 정부기관 전산 자료를 빼낸 혐의로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특히 K씨는 N사 자체 보안서약서 제출도 2번이나 거부했으며, 북한 대남공작부서에서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인 '려명' 관계자와 이메일을 통해 은밀하게 접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안 당국은 K씨가 빼낸 군과 기업들의 중요 자료가 북에 전달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합참·기업체 중요 자료 다량 유출

경기경찰청은 애초 지난해 8월께 정부·기업의 전산 정보를 관리하는 N사 직원 K씨가 트위터 등에 올린 북한 찬양 내용의 이적 표현에 대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K씨는 트위터에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피격 사건 등이 조작됐을 가능성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 하에 같은해 12월 경기 성남시 소재 K씨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노트북과 데스크탑의 하드와 5기가바이트 상당 외장하드, K씨의 이메일 회신 내역, 북한에서 출간한 서적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K씨는 2005년 3월 N사에 취직한 뒤 같은해 12월 합참의 KJCCS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 합참 전산센터 등에 출입하며 지난해 3월 정직될 때까지 6년 동안 각종 자료를 빼내 보관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K씨가 유출한 자료 중에는 작전사령부급 이상 부대에 전장(戰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통합지휘통제체계(KJCCS) 제안요청서'와 우리 군의 주요 컴퓨터와 접속되는 '노드 IP주소' 등 군 기밀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압수한 K씨의 컴퓨터에서 '합참'이란 폴더 외에 '금감원' '대검' 등 10여 개 정부기관과 '신협' '포스코' 등 기업 전산 자료도 별도로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북에 자료 넘겼는지 수사 집중

검찰은 지난 3월 K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뒤 사건을 직접 맡았다. 검찰은 현재 K씨가 빼낸 기밀 자료들을 북한으로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검찰은 K씨가 2008년 4월 북한 대남공작부서에서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인 '려명' 관계자와 이메일로 접촉한 사실 등은 확인됐으나 기밀을 북한에 넘겼다는 증거를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K씨에 대해 북한 고무찬양 및 회합통신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정작 핵심인 간첩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것도 북에 자료를 넘겼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태형 공안부 부장검사는 "K씨가 막대한 분량의 군과 기업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해도, 보관 목적과 북에 전달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밝혀내기 쉽지 않다"면서 "K씨가 경찰 조사단계에서부터 묵비권을 행사, 수사 진행이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검찰은 K씨가 북측 관계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회신을 정밀 분석하고, K씨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 북과 연관성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K씨는 2002년 2월 이적(利敵) 표현물 등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러났다. 또 2차례에 걸쳐 금강산 관광을 목적으로 북한도 다녀왔다.

K씨는 또 2002년 5월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뒤 이듬해 8월 민노당 게시판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간첩질' 할랍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특히 K씨는 N사 입사 뒤 사측에서 요구한 보안서약서 제출 요구를 2번이나 거부한 사실에도 주목했다. 보안 문서 유출을 염두에 둔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박경호 제2차장검사는 "K씨의 진술을 이끌어 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수사력을 보강해 추가적인 물증 확보로 사실 관계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 2월 국보법 위반 혐의로 K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K씨가 범행 일부를 부인하고 있고, 확보된 증거로 봤을 때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의 영장신청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