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연찬회 '세대교체론' vs '朴역할론' 격돌

2011-05-02     박주연 기자
지난 4·27 재보궐선거 패배로 내홍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어 당 쇄신방안을 둘러싼 난상토론을 벌인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친박(박근혜)계와 SD(이상득)계, 이재오·정두언계, 소장파 등 계파별로 나뉘어 '수도권 젊은 대표론'과 '박근혜 역할론',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 개정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계판간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친이계인 소장파 정태근 의원은 1일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연찬회에서 당의 실세들이 전당대회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권·대권을 분리하도록 한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새 지도부를 선출할 때는 '세대교체'를 이뤄 친서민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을 다니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당헌·당규를 대폭 손질해 전 당원이 참여하거나 적어도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전당대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책위의장도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뽑을 것이 아니라 전당대회 이후에 선출하는 것이 좋다"고덧붙였다.

수도권 친이계 초선인 조전혁 의원은 "좀 젊은 사람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나라당 하면 고리타분하고 늙었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산뜻한 사람들이 당을 대표해 젊은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와 관련, "이제는 당권 대권 분리조항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당이 이 모양 이 꼴인데 박근혜 전 대표가 됐든 누가 됐든 다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은 "당의 정책이나 당청관계, 당내 리더십 문제에 대해 쇄신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몽준계로 분류되는 수도권 초선 정미경 의원은 "수도권 젊은 대표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이는 젊지만 생각과 하는 일은 젊지 않은 사람을 내세우면 도돌이표 밖에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끝나고 치열한 전당대회를 치렀지만 지금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느냐"며 "이번에도 정신을 못차리면 내년 총선에서 또 참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그림은 맞지만 국민여론을 몇 프로나 반영하느냐가 문제"라며 "정당은 같은 뜻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인만큼 당원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정당 탄생의 의미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권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재선의 차명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역할론에 대해서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원칙 완화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일단 연찬회를 지켜본 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기류다.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서도 통일된 의견을 내고 있지 않다.

친박계 원로인 6선의 홍사덕 의원은 1일자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현행 당헌·당규 개정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며 대권후보가 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홍 의원은 "새 지도부와 주요 당직 배분에 따라 최악의 경우가 올 수 있어, 이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란 한나라당 분당을 말하느냐"는 질문에 "강요당했을 때 망설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반면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홍 의원과) 의견을 달리한다"며 "친박계는 어떤 경우에도 당을 껴안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 당을 깨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권·대권 분리를 완화해 박근혜 전 대표를 내세우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모두가 다 그것을 원한다면 모르지만 분명히 이재오계에서 반발할 것 아닌가"라며 "진심이 실리지 않은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성헌 의원 역시 "(홍 의원의 발언은) 그야말로 개인 생각일 뿐"이라며 "개인 생각을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해, 친박계의 전체 의견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금 여러가지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정리가 안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책임있는 자리를 맡고 안 맡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이 독자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친박계 영남권 재선인 유기준 의원은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주장하는 세대교체론에 대해 "세대교체에는 동의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과연 당을 이끌어갈만한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원칙 완화에 대해서는 "권력이 분산되는 장점이 있지만 권력이 분산되면서 집중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박근혜 역할론이 나오면서 당헌·당규를 고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책임론에 휩싸인 친이 주류는 대부분 "내일 연찬회에서 기류를 살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 의원은 "주류 책임론을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하지만 비주류가 대안도 없이 뺄셈의 정치를 지향한다면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내일(2일)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어 당의 진로와 정국현안에 대한 토의를 갖는다"며 "끝나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원내대표의 과제와 역할, 향후 당 지도부 구성 등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당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여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쇄신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