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경찰서, 사진 촬영 놓고 과잉 대응 논란

2012-07-17     전수영 기자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경찰이 경찰서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려한 시민을 법적 근거도 없이 제지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9일 저녁 9시경 종로경찰서 경비대원들은 경찰서 앞에서 일본대사관에 트럭을 돌진한 김모(62)씨의 석방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던 백은종(59)씨를 사진 촬영하던 같은 단체 회원을 제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백씨는 “일본 극우 꼴통 정치배의 위안부 소녀상 말뚝테러에 항거한 김선생에게 구속영장은 당치도 않다”는 글과 함께 “닥치고 석방”, “말뚝 테러범 구속”이라고 쓰인 항의성 피켓을 들고 있었다.

백씨는 “일본 대사관에 트럭을 돌진한 김씨는 애국자다. 근본적인 문제는 당시 경찰이 제대로 경비를 서지 못한 데에 있다”며 “김씨는 반드시 불구속돼야 한다. 김씨가 재판을 일본에서 받겠다고 했는데 안 된다. 한국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행인의 발걸음은 뜸한 상태였으며 백씨 외에 한 남성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 했다. 하지만 경비대원들은 “경찰서 배경으로는 사진촬영이 불가하다”며 카메라 렌즈를 막아섰다.

기자가 경비대원에게 “무슨 근거로 경찰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는지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경비대원은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위에서 그렇게 지시했기 때문에 막을 수밖에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기자가 “누가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자 경비대원은 건물 안쪽을 가리키며 “당직자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기자가 건물 당직을 맡고 있던 조모 경위에게 “경찰서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는데 어떤 법에 의거한 것이며 누구의 지시이냐”고 묻자 조 경위는 곧바로 상황실과 정보과에 연락을 하고는 “정보과에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어떤 법령에 의거하여 사진 촬영이 불가한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결국 기자는 서울시경찰청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서울시경 담당자는 종로경찰서 상황실에 연락했다가 담당자가 없자 정보과로 전화를 연결시켜 주었다. 하지만 정보과 담당자도 사진 촬영 불가에 대한 근거를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당시 1인시위를 듣고 급하게 달려온 한 여성은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마저 가로막는 경찰이 문제다. 다른 곳에서 1인시위 할 때도 사진 촬영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유독 경찰만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항의했다.

약 40여 분간의 옥신각신 끝에 정보과에서는 “경찰서 정문을 넘어오지 않는다면 사진 촬영을 해도 무방하다”며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기자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3일 후인 12일, 기자가 종로경찰서에 경찰서를 배경으로 사진을 못 찍도록 막은 행동의 근거를 물었지만 종로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1인 시위는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며 이를 촬영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당시 경비를 맡았던 대원들은 전경들로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간혹 이런 시위가 발생하곤 하는데 갑작스러운 1인시위에 놀란 것 같다. 피해를 입었다면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종로경찰서가 비공식적인 사과를 했지만 1인시위 사진 촬영을 막았던 종로경찰서 정보과 관계자의 지시는 엄연한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 당시 지나가던 시민들도 경찰의 태도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당시 기자가 우연히 현장을 지나가지 않았다면 경비대원은 아무런 설명 없이 계속해서 카메라를 막았을 것이며 자칫 몸싸움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빚어진 촌극이지만 당시 1인시위를 한 백씨나 이를 지켜본 시민들에게 경찰의 대응은 자칫 현 정부 들어 계속되어온 ‘시위 알레르기’ 반응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