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 아이 둔 부모의 애타는 사연

“교육기관 태부족에 맞벌이도 포기했어요”

2012-07-17     전수영 기자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발달지연 아이를 둔 부모는 눈물의 연속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친구들의 놀림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울고, 아이를 맡길 특수교육시설의 태부족에 또 한번 운다. 예비자 명단에 이름을 등록해도 언제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막막함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에 문의해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들을 뿐이다. 국공립 교육기관은 고사하고 사설 교육기관도 부족해 부모들은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지 발만 동동 구른다. 발달지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늦을 뿐 교육을 받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주변 시선은 여전히 차가울 뿐이다. 환하게 웃는 아이 얼굴을 보며 부모는 마음속으로 울고 있다.

정우(7세·가명)는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다. 일곱 살이 되면서 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조금씩 배웠지만 친구들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발달지연, 그 중에서 언어지연을 겪고 있는 정우는 발표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정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 문제없이 잘 다니던 어린이집을 올해 초부터는 간간히 “다니기 싫다”고 말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매일같이 아침마다 때를 써 엄마를 녹초로 만들었다. 결국 엄마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느껴 어린이집 등원을 포기했다. 엄마는 하루 종일 정우와 함께하며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인천으로 인사 온 정우 엄마는 정우를 보낼 교육기관을 알아봤지만 이미 모든 시설이 만원이었으며 대기자 또한 너무 많았다. 맘에 드는 교육기관이 있었지만 대기자가 많아 2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만큼 특수교육기관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태부족이다.

교육시설 태부족 대기기간 2년은 기본

현재 발달지연 아동들에 대한 교육은 시·군·구에서 지정한 장애인복지관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할 경우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바우처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본인 부담금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개별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바우처 사업 지원을 받지 못하며 사설 기관을 이용할 경우에는 개별 부담을 해야 하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시설 수도 많지 않아 먼 곳으로 통학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거북이(발달지연 아동을 일컫는 은어) 부모에게는 이것도 감지덕지다.

정우 엄마 황모(37·여)씨는 “서울에 살 때에는 그나마 바우처 혜택을 받아 교육기관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으로 이사 온 이후 교육기관이 없어 바우처 혜택도 못 받고 있다. 사비를 들여서라도 교육기관을 다니고 싶은데 인천에 있는 기관은 모두 정원을 채운 상태다. 그나마 괜찮은 교육기관을 찾았는데 대기자 수가 너무 많아 입소가 안 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속내를 비췄다.

언어지연 아이를 둔 정모씨 또한 “가정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이 내색은 안 하지만 좀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며 “장애전담시설은 차타고 한 시간 정도 걸린다”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특수교육 전담교사는 ‘그림의 떡’

대부분의 미취학 아동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발달지연 아이들을 위한 전담교사가 거의 없다. 특수교육기관이 아닌 이상 3인 이상의 발달지연 또는 장애 아동이 입소해야만 전담교사를 둬야 하기 때문에 굳이 상시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애 아동을 받지 않으려는 보육시설의 이기주의도 한몫한다. 자칫 장애 아동이 다닌다는 소문에 다른 학부모들이 아이를 해당 어린이집에 입소시키려 하지 않기 때문에 보육시설에는 가급적 특수교육시설에 보낼 것을 권한다.
결국 발달지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일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지 않을까’, ‘선생님이 차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가슴 한 편에 괜히 죄인이 된 듯한 미안함을 갖게 된다.

보육시설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에도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선 특수학교 수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해당지역에 특수학교가 없는 경우 아이들은 먼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특수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로서는 이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수학교를 보내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일반학교에 보내야 한다. 하지만 일반학교의 경우 전문적인 특수교육 교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결국 부모로서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교육부 교육복지국 특수교육과 관계자는 “일반 초등학교 통합반의 경우 우선 대학에서 특수교육이나 유사한 전공을 한 선생님으로 배정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60시간의 연수를 수료한 선생님을 배치한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정원보다 아이들이 많아 과밀학급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서울은 그나마 특수학교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지방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특수학교 부족 실태를 시인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 가장 문제

발달지연 아이들은 실제로 장애아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발달지연 아이들은 교육을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생활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달지연 아이들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은 결코 너그럽지 않은 것이 현실.

황씨는 “평소 우리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던 한 아이가 우리 애에게 ‘바보’라고 하고서 도망가는 것을 봤다. 아이에게 가보니 ‘친구가 바보라고 했어’라면서도 나만 멍하니 쳐다보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다섯 살 여자 아이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친한 학부모가 ‘그집애가 다른 애들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더라’라며 비꼬는 듯한 말을 해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면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지 못할 것 같아 그냥 꾹 참고 있다. 우리아이가 이렇다 보니 주변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장애인들도 똑같은 사람인데 우리 사회는 말로만 그렇지 여전히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의 차별 어린 시선에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의 발달지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의 커뮤니티에는 이런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장애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한결같이 지적하면서도 지원보다도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모두가 장애·피부색·국적 등에 대한 차별 없는 시선을 갖도록 홍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