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병원 매점까지 ‘기웃’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서울대 병원 매점 운영권 입찰에 롯데·신세계·CJ 등 군침
운영권 넘어간 매점 가격 인상 이어져…소비자도 피해 입어
서울대병원 본관 1층 출입구 옆에 설치된 천막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대병원의 편의시설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병원 새마을금고’의 노동조합인 서울일반노동조합 새마을금고분회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병원 측의 편의시설 운영권 공개입찰 방침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다가 결국은 길거리로 나오게 됐다.
서울대병원 새마을금고는 직장 새마을금고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현재 1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 32년간 서울대병원 내 각종 편의시설 운영과 대출업무 등을 해왔다. 직원들의 출자로 설립된 만큼 주요주주는 모두 병원 직원들이고 이사와 임직원들도 대부분 서울대병원 관계자들이다.
새마을금고분회는 병원 측이 수익성만 내세워 편의시설 운영권을 대기업에 넘기는 것에 반발해 지난달 4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대기업이 병원 내 편의시설을 운영하게 되면 새마을금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대기업에 고용된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보호자 등의 소비자들도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입찰자격 높여 중소업체 참여 제한
서울대병원뿐만이 아니다. 입찰참가자격을 높여 중소유통업체의 참여를 제한하고 대기업에 사업권을 넘기는 방법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4일 마감된 충북대병원 매점 공급업체 선정 입찰공고도 서울대병원의 경우와 비슷했다. 충북대병원 공고에 따르면 입찰참가자격은 30억 원 이상의 자본금과 5000억 원 이상의 평균매출을 올리는 유통업체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보광훼미리마트, GS리테일, 세븐일레븐 등 대기업 계열의 편의점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동안 병원과 거래해온 30여 곳의 지역 자영업자들은 한순간에 거래처를 잃게 됐다.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은 이미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대기업에 넘어간 경우다. 보라매병원은 2008년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의 신관을 개원하면서 카페, 식당, 편의점 등의 편의시설 운영권을 CJ그룹에 넘겼다. 보라매병원의 1층 출입구에는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가 들어섰고, 2층에는 뚜레쥬르의 모습이 보인다. 새마을금고에서 운영하던 편의점은 비교적 고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2층으로 밀려났다.
새마을금고분회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새마을금고는 직원 조합이기 때문에 편의시설 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직원에게 되돌아간다”며 “따라서 새마을금고의 편의시설 운영을 단순히 수익사업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직원 복지의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에서 병원 내 편의시설을 운영하게 되면 대기업만 배불리는 결과가 나타나고, 소비자와 병원 직원들은 피해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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