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온 손학규…정치지형 '들썩'

2011-04-28     박정규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4·2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어 자신의 정치역량과 대권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여권의 텃밭이자 이번 선거에서 초미의 관심지역이었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당선돼, 그동안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출신 논란 및 지지율 부담 등을 털어버리고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됐다.

손 대표는 27일 치러진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51.0%인 4만1570표를 획득, 3만9382표를 획득해 48.3%에 그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2.7%의 격차로 제치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로써 그동안 원외 대표로서 제1야당을 이끌어온 손 대표가 한 해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국면에서 본격적으로 원내에서 당을 진두지휘할 수 있게 됐다.

손 대표의 당선은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내내 전략적으로 유지해온 '조용한 선거'가 힘을 발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는 상대적으로 색깔론 등 강한 공세를 펴나가는 동시에 당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한 반면, 손 대표는 당의 전면적인 지원을 사양한 채 '나홀로 선거'로 승부를 걸어왔다.

이처럼 상반되는 전략 속에서 결국 손 대표의 승리로 선거 결과가 나타남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최대 접전지역이었던 분당을의 표심은 비록 야당이긴 하지만 손학규라는 '인물'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또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이 지역에서 야당 대표가 승리를 거둔 점은 결국 현 정부에 대해 중도보수의 민심마저도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손 대표의 이번 승리는 민주당으로서도, 본인으로서도 상당히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보수성향의 수도권 중산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수성해온 분당이라는 귀중한 지역의 민심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를 발판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서울·수도권에서 중도 계층의 표심을 확보할 경우 정권교체까지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당 대표의 무사귀환을 통해 당내 결집을 강화하면서 총·대선을 상대적으로 착실히 준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제1야당이면서도 지지율이 10%가 넘는 대권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오히려 원외 정당의 대권주자가 앞서나가고 있던 당내 상황에서, 이번 승리가 손 대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돼 대선구도에서도 한층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점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번 분당을 선거에 사활을 걸었던 손 대표 개인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야권 대선주자로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었던 상황에서, 가시밭길에 뛰어들어 극적으로 생환하고 전국적인 관심도 속에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냄에 따라 향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여권의 텃밭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원내 진출이라는 두 가지 소득도 함께 거둬들임으로써 앞으로의 활동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에 더해 야인 생활에도 각종 선거에서 직접 나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데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는 '빅3'의 각축전 속에서 대표로 선출되면서 계속해온 장외투쟁 등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던 보수정당 출신 논란 등의 약점 역시 이번 승리와 함께 퇴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야의 대선구도에도 상당한 지형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의 부상에 따라 그동안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상태에서 '빅3'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역시 대선 후보군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의 행보가 다급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의 관계도 관건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참여당의 원내 진입 시도가 불발로 돌아감에 따라 손 대표가 야권 대선구도에서 치고나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여권을 포함해서는 그동안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독주해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차기 여권 주자들 역시 손 대표의 부상에 따라 위기감이 더욱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