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뛰어보니 친이계 박근혜 지원 ‘절실’

‘때’ 되니…박근혜 앞으로 ‘헤쳐모여’

2011-04-26     홍준철 기자

친MB계 ‘주이월박’에서 ‘주박야박’으로

[글=홍준철 기자]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권력 재편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존 여권 3대 주주의 지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3대 주주로 ‘비주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왕의 남자’인 이재오 특임장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19대 총·대선이 다가올수록 ‘박근혜 쏠림현상’이 본격화 되고 있다. 또한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박 전 대표가 앞서고 친이 진영내 마땅한 대항마가 뜨지 않아 친이계가 자중지란의 모습까지 겹쳤다. 특히 4·27재보선, 원내사령탑 선거 그리고 재보선 패배시 개최될 조기전당대회, 1년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까지 연이은 정치 행사로 인해 박근혜 쏠림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거 친이계의 이탈 조짐의 대명사였던 주이월박(晝李月朴), 복박(復朴)을 너머 신친박(新親朴)이 되기위한 움직임이 뜨겁다. 점점 공고해지는 박근혜계와 힘이 빠지고 있는 친이계의 실상을 알아봤다.

5월 원내대표, 7월 조기전대 박풍 계속돼
19대 총선 ‘박근혜당’으로 완전 탈바꿈되나


범친이계(친이재오계, 친이상득계)의 탈MB화 현상은 4·27 재보선을 기점으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화제의 재보선 지역은 분당을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와 민주당 손학규 후보, 그리고 강원도지사 엄기영 후보와 최문순 후보, 김해을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와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 간 대결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 지역을 비롯해 2곳 모두 민주당 우세로 점쳤다.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집권 여당 지도부 및 후보자들은 선거를 치르면서 친이계 안상수 당 대표의 간판이 재보선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한나라당 후보자들은 내심 박 전 대표의 측면 지원을 기대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선거 1주일을 남겨두고 과감하게 ‘선거 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선거의 여왕’이자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하려던 후보자들의 실망이 매우 컸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는 선거를 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몸값은 더 상승했다.

선거의 여왕
선거 안뛰어도 몸값 상승


박 전 대표의 몸값은 5월 2일 치러지는 원내 대표 선거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는 현재 4선의 친박 중립 황우여 의원(인천 연수구), 3선의 친이재오계 안경률(부산 해운대기장을), 친이상득계 이병석(경북 포항시 북구을), 친박 이주영 의원(경남 마산시갑)이 출사표를 던졌다.

출사표를 던진 초반에는 당내 주류인 안경률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친박 성향의 두 의원들은 출마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말 친박근혜계와 친이상득계가 손을 잡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병석 카드가 재부상했다. 안 의원측은 바짝 긴장했다.

이에 친이 주류측에선 “이상득 의원이 함부로 움직이질 못할 것”, “우리가 주류인데 가만히 있겠느냐” 이 의원을 압박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 와중에 지난 4월 11일 이상득-이재오 조찬 회동이 이뤄졌다. 대화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상득-이재오 화해설 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여권에선 원내 대표 선거전이 친이 친박으로 나뉘어 과열되자 친이 후보간 ‘단일화’를 논의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후 이 장관은 4월 13일 친이재오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회원 32명과 북한산 비밀 회동을 마련했다. 또한 같은 달 20일에는 여의도 중국식당에서 공식적으로 친이재오계 만찬을 주최하며 세를 과시했다. 일주일 사이 2번의 회동을 가진 것에 대해 친이재오계의 한 인사는 “함께 내일로 회원이 70명이 넘는데 1차 비공식 모임에서 누군 연락하고 누구는 하지 않아 회원까리 앙금이 있어 이를 해소하는 자리로 알고 있다”며 “이 장관이 모임을 세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불평을 내놓았다.

두 자리는 4·27재보선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주최측은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여당 인사들은 한명도 없었다. 두 번째 모임 전인 18일에는 박 전 대표가 서울시내 리츠칼튼 호텔에서 친박 중립의 황우여 의원과 만남을 가진 직후였기 때문. 이 자리에서 황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박 전 대표에 밝혔고 박 전 대표는 “잘 하시라”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같은 날 다른 서울 시내 유명 호텔에서 우연찮게 같은 시간대에 박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체류하면서 ‘박근혜-이상득 회동설’이 여의도에 삽시간에 퍼졌다. 소문이 퍼지자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은 회동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언론사에 명예훼손등의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정정보도를 강력히 요청했다. 급기야 ‘우연찮게 같은 시각에 같은 호텔에 있었다’는 식의 헤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친이재오계의 시각은 달랐다. 재차 안 의원측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주류측 안경률,
박 대표와 ‘친분’ 강조


또한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회동을 하지 않았지만 황 의원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장관과 안 의원을 긴장케 만들었다. 이후 20일 공개적으로 이 장관을 비롯해 안경률 의원 등 36명의 친이재오계가 여의도 중식당에서 공개적으로 만난 셈이다. 결국 친이재오계에선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이 ‘이병석 카드’가 부담스러워 수도권 출신의 ‘황우여 카드’를 안 의원 대항마로 낙점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일었다.

이처럼 원내 대표 선거에선 이상득계가 박 전 대표를 고리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국회의원 성향을 보면 범친이계가 90여 명 수준이고 그중 이상득계로 14~5명으로 보고 있다. 중립성향 의원으로는 13명 수준, 그리고 친박 성향의 의원이 70여 명으로 박근혜계, 이상득계, 일부 중립성향 의원이 손을 잡을 경우 친이재오계이자 주류인 안 의원의 원내 대표 당선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반면 친박계는 1년전 50여 명 수준이었으나 20여 명이 더 늘어났다는 평이다. 5월초 원내 대표 선거에서 친박 성향의 이주영-황우여 의원이 연대하고 주류측의 안경률 이병석 의원과 함께 3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친박 성향의 후보가 원내 대표로 당선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친이 두 후보가 연대할 경우에는 결과는 주류측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높다. 주류 일각에선 이병석 의원을 ‘사무총장에 내정됐다’고 흘리는 배경이다. 이상득-이재오 두 인사가 11일 조찬모임을 가진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주류가 당연히 차지해야 할 원내 대표 자리를 두고 비주류인 친박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우려감 자체가 친박근혜계의 세력이 점차 당내에서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이재오계이자 수도권 출신 한 의원실은 ‘이재오계’로 공식 낙인찍히는 20일 모임에 진지하게 불참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함께 내일로’ 회원 70여 명중 가까스로 절반이 넘은 36명만이 참석해 이런 기류가 적잖게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박근혜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다보니 주류측의 대표 선수인 안경률 의원 역시 박 전 대표와 ‘인연’을 소개하며 친분을 강조하고 나섰다. 안 의원이 2009년 8월말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할 당시 함께 동행한 바 있다. 안 의원실에선 당시 동행하게 된 계기가 박 전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같이 특사 가자’고 제안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안 의원실 한 인사는 “이번 박 전 대표 유럽방문에 친이계 권경석 의원을 데리고 가는데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인사들과 함께 한다”며 “박 전 대표는 당시 직접 전화해 요청을 해왔고 친이지만 안 의원에 대해 매우 호평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그는 “박 대표는 친이 친박을 떠나 정직하고 신뢰와 원칙을 존중하는 의원들을 신뢰한다”며 “안 위원장은 당내 친이계중 몇 안되는 신뢰의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원내대표戰
당권과 맞물려 ‘복잡’


한편 원내 대표 선거가 당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 마디로 고도의 정치 방정식을 연상케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안경률 대세론’이다. 이런 주장뒤에는 부산 지역출신이자 친박에서 탈박한 김무성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을 견제하려는 세력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부산 출신 원내대표에 같은 부산출신 김 원내 대표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원내대표-당대표 모두 특정 지역 출신이다’며 불가론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친박근혜계 일부, 소장파, 그리고 홍준표 최고위원실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원내대표실에선 내심 수도권 출신 황우여 의원이 원내 사령탑이 되길 바라고 있다. ‘영남 대표-수도권 원내대표’로 지역적 구색이 맞기 때문이다. 물론 이 특임장관을 비롯해 친이계 제 3후보가 나서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 당권 도전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사로는 두 인사를 포함해 소장파 원희룡 사무총장, 강재섭계 나경원 최고위원, 친박 허태열 의원, 홍사덕 의원, 친박 중립의 권영세 의원, 제3후보로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있다.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원심력이 강해지는 또 다른 배경은 역시 1년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 역시 한몫하고 있다. 대선전 치러지는 총선에서 생환하기위해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전패론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오세훈, 김문수, 이재오 등 친이계 대표선수들이 ‘박근혜 대항마’로 약하다는 점 역시 친이계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선 19대 총선전까지 범친이계의 ‘주이월박’을 넘어 ‘주박월박’ 그룹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글=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사진=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