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 하나SK카드 전 사장 끌어왔다…이강태, 경쟁사에 둥지 튼 이유는

2012-07-10     김나영 기자


- 수장이 경쟁사 수장으로… 하나SK vs BC 치열한 접전 예상돼
- 놀란 카드업계 “모바일 시장, 일단 파이부터 키워야 할 것”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모바일카드 시장에서 하나SK카드와 KT-BC카드가 경쟁하는 가운데 이강태 전 하나SK사장이 지난 3일 BC카드의 신임 사장으로 내정돼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올해 초까지 하나SK카드에 재임하다가 지난달 KT의 상담역으로 영입됐고 결국 계열사인 BC카드에 사장으로 내정돼 이달 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지금까지 각사의 고위 임원이 경쟁사로 간 경우라면 몰라도 최고경영자가 경쟁사의 최고경영자로 내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놀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BC카드가 KT 계열사 편입 이후 주력 중인 모바일카드는 휴대전화 안에 IC칩을 넣어 별도의 플라스틱 카드 없이 휴대전화를 가까이 대면 상품 및 서비스를 결제할 수 있는 카드다.

모바일카드가 처음 탄생한 것은 2002년이지만 2~3년 전에야 활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아이폰ㆍ갤럭시 등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비슷한 시기다. 기존 2G폰에서는 모바일칩의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탓이 크다. 때문에 개발된 뒤 잠들어 있다가 스마트폰 보급과 비접촉식 무선근거리통신(NFC)의 발달 이후에야 비로소 생활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신한카드를 제외한 삼성카드ㆍ현대카드ㆍKB카드와 같은 ‘빅4’ 대형 카드사들은 초기 모바일카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모바일카드 사업을 위해서는 SKTㆍKTㆍLG U+ 등 통신사와의 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대형 카드사들의 입장에서는 통신사와 함께 전략을 수립하고 수익을 나누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도 충분한 수익 구조를 가진 상태에서 굳이 통신사와 손잡고 누가 주도권을 쥐는지를 재보는 번거로운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하나SK카드ㆍKT-BC카드… 같은 사장 겪는다

백지 상태나 다름없던 모바일카드 시장에 진출한 하나SK카드와 KT의 BC카드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통신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카드사들이다. 선발주자인 하나SK카드는 2010년 2월 SK텔레콤(사장 하성민)이 직접투자를 결정하면서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가 51%, SK텔레콤이 49%의 지분을 보유해 운영되고 있다. 후발주자인 BC카드는 지난해 10월 KT캐피탈이 BC카드 지분 38.86%를 매입하면서 같은 해 11월 KT의 공식 계열사로 편입되자마자 ‘BC 차세대 모바일카드’ 사업으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특히 하나SK카드는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 점유율 90%를 넘겨 모바일카드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신용카드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는데 당시의 수장이 이강태 전 하나SK카드 사장이다. 이러한 이 전 사장이 경쟁사인 BC카드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카드업계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카드사의 고위 임원이 경쟁사로 옮겨간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대표이사인 사장이 경쟁사 사장으로 내정된 것은 카드업계 최초의 일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IT업계와 달리 임직원들의 입사 시 보안유지각서에 전직금지 조항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최고경영자인 사장이 경쟁사로 수평이동하더라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카드업계는 은행권이나 보험업계와 달리 아직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되지 않아 특정 카드사의 상품이 ‘히트’를 치면 곧바로 ‘미투’ 카드들이 등장한다. 지난 3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각각 삼성카드4, 현대카드 제로를 놓고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 자존심 싸움을 벌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카드업계 “굉장히 놀랍지만 법적으론 문제없다”

다행히 BC카드의 경우 비자나 마스터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11개 은행과 계약을 맺고 발급사들의 결제 프로세싱에 주력했기 때문에 하나SK카드와는 겹치지 않는 사업 영역이 컸다. 하지만 이석채 KT 회장이 이강태 전 하나SK카드 사장을 BC카드로 전격 영입함과 동시에 모바일카드 시장에서의 치열한 접전이 시작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결국 이번 인사는 향후 BC카드가 모바일카드에 주력하겠다는 저돌적인 의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 기업의 CEO가 경쟁사 CEO로 가면 이전 기업의 경영상태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알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모바일카드 시장 자체의 파이가 작기 때문에 경쟁사라 하더라도 일단 시장을 키우는 측면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BC카드 관계자는 “KT에 인수된 이후 모바일카드 등 통신과 금융의 융합에 힘쓰고 있으며 향후에도 플랫폼 사업자라는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BC카드가 KT 계열사로의 편입이 완료됐기 때문에 사장 선임은 KT에서 주관했다”고 말했다. 또한 KT 관계자는 “일단 이 전 사장을 KT 상담역으로 영입해 분위기를 익힌 뒤 BC카드 사장에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