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품은 롯데, ‘승자의 저주’ 솔솔
롯데쇼핑 신용도 추락 왜?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하이마트의 새로운 주인은 결국 롯데(회장 신동빈)가 됐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던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를 계기로 유통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신세계 이마트를 바짝 추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이마트를 인수한 롯데가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최근 하이마트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를 위해 조달한 차입금 규모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전을 거듭한 하이마트 M&A 과정을 들여다봤다.
“기존 유통채널과 시너지 효과 낼 것”
인수자금 조달로 재무안정성 ‘빨간불’
지난 6일 롯데쇼핑은 하이마트 매각 주체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하이마트 인수를 확정지었다. 롯데쇼핑은 유진그룹,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에이치아이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65.25%를 확보해 앞으로 하이마트를 운영하게 된다. 인수금액은 1조480억 원으로 주당 8만1026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하이마트 매각은 지난해 11월 유진기업과 선종구 전 회장이 경영권 갈등을 겪으면서 추진됐다. 하이마트 1대 주주인 유진기업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은 공동대표·각자대표·단독대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결국은 양측 모두 보유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하이마트를 향한 유통업체들의 뜨거운 ‘러브콜’이 시작됐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하이마트 매각이 발표된 이후부터 인수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롯데마트가 신세계 이마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마트도 롯데의 행보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여기에 꾸준히 유통업계 확장을 모색하던 SK네트웍스도 하이마트에 눈독을 들였다. 롯데, 신세계, SK와 함께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도 하이마트 인수를 저울질했다.
연이은 대형 M&A 실패 후 건진 ‘월척’
하이마트를 두고 5곳이 물밑 경쟁을 벌이다가 지난달 20일 열린 본 입찰에는 신세계와 SK 등이 불참하면서 롯데쇼핑과 MBK파트너스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에 따라 하이마트 인수에 가장 공을 들였던 롯데의 인수가 유력할 것이라고 점쳐졌다. 특히 유진기업 측이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롯데 측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반면 ‘매물을 비싸게 사지 않는다’는 롯데의 M&A 전략이 이번에도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동안 롯데는 대형 M&A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2009년 오비맥주 인수 실패를 비롯해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2011년 대한통운 인수에서도 헛심만 빼야 했다. 이 때문에 하이마트 인수도 MBK파트너스라는 경쟁자가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결국 하이마트의 우선협상대상자는 MBK파트너스로 결정됐다. MBK는 주당 8만2000원을 제시하면서 7만 원대 후반의 가격을 제시한 롯데를 밀어냈다.
롯데에 대해 “몇 푼 아끼겠다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놓쳤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롯데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MBK파트너스가 기간 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롯데에게 넘어온 것이다. 롯데는 같은 실수는 두 번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했다. 당초 제시했던 금액에서 한발 물러나 MBK파트너스가 제시했던 수준으로 인수가를 높이면서 마침내 하이마트를 품을 수 있었다.
하이마트 인수를 통해 롯데는 기존 백화점·마트와 가전제품판매전문점 간의 인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도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를 반겼다. 하이마트 주가는 지난달 25일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더니, 롯데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4일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이마트를 품은 롯데쇼핑의 주가도 호조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마트와 롯데쇼핑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특히 하이마트와 관련해 “선종구 전 회장으로 인한 검찰수사와 내부 임직원 동요 등 비정상적이었던 영업환경의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와 “장기적으로는 롯데쇼핑의 기존 유통망과 고객 베이스를 이용해서 고객층을 늘릴 수도 있으며, 하이마트가 롯데쇼핑이 이미 진출해 있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 등이다.
롯데쇼핑에 대해서도 “목표해 왔던 전문점 분야 확장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내부적인 확장을 하지 않아도 되고, 동시에 가장 큰 경쟁자를 없앨 수 있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평이 내려졌다. 또한 “롯데쇼핑은 기존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다양한 유통 채널과의 접목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함께 하이마트를 통한 연결 손익의 증대로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수효과 아직 ‘물음표’
일각에서는 하이마트의 실적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전자 제품 유통 시장의 경기 회복이 더디고, 롯데쇼핑이 인수하더라도 영업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 등이다. 이로 인해 롯데쇼핑이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M&A 경쟁에서 승리한 인수 회사가 피인수 회사로 인해 오히려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를 말한다.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5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에 대해 “만약 인수자금으로 쓰기 위해 우선적으로 빚을 낸다면, 롯데쇼핑 재무안정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현재의 ‘A3’에서 ‘Baa1’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무디스는 앞으로 하이마트 인수자금 조달구조, 롯데쇼핑과 하이마트의 실적, 롯데쇼핑의 재무정책 및 성장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가 신용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마트를 품은 롯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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